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son & Koyama 2017
1. 핵심 질문 (Puzzle)
왜 어떤 나라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국가(state capacity)를 발전시켰고, 어떤 나라는 그러지 못했는가? 그리고 국가능력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근대 경제성장(modern economic growth)을 가능케 했는가? 이 논문은 개별 실증연구가 아니라 경제사 문헌 전체를 종합하는 리뷰(survey) 논문임.
즉 "국가능력과 경제성장" 문헌을 decompress해서, 유럽과 아시아의 다양한 국가건설 경로를 비교함으로써 그 관계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려 한다.
2. 국가능력(State Capacity)의 개념 정의
두 가지 구성요소
- 재정능력(Fiscal capacity): 경제로부터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는 능력
- 법적능력(Legal capacity): 통치 영역 전체에 규칙을 집행하는 능력
중요한 구분: 국가능력은 국가의 "크기(size)"나 "범위(scope)"와 다르다. 18세기 영국 국가는 경제에 개입하는 범위는 작았지만 국가능력은 높았다(고세수+법치). 반대로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은 국가능력이 낮을 수 있다. 정치적 중앙집권 = 국가능력도 아니라는 점.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면 오히려 비효율을 낳아 국가능력을 저해할 수 있음(Weingast의 연방주의 논의).
3. 이론적 입장: 국가능력 → 성장은 "조건부(contingent)"
핵심
국가능력이 크다고 자동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다. 국가능력이 시장을 보완(complement)할 때만 성장에 기여한다. 법치 없이 국가능력만 키운 20세기 사례들(공산권 등)은 지속적 성장에 실패했다. 즉 이 논문은 "국가능력 + 법치/제약(rule of law) = 성장"이라는 조건적 모델을 취함. (국가능력 단독 결정론이 아님)
4. 유럽 내 국가건설 경로 비교 (Section 2.1)
| 국가 | 경로 특징 | 핵심 메커니즘 |
| 영국 | 초기 동질성(homogeneity) → 낮은 비용으로 중앙집권 재정·법제도 구축 → 1688 명예혁명으로 왕권 제약 + 재정능력 동시 확보 | North & Weingast(1989)의 '입헌적 약속(credible commitment)' 테제, 이후 수정(내전기 1642-60이 실제 분수령이라는 재해석) |
| 프랑스 | 봉건적 이질성 높음 → 지역별 상이한 재정·법제도(pays d'élection vs pays d'état) → 프랑스혁명까지 법·재정 분절 지속 | 강제와 협상이 뒤섞인 점진적·불균등한 중앙집권 |
| 프로이센 | 소규모 인구 → 강제징병(canton 제도) + 조세도급(tax farming) 병행 → 강압적(coercive) 경로 (Tilly의 "coercion" 유형) | 군사경쟁 압박 하 강압적 국가건설 |
| 합스부르크 | 다민족·다언어 제국 → 마리아 테레지아/요제프 2세의 관료제 개혁 시도했으나 이질성 때문에 더디고 부분적 성공 | 이질성이 개혁의 비용을 높임 |
| 스페인 | 카스티야 중심 개혁에 그침, 아라곤 등 주변부는 별도 법·조세 체계 유지 → 통일 재정국가 형성 실패 | 통합 실패가 쇠퇴의 원인 (전통적 "과도한 지출" 설명을 논박) |
핵심 논증: 초기 동질성(homogeneity)이 낮을수록 중앙집권화 비용이 커지고, 국가건설이 더 강압적이거나 더디게 진행됨. Gennaioli & Voth(2015) 모델에 따르면 군사경쟁 심화가 동질적 국가(영국)엔 중앙집권 유인을 주지만, 이질적 국가(스페인, 폴란드)엔 오히려 불안정 위험 때문에 유인이 작동하지 않음.
5. 유럽 밖 사례 (Section 2.2)
- 중국(청): 관료제는 발달했으나 세율이 극히 낮음(유교 이념 때문인지 vs. 원리-대리인 문제로 통치자가 지방관을 통제 못해서인지 논쟁. Sng(2014) 후자 지지). 저세율이 상업을 방해하지 않아 청 전성기(1680-1794)엔 문제 없었으나, 19세기 서구 충격에 취약하게 만듦.
- 일본: 지정학적 경쟁 부재로 근세엔 국가능력 투자 유인 적었으나, 19세기 서구 위협 인식 후 지리적 협소함 덕에 엘리트들이 근대화에 신속히 조율(coordinate) → 이후 급속한 국가건설 성공.
- 만주(일본 식민지, Mattingly 2015): 만주-내몽골 국경이 원래 동질적 지역을 인위적으로 분할했다는 점을 이용한 RD 설계 — 일본 통치 지역이 오늘날까지 더 높은 국가능력·경제발전.
- 베트남(Dell et al. 2015): 1698년 중국식 관료국가가 통치한 북베트남 마을이 캄보디아식 세습통치 지역보다 오늘날 국가능력·조세순응·번영 모두 높음 — RD 설계.
- 아프리카: 노예무역(Nunn 2008)과 식민지 착취적 조세제도(Frankema, Herbst)가 오늘날 약한 국가의 기원. 특히 유럽과 대조적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전쟁이 국가건설을 촉진하지 않고 오히려 국가를 약화시켰다(Dincecco et al. 2015) — bellicist 명제의 지역적 한계.
6. 국가능력 → 성장으로 이어지는 5가지 메커니즘 (Section 3)
- 외부 약탈로부터의 보호(3.1): 전쟁 파괴 방지, 영토 경계 확립 → "폭력의 함정(violence trap, Cox et al. 2015)"에서 탈출
- 시장과의 보완관계(3.2): 국가가 지방 특권층의 지대추구(rent-seeking)를 억제해 시장통합 촉진.
- 라인강 통행세: 신성로마제국 쇠퇴 후 통행세소가 난립(60개 이상)해 이중한계화(double marginalization) 문제 심화 → 프랑스 혁명군 점령 후 통행세 철폐 → 쾰른 교역량 346% 증가
- 관세동맹(Zollverein): 프로이센 주도 → 밀 가격 격차 30% 감소(Keller & Shiue 2014)
- 효과적 관료제(3.3): 독일 대학 확산(교회분열 계기) → 법학 졸업생들이 행정 인력 풀 형성. 합스부르크 관료개혁의 유산이 오늘날까지 신뢰·낮은 부패로 지속(Becker et al. 2016, RD 설계)
- 일반규칙과 법치(3.4): 국가능력이 커지면 이질적 인구에 규칙 적용 비용을 낮추기 위해 규칙을 더 "일반적(general)"으로 만드는 유인 발생
- 국민형성(Nation-building, 3.5-3.6): 국가건설이 국민정체성 형성과 상호강화.
- 콜베르의 관세동맹(Cinq Grosses Fermes) 내부 지역이 1789년 진정서(Cahiers de Doléances)에서 더 강한 "국가적" 관심 표명 + 이후 더 부유 RD 설계. 경계 불연속성 입증
7. 심층 결정요인 (Section 4)
- 국가의 오랜 역사(state antiquity): Bockstette et al.(2002) 지수. 1500년 국가역사가 오늘날 발전을 가장 잘 예측. 단, Borcan et al.(2014)은 역U자 관계(너무 오래된 국가는 오히려 발전 저해) 발견.
- 문화: 문화적 가치의 지속성(Nunn, Voigtländer&Voth 등), 부모의 문화 전승 유인(Bisin&Verdier), 제도-문화 상호보완성.
- 시민사회: 국가능력과 시민사회는 대체재가 아니라 공진화(coevolve) 관계 — Acemoglu & Robinson(2016): 영국 튜더 왕조의 국가건설은 시민사회의 규율 요구가 뒷받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