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nysh, Finkel & Gehlbach 2023
Charnysh, Finkel & Gehlbach (2023) — "Historical Political Economy: Past, Present, and Future"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26: 175-191
1. 이 논문이 하는 일
HPE라는 분야 전체를 지도처럼 그려주는 리뷰논문임. HPE 정의하고, 실제로 어떤 논문들이 이 분야에 속하는지 데이터로 세어보고, 세 가지 용도로 분류하고, 마지막으로 현실적 어려움과 방향을 다룸. Cirone & Pepinsky가 "역사적 지속성"이라는 좁은 이슈에 집중했다면, 이 논문은 HPE라는 더 큰 분야 전체를 조망함.
2. HPE 정의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HPE로 분류됨:
- 정치경제학 조건: 통계적으로 반증 가능한 주장을 검증하거나, 게임이론 같은 정식모델(formal theory) 사용
- 역사적 조건: 1945년 이전(2차대전 종전, 냉전 시작, 탈식민화 시작) 주로 다룸
1945년을 기준으로 잡은 이유: 그 이후는 설문조사 등 다른 방법론으로도 충분히 연구 가능한 시기라 "역사적"이라 부를 필요 없다고 봄. 중국은 예외 — 1949년 공산화, 1966~76년 문화대혁명이 그 자체로 중요한 제도적 단절이라 HPE로 취급함.
이 기준 다소 임의적이라는 점 저자들도 인정함. 동유럽 공산주의 유산 연구는 시기상 최근이라 제외됨.
3. 실증적 현황 파악
2010~2021년 정치학 8개 주요 저널 다 뒤져서 HPE 논문 238편 찾아냄.
- 저널별 비중: World Politics(12%), APSR(9%), QJPS(8%) 순
- 국가 편중: 미국(26%), 영국(7%), 독일(6%) — 서유럽 선진국 압도적. 아프리카는 전체 5%뿐 (Cirone & Pepinsky가 지적한 지역편중과 정확히 같은 패턴)
- 시기 편중: 절반 이상이 "장기 19세기"(1789~1914) 다룸
- 분야 편중: 비교정치학 55%로 압도적, 국제정치학은 5%밖에 안 됨
4. 역사를 쓰는 세 가지 방식
역사를 어떤 목적으로 쓰는가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눔. 이게 이 논문의 진짜 기여임.
| 유형 | 목적 | 비중 | 대표 예시 |
| ① 과거 자체를 이해 | 역사 그 자체가 목적. 오늘날과 연결 안 지어도 그 시대 정치 이해가 가치 있다는 입장 | 51% (최다) | 영국 의회 연설 50만개 텍스트분석 → 참정권 확대가 정치언어를 더 쉽게 만들었음을 입증 (Spirling 2016) |
| ② 오늘날을 이해 | "옛날 원인(antecedent) → 오늘날 결과(outcome)"를 잇는 지속성 연구. Cirone & Pepinsky가 다룬 그 문헌 | 25% | 식민지 시절 페루 지방관직을 돈으로 판 게 오늘날까지 정치적 신뢰 저해 (Guardado 2018) |
| ③ 이론 검증 실험장 | 현재는 데이터 없어서 못 푸는 이론 논쟁을, 역사 속 좋은 데이터로 검증 | 30% | 선거자금 제한이 선거경쟁을 늘리는지 줄이는지 논쟁 → 영국 하원선거(1885~2019) 데이터로 검증 (Fouirnaies 2021) |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 "역사 다루는 논문"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님을 보여줌. ①은 역사학처럼 과거 자체가 궁금해서, ②는 오늘날 정치 설명하려고, ③은 역사가 그냥 "데이터 풍부한 실험실" 역할을 해줘서 씀.
①의 트레이드오프
새 미시적 증거(의회연설, 투표기록)로 예전 거시역사 주장 재검증 가능하다는 장점 있음. 근데 개별 원인 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역사적 우연성(contingency)과 사건 순서(sequencing)를 놓치기 쉬움.
②의 트레이드오프
장기적 관점 덕에 극단적 현상(대량학살, 착취적 제도)의 결과를 관찰 가능함.
- 메커니즘 증거 부족 고질적 비판 (Cirone & Pepinsky가 지적한 그 문제)
- 역사의 압축(compression of history): 원인-결과 사이 평균 227년 떨어져 있는데, 그 사이 수백년 다른 일들은 무시하고 "옛날 원인 → 오늘날 결과"만 이어붙이는 문제
- 가짜 상관관계(spurious correlation) 위험: 결과변수 후보가 사실상 무한해서, 우연히 유의미한 거 하나 찾아 "지속성이다!" 발표할 위험. 해법으로 사전등록(preregistration) 제안됨
③의 트레이드오프
역사 유용한 이유 두 가지: (a) 제도변화·장기시계열 데이터 제공해서 인과식별 쉬움 (b) 오늘날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못 보는 자료(미국 인구센서스는 72년 지나야 공개)를 역사자료에선 볼 수 있음. 단점은 외적 타당도. 그 시대에 성립한 관계가 오늘날에도 성립하는지 불확실함.
5. 메커니즘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근 시도
Cirone & Pepinsky가 지적한 "메커니즘 증거 부족" 비판에, 최근 연구들은 메커니즘 자체에 변이(variation)를 주는 연구설계로 대응함.
예시 (Charnysh & Peisakhin 2022): 갈라시아 지역이 123년간 합스부르크 제국 통치받은 게 오늘날까지 정치적 태도에 영향 준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짐. 근데 정확히 어떤 경로로 전달되는지는 불명확했음. 이 논문은 후보 메커니즘 중 하나인 "공동체 유대"를 따로 떼어내려고, 2차대전 후 갈라시아 주민이 폴란드 서부로 강제이주당한 사건 이용함. 이주하면서 원래 공동체가 흩어진 정도가 지역마다 우연히 달랐다는 점(자연실험) 이용해서 "가족/제도를 통한 전달"과 "공동체를 통한 전달"을 분리해냄.
6. HPE 연구자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
실무적 어려움
- 언어·시대 이중 부담: 오스만제국 연구자는 아랍문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연구자는 고딕체, 러시아제국 연구자는 개혁 이전 러시아어 읽어야 함. 게다가 현재와 과거 두 시기 맥락을 다 알아야 하는 경우 많음
- 데이터 접근성: 손글씨 인식 알고리즘 한계, 아카이브의 촬영 금지, 결국 손으로 직접 옮겨 적어야 하는 경우 많음. 심지어 얼음코어, 나이테, 호수 퇴적물 같은 "자연 아카이브"까지 활용
- 지리정보 문제: 옛 지명이 지금은 없어졌거나 이름 바뀌었거나 다른 나라 속하게 된 경우 많아서 자동 지오코딩 불가능. 수작업으로 직접 위치 찾아야 함
분석적(방법론적) 어려움
- 자료 자체의 편향: 과거 관료들이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세금, 국방)만 기록으로 남겼지, 오늘날 연구자가 궁금한 사회관계는 기록에 안 남아있는 경우 많음. 남아있는 기록 자체도 전체의 일부일 뿐임(문서 소실, 선택적 보관)
- 확증편향 위험: 단일원인의 효과 입증에 집중하다 보니, 자기 통계결과 뒷받침하는 역사적 해석만 골라 쓰는 경향
- Møller(2022)의 "황금률": "역사가들의 글을 읽고, 신중하게 읽어라" — (a) 역사학 최신 지식 따라가고 (b) 최소한의 추측으로 조작화 가능한 구체적 개념 쓰고 (c) 역사자료 불확실성 인정하라는 3원칙
- "역사를 앞으로 읽기(reading history forward)": 결과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원인을 거꾸로 짜맞추는(사후확증) 함정 피하고, 당시 시점에서 그 사건이 어떻게 보였을지 재구성해야 한다는 원칙
일반화 가능성의 딜레마
연구자들이 "내 결과가 널리 적용된다"는 걸 강조하려고 역사적 맥락의 특수성을 축소하려는 유혹 있음. 저자들은 "일반화 주장 자체도 이론적 가정"이라는 겸손함 필요하다고 지적함. 제도는 "다중 가닥(multi-stranded)"이라 농노제와 노예제가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각각 다른 제도들과 어떻게 얽혀 작동했는지는 완전히 다를 수 있음.
7. 앞으로의 방향
- 학제간 훈련 필요: 정치학 박사과정에서 아카이브 방법론 훈련 부족함
- "지식의 축적"을 지향해야: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자연실험만 쫓지 말고, 비슷한 연구설계를 여러 맥락에 적용해서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규명해야 함(Callis et al. 2023). Rozenas 비유: "다들 자기 벽돌만 던지고 있다”
- 미개척 주제: 인종, 젠더, 민족성, 기후변화 — HPE가 인과식별·정량화에 집중하다 보니 계량화하기 어려운 주제, 비공식 제도, 비엘리트, 비서구 사회가 상대적으로 덜 연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