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의 국제사회론
Lee Ward, John Locke and Modern Life , Ch. 7 International Relation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0), pp. 261-91.
로크는 국제관계를 전통적 현실주의가 말하는 무질서한(anarchic) 경쟁 체제가 아니라, 자연법과 국제 관습이 일정한 규범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제적 자연상태로 이해한다. 그는 국가들이 여전히 “자연 상태”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약속(조약)을 지키고 기본 도덕 규범을 따르는 점을 강조하며, 이 틀에서 국제관계는 느슨하지만 실제적 규범성을 가진 ‘국제사회(society of states)’로 성립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국제사회에서 자연법의 핵심 원칙은 ‘비침해(nonaggression)’이며, 이는 개인·국가 모두에게 적용되어 타인을 공격하거나 억압하는 행위는 정당한 응징의 대상이 된다.
로크의 자연법과 처벌 개념은 국제 영역에 그대로 적용되며, 그는 정당한 전쟁·개입·처벌·정복이 모두 자연법에 의해 조건부로 허용된다고 본다. 이 논리는 전통적 주권 이론을 약화시키는데, 로크에게 ‘주권’은 절대적 권력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동의가 위임한 신탁적 권위(trust)이며 자연법이라는 더 상위의 도덕 기준에 의해 제약된다. 따라서 공격적 전쟁을 일으킨 정부는 정당성을 잃고, 그 구성원들만이 처벌 대상이 된다. 정복은 지배권을 자동으로 정당화하지 않으며, 여성·아동·무관한 시민들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고, 정복 이후에도 그 사회는 고유한 자치권(self-government)을 유지할 잠재력을 지닌다. 이런 구조는 “국가 전체는 무고하다”는 전통적 주권 개념보다 개별 사회의 도덕적 지위를 중심에 둔다.
이 모든 논리를 종합해 로크는 국제질서를 주권국가들의 절대적 영역이 아니라 자치하는 사회들(self-governing societies) 간의 규범적 관계망으로 이해한다. 그는 플루럴리스트(다원주의적)처럼 각 사회의 자치와 불간섭을 존중하지만, 동시에 자연법이라는 보편적 도덕 기준에 따라 심각한 불의·억압·침략에는 개입할 수 있다는 솔리다리스트(연대주의적) 요소도 인정한다. 이 때문에 로크는 식민주의 정당화자로 읽힐 여지가 있지만, 그의 이론은 실제로는 무제한 정복을 허용하지 않고, 자연법·관습·자치권을 통해 국제적 개입의 정당성과 제한을 동시에 제시한다. 결국 로크의 국제관은 현대의 주권 논쟁, 인도적 개입, 전쟁 윤리를 선취적으로 비추는 이론적 기반을 형성한다.
로크는 국제관계를 단순한 무정부(anarchy)가 아니라 정부와 구분되는 ‘사회(society)’들로 이루어진 규범적 국제사회로 이해한다. 사회는 정복이나 혁명으로 정부가 무너져도 계속 존재하며, 고유한 자치권(self-government)을 유지한다. 자연법의 비침해 원칙, 상호 약속(조약), 묵시적 영토 승인과 같은 관습은 이러한 사회들 사이에 최소한의 질서를 만든다. 따라서 정복은 범죄 지도자 처벌이나 공격 억제의 목적에 제한되며, 일방적 영토 병합·예방전쟁·무차별적 보복은 자연법 위반으로 금지된다. 이 구조에서 ‘주권’은 절대적 권한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위임한 신탁적·조건부 권위에 불과하며, 사회의 자치권은 오히려 더 근본적이고 우선적이다.
식민주의 논란과 관련해, 로크는 ‘황무지 이용’ 논리를 제시했지만 이를 정복·지배의 일반적 정당화 근거로 확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미경작지를 자연법 위반으로 보지 않았고, 정복자가 토지를 무제한으로 차지하거나 원주민 사회를 파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법의 처벌 권한은 유럽의 침략적 군주(예: 루이 14세) 같은 실제 공격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개입 문제에서도 그는 개입의 의무를 주장하지는 않지만, 외부 침략과 내부 억압을 동일한 자연법 위반으로 보아 소수자 탄압·대규모 인권침해·극단적 인도적 위기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다. 국제 규범의 제도화에는 회의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자연법의 도덕 기준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낙관을 유지한다.
로크는 전쟁과 평화가 오직 정부의 권한에 달린 ‘주권국가 체제’가 아니라, 정부보다 더 근본적인 결사체로서의 사회(society)들이 서로 상호 승인하며 구성한 국제사회(international society)를 상정한다. 국제관계는 영구적인 자연상태이지만 무질서가 아니라 자연법·조약·관습·묵시적 승인(tacit recognition)이 작동하는 규범적 관계망이며, 전쟁을 일으킨 정부는 그 순간 공적 지위를 잃고 자연상태의 개인 집단으로 떨어진다. 이런 구조에서 주권은 절대적 권력이 아니라 구성원의 동의가 위임한 신탁적 권위(trust)에 불과하며, 자연법이 이를 상위에서 제약한다. 따라서 정복은 범죄 지도자에 대한 제한적 처벌에 국한되고, 영토 병합·예방전쟁·사회 파괴는 자연법 위반으로 금지된다. 로크가 식민주의를 정당화했다는 비판은 ‘황무지’ 논리만을 과도하게 해석한 것으로, 그는 미경작을 자연법 위반으로 보지 않았고 원주민 사회의 자치를 파괴하는 토지 점유나 무제한 정벌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국제사회에서 자연법의 비침해 원칙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적용되며, 외부 침략과 내부 억압은 동일한 자연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로크는 개입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국제 제도 부재·판단의 편향 위험·자기보존 우선성 때문에 개입 의무는 부정한다. 즉 그는 플루럴리스트적(자치·불간섭 중시)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솔리다리스트적(보편적 도덕 기준)에 따라 대규모 인권침해·종교·민족적 억압·잔혹한 통치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할 여지를 열어둔다. 동시에 국제 규범은 자연법의 보편성뿐 아니라 사회들 간의 관습·묵시적 승인·영토 인정이라는 이중 층위에서 형성되며, 로크는 국제 제도화에 회의적이지만 장기적으로 국제사회가 보편적 권리 보호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다는 도덕적 낙관을 유지한다. 결국 로크의 국제관은 절대적 주권 질서가 아니라 자치하는 사회들의 국제사회, 그리고 개입은 허용되지만 의무는 아닌 규범적 자연상태라는 독특한 두 축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