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외교정책: 협상모델과 의존모델
Moon, Bruce E. 1983. “The Foreign Policy of the Dependent State,”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27(3):315-340.
이 논문은 강대국이 약소국의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 과정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위기 협상(crisis bargaining) 사례에 집중하거나, 주로 강대국 간 관계를 다루며, 약소국의 정책결정 메커니즘을 일반화하지 못했다. 이에 저자는 제3세계 국가들의 유엔 투표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국과의 정책 일치 정도를 설명하려 한다. 논문은 두 가지 영향모델을 대비한다. 첫째, 협상모델(bargaining model)은 약소국의 정책결정을 자율적이되, 원조·위협·보상 같은 강대국의 단기적 행동에 의해 조정되는 과정으로 본다. 둘째, 의존모델(dependency model)은 장기적·구조적 의존관계 속에서 영향이 간접적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즉, 결정의 순간이 아니라, 정책결정자가 선발되고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이미 강대국의 가치와 이해가 내면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자가 이론적·실증적 검증이 풍부한 반면, 후자는 비판적 관점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두 모델을 병렬적으로 비교해 약소국 외교정책의 종속적 성격을 탐색적으로 분석한다.
협상모델은 강대국이 약소국의 외교정책을 보상과 처벌의 교환관계를 통해 조정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약소국은 경제·군사원조와 같은 보상에 대한 부분적 대가로 미국 등 강대국의 선호에 맞춰 행동하며, 이러한 관계는 명시적 협상이 아니라 양측이 암묵적으로 기대를 인식하는 상호주의적(tit-for-tat) 패턴으로 지속된다. Moon은 원조를 ‘보상’, 유엔 투표 일치도를 ‘순응’의 지표로 설정해, 보상이 많을수록 순응이 높고, 순응이 높은 시기에 보상이 집중되는 통계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면 이 모델이 성립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는 무역·투자 등은 정치적 교환의 수단이 아니므로 포함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협상모델은 결국 약소국의 외교정책을 단기적 물질적 유인에 의해 조건화된 행태적 적응으로 설명한다고 요약한다.
협상모델은 강대국과 약소국이 상호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보상과 처벌을 매개로 교환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약소국의 순응 정도에 따라 원조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원조가 국내경제나 정권유지 등 다른 목적도 지니기 때문에 이런 이상적 조건은 충족되기 어렵다.
또한 이 모델은 약소국이 ‘외부영향이 없을 때의 기준선(baseline)’ 행동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며, 실제 행동은 그 기준선에 강대국의 보상·제재 자극에 대한 반응이 더해진 결과로 본다.
따라서 약소국은 강대국보다 더 큰 단기적 유연성을 지니며, 외교정책은 강대국의 행동에 적응적으로 변화(adaptive behavior) 한다고 본다. 이 모델이 성립한다면, 양국 간에는 보상(원조)과 순응(정책 일치) 간의 명확한 통계적 상관관계가 횡단적·종단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협상모델이 성립하려면, 통계적으로 다음이 관찰되어야 함:
- 강대국의 보상행동(reward behavior)은 횡단적(cross-sectional)·종단적(longitudinal)으로 유연하게 변해야 함.
- 약소국의 순응행동(compliance behavior)도
시간에 따라 유연하게 변해야 함.
- 두 행동 간에는 횡단적·종단적 차원 모두에서 명확한 상관관계(correlation) 가 존재해야 함.
의존모델(dependency model)은 협상모델과 달리, 약소국의 외교정책을 단기적 보상–응답의 결과가 아닌 장기적 구조적 종속의 산물로 이해한다. 이 관점은 힘(power) 관계보다 의존(dependencia) 이론에 기반하며,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관계를 불균형적 구조적 관계(structural relationship) 로 본다.
약소국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다양한 침투적(penetrative) 거래와 제도적 연결을 통해 정치적 자율성을 점점 잃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대국은 더 이상 ‘원조나 보상’ 같은 단기적 수단을 자주 쓸 필요가 없게 되며, 약소국 내부에는 강대국 엘리트와 가치관·이익을 공유하는 종속적 엘리트(‘comprador elite’) 가 형성된다. 이 엘리트는 자국 대중보다 오히려 강대국의 관점에 가까운 외교정책을 채택하며, 그 결과 협상 없이도 강대국의 이익과 일치하는 정책이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즉, 외교정책 왜곡은 단순한 외교적 압력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적 종속이 엘리트의 인식·이익·정책선호를 장기적으로 재구조화한 결과이다. 따라서 약소국의 ‘기준선(baseline) 행동’은 이미 강대국의 선호와 큰 차이가 없으며, 보상이나 처벌을 통한 협상 자체가 불필요해진다.
원조나 경제교류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더 이상 ‘보상행위’가 아니라 의존을 재생산하는 수단(dependency-producing transaction) 으로 기능한다. 이런 관계에서는 원조나 순응의 변동폭이 작고, 양자 간 통계적 상관관계도 뚜렷하지 않다.
Moon은 의존관계가 주로 경제적 요인(FDI, 무역 집중도 등) 으로 측정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연결까지 포함된 ‘종속의 종합적 증후군(syndrome)’ 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러한 다층적 상호연결성 때문에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연구 설계상 한계(다중공선성, 허위상관 등)를 인정하며, 본 연구의 측정은 탐색적 시도(first-cut) 에 불과하다고 밝힌다.
Moon(1983)은 강대국이 약소국의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제로 측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 대안으로 유엔총회 투표 일치도(UN voting agreement) 를 사용한다. 이는 미국과 각국이 유엔에서 같은 표를 던졌는지(찬성·반대·기권)를 점수로 계산해 평균화한 지표이다. 다만 단순히 미국과의 일치도가 높다고 해서 영향력이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일부 국가는 본래 미국과 유사한 정치체제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영향이 없어도 자연히 같은 방향으로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Moon은 각국의 정치적 민주화 정도, 경제발전 수준, 국가 규모, 정치적 불안정성 등 국가 속성 변수를 통제하고, 그 요인들로 설명되지 않는 ‘잔여 부분(residual)’을 미국의 영향 또는 의존으로 인한 정책 왜곡(distortion) 으로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요인분석(factor analysis)과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을 통해 기준선(baseline) 행동을 추정하지만, 그는 이러한 방법이 완전하지 않음을 인정한다. 왜냐하면 약소국의 발전 수준이나 정체 유형 자체가 이미 외부 의존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Moon은 유엔 투표 데이터를 실제로 다루는 과정에서 회기별 의제(agenda) 변화가 투표 결과의 변동을 크게 왜곡한다는 문제를 발견한다. 예를 들어, 어떤 해에는 동서냉전(East–West) 관련 안건이 많아 미국과의 일치도가 높게 나타나고, 다른 해에는 남북문제(North–South) 안건이 많아 일치도가 낮아지는 식이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그는 각 회기별 평균 투표 일치도를 기준으로 편차 점수(deviation score) 를 계산하여, 의제 차이의 영향을 줄인 ‘수정된 일치도 지표’를 만든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19개국, 아랍권 중심의 12개국 등 지역별로 성향이 비슷한 국가 그룹의 평균값을 활용해 각국의 일치도를 정규화(normalization)함으로써, 시계열적으로 비교 가능한 지표를 구축한다. Moon은 이러한 방법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연구보다 더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측정 방식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본 연구를 “영향력과 종속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려는 탐색적 첫 시도(first cut)”라고 규정하며, 향후 연구에서 더 정교한 측정 모델이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Moon은 먼저 횡단적 분석(cross-sectional analysis) 을 통해 미국의 각종 원조(loan, grant, 군사·경제 지원 등)가 제3세계 국가들의 유엔 투표행태(미국과의 일치도)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본다. 그 결과(Table 2~3)에 따르면, 군사원조(military grants) 와 평화봉사단(Peace Corps) 파견은 특히 미국과의 투표 일치도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이는 협상모델이 주장하는 “보상 → 순응” 관계를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반면, PL 480 식량원조(loan · grant) 처럼 인도적 성격이 강한 원조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모든 원조가 ‘보상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체 상관계수는 대체로 낮아, 원조가 단지 외교정책 조정 수단이라기보다는 인도주의적·경제적 목적을 함께 가진다고 본다.
이후 Moon은 의존모델 관점에서 원조와 투표 일치도 간의 관계를 다시 해석한다. 원조는 단기적 보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종속 구조를 유지·강화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Table 4~5에서 그는 무역, 방위조약, 무기거래, IGO 회원국 중복, 전화통화량 등 다양한 미국과의 집중적 관계(concentration variables) 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의 관계가 밀접할수록 외교정책이 미국과 비슷해지는 경향을 확인한다. 즉, 투표 일치도는 단순한 협상의 결과라기보다 사회·경제·군사적 연결망이 낳은 구조적 종속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방위조약이 있는 경우 투표 일치도가 현저히 높았고, 방위조약 효과를 통제하면 군사원조의 영향력은 거의 사라졌다. 이는 원조가 ‘보상’이라기보다 종속관계 유지의 일부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종단 분석(longitudinal analysis) 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원조와 투표의 관계를 추적한다. 1946~1975년 기간의 시계열 데이터를 이용해 각국별로 상관분석을 수행했지만, 전체의 25% 미만만이 유의미한 관계(P < 0.05) 를 보였고 일부는 오히려 ‘반대 방향’의 결과가 나타났다. 군사원조와 총회(plenary) 투표를 중심으로 한 세부분석에서도, 부분적으로 긍정적 상관이 확인되긴 했지만 강력한 인과관계로 보기에는 부족했다. Moon은 이를 통해 “일부 협상적 영향은 존재하나, 그 효과는 제한적이며 장기적 종속 구조가 더 강력한 설명력”을 가진다고 결론짓는다.
약소국의 친미적 외교정책은 “거래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라는 것.
연구 설계 및 측정 (Research Design and Measurement)
- 분석단위:
미국–제3세계 88개국 간의 쌍(dyadic relationship)
회기(연도)별 미국과 각 국가 간의 평균 투표 일치도(country–year level voting coincidence)
- 시기: 1946–1975 (UN 제1~29차 총회)
- 종속변수:
유엔총회 투표 일치도 (raw index + residual index)
- 독립변수:
- 협상모델: 원조(loan, grant, military aid, Peace Corps 등)
- 의존모델: 무역 집중도, IGO 중복도, 방위조약, 전화·교류량 등
- 통제변수:
국가 속성 (민주주의, 경제발전, 규모, 불안정성 등)
이 논문은 강대국이 약소국의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 과정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위기 협상(crisis bargaining) 사례에 집중하거나, 주로 강대국 간 관계를 다루며, 약소국의 정책결정 메커니즘을 일반화하지 못했다. 이에 저자는 제3세계 국가들의 유엔 투표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국과의 정책 일치 정도를 설명하려 한다. 논문은 두 가지 영향모델을 대비한다. 첫째, 협상모델(bargaining model)은 약소국의 정책결정을 자율적이되, 원조·위협·보상 같은 강대국의 단기적 행동에 의해 조정되는 과정으로 본다. 둘째, 의존모델(dependency model)은 장기적·구조적 의존관계 속에서 영향이 간접적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즉, 결정의 순간이 아니라, 정책결정자가 선발되고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이미 강대국의 가치와 이해가 내면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자가 이론적·실증적 검증이 풍부한 반면, 후자는 비판적 관점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두 모델을 병렬적으로 비교해 약소국 외교정책의 종속적 성격을 탐색적으로 분석한다.
Moon(1983)에서는 GDP per capita를 단순한 국가 수준 변수(monadic attribute)로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미국과의 경제발전 격차, 즉 경제적 유사성(economic similarity) 이 정책 선호(preference alignment) 의 주요 결정요인으로 작동했어야 했다. 경제발전의 절대치보다 그 차이(difference)가 선호의 차이와 투표 일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과 각국의 경제발전 수준 격차와 정치이념 차이를 포함한 회귀모델은 유엔총회 투표 일치도를 유의하게 예측할 수 있다. 경제·이념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투표 일치 확률이 높아지며, 이는 강제나 보상이 아니라 선호의 구조적 유사성(preference similarity) 으로 설명된다.
Moon(1983)의 실질적 종속변수는 residual voting agreement, 즉 국가 속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국의 영향력(influence) 또는 구조적 종속(dependence)이 반영된 투표 일치도의 잔여치.
진정한 의미의 ‘power의 영향력’ 은 국가의 선호·체제·경제적 요인을 모두 통제한 뒤 남는잔차(residual),즉 자연스러운 유사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치의 부분에서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종속이 선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Moon(1983)에서 ‘종속(dependence)’은 단순히 설명되지 않은 오차가 아니라, 선호 요인을 모두 통제한 뒤에도 남는 투표 일치도의 잔여치(residual) ,즉 자연적 선호를 넘어선 구조적 영향력의 지표로 관찰된다.
| 구분 | 협상모델 (bargaining) | 의존모델 (dependency) |
| 분석 초점 | 보상–응답의 행동 변화(behavioral change) | 구조적 종속에 따른 선호 왜곡(preference distortion) |
| 통계적 구현 | 원조 등 dyadic 변수 → 투표 일치 | 국가 속성 통제 후 잔차(residual) → 종속 효과 |
| 종속의 의미 | 단기적 영향력 (power) | 장기적 내면화 (dependence) |
| 실증적 표현 | 상관관계(co-movement) | 잔차(residu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