Soeun Sim

민주주의, 상호의존, 국제기구는 평화를 만드는가

Oneal, John R., Bruce Russett and Michael L. Berbaum. 2003. "Causes of Peace: Democracy, Interdependence,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1885-1992."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47(3):371-393.

Nov 25, 2025
민주주의, 상호의존, 국제기구는 평화를 만드는가

이 논문은 민주주의-무역-국제기구가 평화를 만든다는 칸트적 평화(Kantian tripod) 이론을 검증하는 기존 연구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이 변수들이 실제로 인과적으로 평화를 만드는지”를 본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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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칸트가 『영구평화론』(1795)에서 제시한 세 요소 ① 공화정(민주주의), ② 상업적 상호의존(무역·코스모폴리탄 법), ③ 국제법·국제기구가 실제로 국가 간 평화를 인과적으로 만들어내는지를 검증한다. 이를 위해 1885~1992년 약 10,000개의 다이애드(dyads)에 대해 분산시차(distributed-lags) 회귀를 적용하여, 과거의 민주주의·무역 의존도·국제기구 공동 가입이 미래의 군사적 분쟁(MID)을 더 잘 예측하는지를 Granger 인과성 접근으로 평가한다. 연구는 기존 자유주의·현실주의 변수들(민주주의 수준, 무역 의존도, IGO 공동 가입, 동맹, 힘의 균형, 지리적 인접성 등)을 모두 통제하면서 갈등의 상호적 영향(예: 분쟁 → 무역 감소)을 고려하는 한편, 민주화가 분쟁을 증가시킨다는 주장(Mansfield & Snyder), 미래 기대가 무역-평화 관계를 매개한다는 주장(Copeland)도 검증한다. 또한 중력모형(gravity model)에 시차를 도입해 군사 분쟁이 양자무역을 감소시킨다는 점도 확인한다.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평화의 조건으로 ‘민주주의(democracy)’가 아니라 ‘공화정(republican constitution)’을 제시했다. 그가 말한 민주정(democracy)은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운 체제로서 다수 지배와 독재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고, 대신 대표성·권력분립·법치를 갖춘 공화정이 전쟁을 억제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민주평화론자들은 이 공화정 모델을 현대적 의미의 민주주의와 상당 부분 겹치는 제도로 해석해 칸트의 사상을 민주평화 이론의 철학적 기반으로 삼는다.

구분 기준
공화정(Republicanism)
민주주의(Democracy)
통치의 정당성 기준
헌법·법치·제도적 절차
인민·다수의 의사
핵심 가치
자유, 권력분립, 견제
평등, 참여, 집합적 의지
위험 요인
권력 남용 → 제도적 방지 필요
다수의 폭정(majority tyranny)
중점
권력의 제한과 제도 설계
권력의 주인이 누구인가
칸트의 평가
평화의 기초가 됨
비평화적이고 위험할 수 있음
 

전체적으로 이 연구는 “민주주의–무역–IO”로 구성된 칸트의 삼각구조가 단순 상관관계가 아니라 시간적·인과적으로 평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제시한다.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시간에 따른 영향(시차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분산시차(distributed-lags) 분석을 사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연구 결과는 자유주의 이론의 중요한 주장들을 강하게 지지한다:

1) 경제적 상호의존(무역)은 분쟁을 줄인다: 효과는 매우 크다.

무역이 국가 간 분쟁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자유주의 이론은 오래된 주장인데, 이 연구는 특히

  • 분쟁 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심각한 군사 충돌일수록
  • 상호의존의 억제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 즉, 무역은 약한 분쟁뿐 아니라 강한 분쟁을 억제하는 데도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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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 인과성(Reciprocal causation) 문제

      민주주의·무역·IGO가 평화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평화로운 국가들이 무역·민주주의·IGO를 선택하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특히 무역과 분쟁은 강한 상호작용을 가지며, 전쟁 위험이 낮을수록 무역을 확대하고, 전쟁 위험이 크면 국가들은 전략적 상품·군사 관련 자원의 거래를 제한하거나 적대국과의 무역을 축소한다는 현실주의적 주장(“trade follows the flag”)도 존재한다. 이전 연구들은 이러한 내생성(endogeneity)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시방정식 모형(Polachek, Mansfield), 상호작용식, 또는 “평화 연수(years of peace)” 조정(Beck, Katz & Tucker)을 시도했으나, 데이터 범위의 부족, 동시성만 고려한 단기적 모델링, 혹은 무역 의존 효과가 사라지는 결과 등 여러 제약이 있었다.

      최근 연구들은 새로운 데이터와 다양한 사양을 통해 상호의존의 평화효과가 여전히 통계적·실질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하고 있지만, 기존 연구가 단기 충격(전쟁 → 당해연도 무역 감소)만 고려하는 문제, 과거 평화연수와 이론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주는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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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ter-industry

      산업 간 (between industries)

      • 완전 다른 산업들끼리 비교/관계 얘기할 때
        • 예: 자동차 산업 vs 섬유 산업
        • 예: “inter-industry trade” = 한국은 자동차를 수출하고, 의류를 수입하는 식으로 서로 다른 산업끼리 교역하는 것
      • “inter-industry wage differential”
        • 산업 임금 차이 (예: 금융업 임금 vs 음식점업 임금)

      2. Intra-industry

      산업 내 (within an industry)

      • 같은 산업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 예: “intra-industry trade”
          • 한국이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동시에 자동차를 수입하기도 할 때
          • 프랑스 와인 수출 ↔ 이탈리아 와인 수입처럼, 같은 품목/산업 안에서 쌍방 교역
      • “intra-industry wage dispersion”
        • 똑같이 자동차 산업인데, 그 안에서 직무·회사별로 임금이 어떻게 갈리는지

2) 하지만 분쟁이 일어나면 무역이 줄어든다: 상호성이 있다.

상호의존은 분쟁을 줄이지만, 반대로 분쟁이 무역을 파괴하기도 한다. 이는 자유주의 이론의 “전쟁은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키므로 회피된다”는 주장과 부합한다.

3) 민주주의와 국제기구 공동 가입도 평화 효과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싸우기 어렵고, 국제기구에 함께 들어간 국가끼리도 분쟁이 줄어든다는 기존 주장과 일치한다. 즉, 칸트의 세 요소(민주주의–무역–IO)는 모두 어느 정도 평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4) 하지만 ‘비용 신호(costly signals)' 가설에는 약한 지지

일부 자유주의 학자들은 민주국가가 ‘비용 있는 신호’를 보내므로(예: 대외정책 채택 시 지도자가 정치적 비용을 감수함), → 상대국이 그 약속을 더 신뢰하게 되고 → 전쟁을 피한다고 보지만, 이 연구는 그 가설에 대해 명확한 실증적 근거를 찾지 못한다.

5)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두 가지 결과

이 논문은 특히 현실주의·자유주의의 흔한 주장 중 두 가지를 반박한다:

민주화가 분쟁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일부 연구는 과도기적 민주주의가 분쟁을 촉발한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증거가 없다.

동맹(allies)은 더 평화롭지 않다.

현실주의자들은 “동맹국끼리는 당연히 분쟁이 적다”고 보지만,

이 논문은 동맹국이 비동맹국보다 분쟁이 적다는 증거를 전혀 찾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민주주의와 IO 공동 가입은 무역을 증가시키지만, 동맹은 무역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점도 발견된다.

. 특히 무역 의존도는 주요 전쟁요인 통제 후에도 매우 강력한 평화 요인으로 나타나고, 민주화가 분쟁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없다. 동맹(alliance)은 현실주의 이론의 기대와 달리 평화 효과가 없으며, 민주주의·IGO 공동 가입은 무역을 높이지만 동맹은 그렇지 않다. IGO 공동 가입의 영향은 다소 미약하지만, 장기적으로 국제기구의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그 효과는 더 분명해진다. 다른 연구들(예: Bennett & Stam 2000)도 민주주의·상호의존·칸트적 변수들이 분쟁을 억제한다는 결론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무역 의존도는 주요 강대국 효과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평화 예측 변수로 나타난다.

 

연구설계

① 연구 범위와 종속변수(분쟁 자료)

이 연구는 1885–1992년의 전 세계 양자(dyadic) 관계를 분석(dyad-year가 분석단위이며 7년단위)하며, 주요 전쟁 초기 연도 등 일부 자료의 불완전성을 고려해 필요한 조정을 한다. 종속변수는 COW(Militarized Interstate Disputes) 기반의 분쟁 발생(ONSET) 및 치명적 분쟁(FATAL)이다. 기존 COW는 다자전쟁에서 실제 교전이 없던 국가쌍을 ‘분쟁’으로 잘못 기록하는 문제가 있어, Maoz가 수정한 dyadic MID 자료가 사용된다. ONSET은 양국이 위협·군사시위·무력사용을 시작한 첫 해를 1로 코딩하고, FATAL은 군사 사망자가 발생한 분쟁의 첫 해를 1로 코딩한다. 치명적 분쟁 자료를 추가로 사용하는 이유는 (1) 경미한 충돌 보고의 지역적 편차(아프리카·아시아 미기록 문제)를 줄이고, (2) 국제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심각한 군사분쟁’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서다.

② 핵심 독립변수: 민주주의·무역·상호의존·IGO

민주주의는 Polity III의 democracy − autocracy 점수로 측정하며, 분쟁 가능성은 주로 덜 민주적인 국가(DEML)의 행동 제약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에 따라 낮은 쪽의 점수를 사용한다.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Gleditsch(2002)의 보완 자료와 과거의 국제연맹·국가연감 자료 등을 조합해 구축한 무역/GDP 비율(DEPEND)로 측정하며, 역시 제약이 더 적은 국가(= 덜 의존적인 국가)의 값이 분쟁 억지에 더 중요하다는 논리에 따라 DEPENDL(덜 의존적인 쪽의 의존도)를 사용한다. 무역량 자체(INTRADE), GDP 크기(LOG GDP), 인구(LOG POPULATION)도 중력모형(gravity model) 변수로 포함된다. IGO는 두 국가가 공동 가입한 국제기구 수를 사용하며, 전 세계적으로 IGO 수가 증가한 추세를 보정하기 위해 ‘해당 연도 평균 대비 상대적 가입 수준’(표준편차 기준)을 사용한다. 이상은 모두 칸트적 평화 요인인 민주주의–상호의존–국제기구의 세 축(Kantian tripod)을 양자 수준에서 검증하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③ 통제변수: 군사력·동맹·지리적 요인

현실주의 이론을 반영해 군사력 비율(CAPRATIO)을 통제하며, 이는 COW의 국가별 군사역량 데이터로부터 강한 국가/약한 국가의 능력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동맹은 COW 동맹 자료의 업데이트판을 사용해 defense/pact/entente의 존재 여부를 더미로 포함한다. 지리적 요인은 분쟁 가능성과 무역 비용을 모두 좌우하므로 핵심 통제로 포함되며, (1) 두 수도 사이 거리를 로그 변환한 값(LOG DISTANCE), (2) 영토 접경 여부(CONTIGUITY), (3) 해상 150마일 내 접근성 등 여러 층위를 고려한다. 또한 두 국가가 모두 소국(minor powers)인지 여부(MINORPWRS)도 포함해, 강대국 참여 여부가 분쟁 발생과 위험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한다. 이러한 모든 변수들은 상호의존·민주주의·IGO 효과를 비외생적 요인(권력, 거리, 동맹)의 영향과 분리하여 순수하게 추정하기 위한 장치다.

 

민주주의 → 개인 자유 증가 → 자유무역 확대 → 상호의존 증가 → IGO 필요 증가 → 전체적으로 평화 구조 형성즉, 칸트적 평화 메커니즘은 개별 변수의 합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동한다.

칸트적 평화 요인의 ‘동학적 효과(dynamic effects)’를 검증하기 위해 세 가지 추가 분석을 수행한다.

(1) 민주화 전환이 분쟁을 증가시키는가? Mansfield & Snyder의 “민주화는 위험하다” 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증한 결과, 전환기의 민주화가 분쟁을 증가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현재의 민주주의 수준이 분쟁을 가장 강력하게 억제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2) 무역의 미래 기대(기대 상호의존)는 전쟁 유발인가 억제인가? Copeland의 “무역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면 평화, 감소할 것으로 보이면 전쟁” 가설을 검증했지만, 기대 상호의존은 분쟁 확률에 영향이 없었다.

(3) 마지막으로 분쟁이 무역을 감소시키는지(상호적인 관계인지)를 분산시차 모델로 분석한 결과, 분쟁은 다음해 양국 무역을 크게 감소시키고(–33%까지), 반대로 민주주의·IGO는 무역을 크게 늘린다, 그러나 동맹은 무역을 늘리지 않는다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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