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O 사회화 효과의 조건
Bearce, David H. and Stacy Bondanella. 2007. "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s, Socialization, and Member-State Interest Convergence." International Organization 61(4):703-733.
이 논문은 국제기구(IGO)가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비슷하게 만든다는, 이른바 구성주의적 ‘국제 사회화(international socialization)’ 가설을 대규모 통계 분석으로 검증한다. 기존 합리주의 연구는 IGO 효과를 정보 제공·거래비용 감소 같은 기제에 한정하며 국가의 선호는 외생적(exogenous)이라고 가정해 왔다. 반대로 구성주의는 국가의 이익과 정체성 자체가 제도적 맥락에서 형성되고 변화한다고 보지만, 지금까지는 유럽 사례 중심의 소규모 연구가 많아 이 가설의 체계적·전 지구적 검증은 부족했다. 이에 저자들은 UN 총회 투표 등에서 측정된 dyadic interest similarity 지표, 그리고 IGO의 제도화 정도(structured vs unstructured) 자료를 활용해 국제 사회화가 실제로 발생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의 실증 분석 결과, 제도화된(structured) IGO는 회원국의 정책 선호를 유의미하게 수렴(convergence)시키는 강한 사회화 효과를 보였으며, 이는 단기적 정보효과가 아니라 시간이 축적될수록 강화되는 장기적 사회화 과정임을 보여준다. 반면 제도화되지 않은(unstructured) IGO는 아무 효과가 없었고, 더 나아가 강대국–약소국처럼 권력 격차가 큰 dyad에서는 사회화 효과가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한계도 확인된다. 이는 IGOs가 단순히 정보 전달이나 거래 비용 감소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며, 구성주의의 핵심 주장(제도가 국가 이익을 변화시킨다)이 거시적 자료에서도 경험적으로 지지됨을 뜻한다. 동시에 합리주의자에게도, 제도가 행동뿐 아니라 이익 자체를 형성하는 별도 causal mechanism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저자들은 구성주의 IR 이론의 핵심인 국제 사회화(international socialization) 개념을 정교하게 정리하며, IGOs가 국가의 정체성과 이익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Type II(깊은) 사회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사회화란 지속적 상호작용 속에서 행위자들이 새로운 규범·정체성을 습득해 기존과 다른 이익을 갖게 되는 과정이며, 이는 정보 제공이나 규칙 준수에 머무는 Type I 사회화와 구별된다. Wendt가 말하듯, 구성주의의 고유성은 정체성과 이익이 ‘사회적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는 주장에 있다. 따라서 검증해야 할 핵심 가설은 단순하다: IGOs는 회원국 간 이익을 더 유사하게 만드는가? 즉, 더 많은 공동 IGO 가입은 더 큰 이해관계 수렴(convergence)으로 나타나는가? 그러나 합리주의자들은 이익을 외생적으로 가정하며 이 가설에 회의적이며, 일부 현실주의자는 IGOs를 강대국이 약소국을 압박하는 도구로 간주하여 사회화가 오히려 억제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이론적 견해 차이 때문에, 국제 사회화가 실제로 국가 수준에서 관찰 가능한지 (특히 정체성 변화가 이익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는 구성주의와 합리주의 모두에게 중요한 논쟁 지점이다.
기존 경험적 연구는 사회화 가설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 첫째, 대부분 소수 사례 중심·질적 연구에 의존해 과잉결정(overdetermination) 문제를 피하지 못했고, 구성주의자들조차 이러한 한계를 지적해 왔다. 둘째, 비교적 규모가 큰 실증 연구도 대부분 유럽(EU, CoE, OSCE 등)에 집중되어 있는데, 서유럽은 사회화가 일어나기 쉬운 “most likely case”이므로 일반화 가능성이 떨어진다. 셋째, 유럽 내부 연구조차 사회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결과가 많았다. 예컨대 EU 관료 연구(Hooghe)는 정체성·선호가 여전히 국가적 사회화에 더 크게 의해 설명됨을 보였고, 동유럽 소수자 정책 연구(Kelley)는 국내 반대가 약하거나 소수 집단의 협상력이 클 때만 IGO의 사회화 효과가 나타난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점에서, “IGOs가 회원국 이익을 유의미하게 수렴시키는가?”라는 구성주의 핵심 명제가 실제 국제 시스템 전반에서 성립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따라서 저자들은 이 가설이 여전히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 대규모·전지구적·체계적 경험적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연구설계
(1) 저자들은 본격적인 경험분석에 앞서 핵심 가설을 다시 명확히 설정한다: 두 국가가 더 많은 국제기구(특히 구조화된 IGOs)에 공동 가입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두 국가의 이익(interests)이 더 유사해져야 한다(interest convergence). 이 분석의 단위는 이론적 단위인 국가를 반영해 dyad-year이며, 종속변수는 Gartzke의 AFFINITY 지표(UNGA 표결 유사도)로 측정된다. AFFINITY는 군사동맹 데이터처럼 행동 그 자체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표결 선택의 방향성 자체의 유사성을 반영해 이익을 비교적 넓은 정책 영역에서 포착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다만 UNGA 결의가 비구속적이기 때문에 전략적·상징적 블록 투표가 발생할 수 있어 이익 측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비해 저자들은 dyad fixed effects와 극단값 제거 등으로 이러한 편향을 통제하며, 동맹 유사도 지표를 로버스트니스 체크로 활용한다.
(2) 독립변수는 두 국가가 공동으로 가입한 구조화된(structured)·개입적(interventionist) IGOs의 수(연도별)이다. 이는 사회화가 ‘높은 상호작용 밀도(high-density interactions)’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이론적 논리를 반영한다. Boehmer, Gartzke, Nordstrom의 분류를 활용해 사무국·집행기구·절차적 규범 등을 갖춘 IGOs만 포함하고, 형식적 존재에 가까운 minimal IGOs는 배제한다. 측정이 약간 조잡(noisy)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대규모 데이터에서는 오히려 유의미한 효과를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만약 양(+)의 효과가 발견된다면 오히려 강한 입증이 된다. 모델은 다수의 통제변수를 포함하는데, 외교 접촉량(EXTRA-IGO CONTACT),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체제 차이(Polity score), 경제 상호의존(DYADIC TRADE), 경제발전 격차, 상대적 경제 규모·군사력, 식민지 관계, 지정학적 거리 등이다. 또한 시간적 자기상관을 통제하기 위해 1기 이전의 AFFINITY(LDV)를 포함한다.
(3) 분석 설계의 핵심은 독립변수에 5년 시차(lag)를 두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내생성 문제 (즉 “이익이 비슷한 국가들이 더 많은 IGO에 함께 가입하는 것”)이라는 반대 인과를 차단하기 위해 1년 lag보다 훨씬 긴 시차가 필요하다. 둘째, 구성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사회화는 “반복된 상호작용을 통한 수년간의 누적적 과정”이기 때문에, 3–4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이론적 주장(Checkel, Zürn)에 부합한다. 따라서 5년 lag을 기본값으로 설정한 뒤, 다양한 lag 설정을 통해 강건성 검증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구조화된 공동 IGO 가입이 향후 이익 수렴을 초래한다면(예상된 사회화 효과) 회귀식에서 양(+)의 유의한 계수가 나타나야 하며, 반대로 이익이 더 멀어지면 음(-)의 계수가, 아무 효과가 없다면 통계적으로 비유의미한 계수가 나타날 것이다.
결과
연구진은 먼저 ‘구조화된 IGO에 함께 속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두 나라의 관심이 더 비슷해지는가?’를 OLS 회귀로 검증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래부터 비슷한 나라일 수도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yad fixed effects(국가쌍 고정효과)를 넣어, 한 쌍의 국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만 비교했다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 5년 전 두 나라가 함께 가입한 구조화된 IGO 수는 AFFINITY(UN 총회에서 두 나라가 얼마나 비슷하게 투표하는지)의 변화를 유의미하게 높였다(p < .001). 즉, 단순한 제도 가입이 아니라 사무국·회의체·기구·절차 등이 잘 갖춰진 IGO에서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할수록, 시간이 지나면서 두 나라의 외교적 관심이 더 닮아갔다. 심지어 UNGA 투표에서 항상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투표하는 극단 사례를 제거하거나, 아예 다른 의존변수(군사동맹 포트폴리오 유사성)를 사용해도 결과가 유지돼 “사회화 효과”가 강건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역별로 분석해도 유럽·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 대부분에서 사회화 효과가 나타났으며, 특히 아시아는 국내정치·경제 요인이 약해서인지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이 효과가 ‘정보 제공’ 때문인지, ‘사회화(정체성·관점 변화)’ 때문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IGO 변수의 시간차를 0년~7년까지 바꿔가며 비교했다. 정보 제공이라면 IGO 가입 직후(0~1년)에 효과가 가장 커야 하는데, 실제로는 시간이 3~5년 정도 지나야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고, 이후 6~7년 시점에서도 유지되었다. 즉, 단기 정보충격이라기보다는 IGO 내 반복적 접촉에서 축적된 중장기 사회화 효과가 더 잘 설명한다는 결론이다. 또한 lagged dependent variable(전년도 AFFINITY)을 넣으면 계수 값이 작아지는(attenuation bias)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제거하고 다시 분석해보면 IGO 효과는 오히려 두 배 이상 크게 나타나, 보고된 결과가 ‘보수적(estimation is conservative)’이라는 점도 확인되었다. 요약하면, 구조화된 IGO는 단순 정보 교환을 넘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의 관심과 태도를 실제로 수렴시키는 사회화의 장으로 기능한다는 강력한 통계적 증거가 제시된 것이다.
부록
첫째, 연구진은 “구조화된 IGO만이 사회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 미니멀 IGO(사무국·집행기관·사법기관 없이 사실상 이름만 존재하는 IGO)를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구조화된 IGO와 미니멀 IGO를 합쳐 ‘총 IGO 수(Total IGOs)’로 계산하면 효과가 오히려 약해졌고, 미니멀 IGO만 따로 보면 사회화 효과는 거의 없거나 오히려 부정적(관심이 멀어지는 방향)이었다. 즉, “많이 만날 수 있는 제도적 구조”가 있어야 사회화가 일어난다는 기존 이론적 판단이 경험적으로도 정확했다는 것이다.
둘째, 연구진은 “강대국–약소국 관계에서는 사회화가 제한된다”는 새로운 현실주의(realist) 가설도 함께 테스트했다. 이를 위해 “구조화된 IGO × 상대 군사력 격차”라는 상호작용항을 넣었고, 결과는 현실주의의 예측과 일치했다. 힘이 비슷한 국가쌍(균형 상태)에서는 IGO가 관심을 비슷하게 만드는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힘의 불균형이 커질수록 사회화 효과는 약해지고 거의 사라졌다. 즉, 강대국이 IGO를 통해 약소국을 ‘끌고 가는(coercion)’ 상황에서는 관심 수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현실주의적 제한 조건이 성립한다.
셋째, 이러한 강건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IGO가 단순한 정보 제공자를 넘어 국가의 관심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구조적 사회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UN 투표(Affinity)나 IGO 구조 분류가 완벽한 지표는 아니기에 더 정교한 측정이 필요하지만, “IGO는 국가 이익을 형성한다”는 구성주의 핵심 주장에 대해 대규모 계량 분석 차원에서 최초로 강한 증거를 확보한 셈이다. 동시에 연구는 현실주의적 제약도 보여줌으로써, 구성주의와 합리주의 양쪽 이론 모두에 새로운 의미를 제공한다. 즉, 국제 제도는 이익을 변화시키지만, 그 효과는 제도의 구조성과 권력관계에 달려 있다는 보다 통합적인 설명을 제시한다.
| 구분 | 내용 |
| 연구질문 (RQ) | 구조화된 IGO(structured IGOs)가 회원국 간 관심(interests)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비슷하게(convergence) 만들까? |
| 가설 (H1: Institutional Socialization) | 두 국가가 더 많은 구조화된 IGO에 공동 가입할수록, 시간이 지나며 UN 표결 유사성(Affinity)이 높아진다. |
| 추가 가설 (Realist Scope Condition) | 사회화 효과는 힘이 비슷한 국가쌍에서 강하고, 힘의 격차가 클수록 약해진다. (Power preponderance → weaker socialization) |
| 단위(Unit of Analysis) | Dyad-Year (국가쌍–연도) |
| 종속변수(DV) | AFFINITY (UNGA 롤콜투표 유사도, -1 ~ +1) → 두 국가의 ‘외교적 관심’ 유사성 척도 |
| 주요 독립변수(IV) | Joint Structured IGO Membership (t−5 lag): 두 국가가 공동 가입한 ‘구조화된/개입형’ IGO 수 |
| 왜 5년 지연(lag)? | 사회화는 단기 정보효과가 아니라 장기적 정체성·관점 변화이므로, 3~5년 시차 필요 |
| 조작적 정의(IGO 분류) | - Minimal IGO: 구조 없음, 사무국 약함 (사회화 X) - Structured IGO: 사무국·집행·규칙 있음 (사회화 가능) - Interventionist IGO: 대출·프로그램·사법기능 포함 (가장 사회화 강함) |
| 통제변수(Controls) | - Lagged DV (Affinity_t−1) → 시간 자기상관 통제 - Extra-IGO Contact (외교공관 수) - Domestic Political Difference (Polity 차이) - Dyadic Trade (무역 의존도) - Relative Economic Development (GDP per capita 차이) - Relative Economic Size (GDP 규모 차이) - Relative Military Power (군사력 비율) - Alliance portfolio similarity (robustness) |
| 추정방법(Method) | - OLS with robust standard errors clustered by dyad - Dyad Fixed Effects 포함 모델을 핵심결과로 채택 |
| 역인과(endogeneity) 해결 | - 5년 lag로 관심 → IGO 가입의 반대 인과 제거 - Dyad FE로 ‘원래 비슷한 나라’ 문제 제거 |
| 강건성 검사(Robustness) | - Minimal IGO 포함 시 효과 약화 → "structure matters" 검증 - DV를 alliance similarity로 교체해도 효과 유지 - 극단적 AFFINITY 값 제거해도 효과 ↑ - LDV 제거 시 효과 두 배로 증가(attenuation bias 확인) |
| 현실주의적 제한 조건 검증 | Interaction: Structured IGO × Relative Military Power → 힘 불균형 커질수록 사회화 효과 약화 |
| 결론(요지) | 구조화된 IGO는 장기적 사회화를 통해 회원국의 관심을 수렴시키지만, 미니멀 IGO는 효과 없음. 또한 강대국–약소국 관계에서는 사회화 효과가 제한된다. |
| 구분 | 사회화(Socialization) | 정보효과(Information Effect) |
| 이론적 전통 | 구성주의(Constructivism) | 합리주의 / 신자유제도주의(Rationalism) |
| 핵심 논리 | IGO 안에서 반복적·지속적 상호작용이 누적되며 정체성·규범·관점 변화 → 이익 변화 | IGO는 정보를 제공하여 불확실성 감소 → 기존 이익 하에서 더 정확한 선택 가능 |
| 이익(interests) | 내생적(endogenous): 시간이 지나며 변함 | 외생적(exogenous): 변하지 않음 |
| 작동 방식 | “나는 이런 공동체의 일원이다” → 신념·규범 내면화 | IGO가 감시·보고·정보 제공 → 상대의 의도·능력에 대해 더 잘 알게 됨 |
|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 | 느리고 장기적(3~7년): 정체성 변화 필요 | 즉각적 또는 단기적(0~1년): 정보 도달 즉시 효과 |
| 필수 조건 | 구조화된 IGO(사무국, 절차, 집행·사법 기능) + 반복적 접촉 | IGO의 감시 기능, 회의, 보고서 등 기본적 정보 제공이면 충분 |
| 예측되는 결과 | UNGA 투표 유사성 증가, 정책 선호 수렴 | 불확실성 감소로 오해·위험 우려 감소, 협상 안정성 증가 |
| 강대국–약소국 관계에서 | 강대국이 약소국을 압박하면 → 사회화 약화 | 강대국이 정보경제적 역할을 하면 → 효과 유지 가능 |
| 경계되는 현상 | 전략적 적응(“role playing”)과 진짜 내면화 구분 어려움 | 정보가 많아도 이익이 다르면 행동이 달라짐 |
| 자료에서 나타나는 패턴 | lag 효과가 점점 커짐 → 시간이 지나야 효과 가장 큼 | lag 효과는 짧고 즉각적 → 시간이 지나면 약해짐 |
| Bearce & Bondanella(2007) 결과 | 5년 lag에서 가장 강함 → 사회화 지지 | 0~1년 lag에서도 효과 존재하지만 작음 → 정보효과 단독 설명은 어려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