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enoni 2021
Schenoni (2020), "Bringing War Back in: Victory and State Formation in Latin America,"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1. 연구 질문
-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전쟁이 국가를 만들지 않았다"는 최근 학계의 통설(Soifer 2015; Kurtz 2013; Saylor 2014)에 반박하는 논문. 저자의 반박 포인트는 간단하다: 이 통설은 전쟁이 활발했던 19세기와 전쟁이 드물었던 20세기를 뒤섞어 놓은 것이라는 것.
- 기존 이론은 두 갈래다. (1) "전쟁 준비 과정에서 국가가 세금 걷고 군대 만들면서 강해진다"는 관점, (2) "전쟁에서 지면 그 나라 자체가 사라지므로(도태), 살아남은 나라들은 원래 강했던 나라들"이라는 관점. 저자는 세 번째 관점을 제시한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겼는지 졌는지가 그 나라의 이후 국가건설 경로를 계속 갈라놓는다는 것.
- 유럽에서는 이걸 확인하기 어렵다. 유럽 전쟁의 패전국은 흡수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패전 이후"를 관찰할 표본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라틴아메리카는 19세기에 전쟁이 많았는데도 패전국이 거의 항상 국가로 계속 살아남았다 — 그래서 "패배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2. 핵심 이론
- 국내에는 늘 두 부류의 엘리트가 있다: 중앙 엘리트(수도 중심, 국가를 강하게 만들고 싶어함)와 지방 엘리트(지주·교회·지역 실력자, 중앙집권화되면 자기 영향력을 잃으므로 꺼림)
- 전쟁 준비 자체는 큰 효과가 없다. 진짜 분기점은 전쟁의 승패가 확정되는 순간이다.
- 패배하면: 전쟁을 지지했던 연합이 깨지고, 반대했던 지방 엘리트들이 득세해 군대와 관료제를 해체해버린다. 그리고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려 애쓴다(자기 지역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 승리하면: "전쟁에 반대했다가는 배신자로 몰릴 것"이라는 압박 때문에 지방 엘리트 대부분이 중앙 편으로 돌아선다. 이후 정당들도 대부분 "국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게 되고, 승리로 위신을 얻은 군대가 이 새 질서를 지키는 역할을 맡는다.
3. 방법론
이 논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이긴 나라가 원래 강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어떻게 다루었는가이다. 즉, 전쟁에서 이기는 나라는 애초에 국가역량이 높았을 수도 있으니, "승리 → 이후 국가역량 증가"라는 상관관계가 사실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처음부터 있던 차이일 수 있다는 문제다. 이 논문 전체가 사실상 이 의심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1) "전쟁 결과는 우연이다"라는 전제를 정면으로 세움
저자는 베버, 클라우제비츠 같은 고전 이론가들의 주장 — "전쟁의 승패는 상당 부분 우연한 전투 결과에 좌우된다" — 을 끌어와서, 만약 이게 맞다면 애초의 국력 차이가 아니라 우연이 승패를 갈랐다는 뜻이니 인과추론이 훨씬 깔끔해진다고 주장한다. 이걸 이론적으로만 주장하지 않고, 부록에서 각 전쟁마다 "이 전투는 정말 우연적이었다"는 역사적 증거를 따로 정리해 뒷받침한다.
(2) 통계분석: 세 가지 모델을 나란히 보여주고, "진짜 답은 이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말함
여기서 쓰인 방법이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 DID). 전쟁에 진 나라와 이긴 나라를 전쟁 전후로 비교해서, "원래 있던 나라별 차이"와 "그 해에 전체적으로 있었던 시대적 흐름"을 다 걷어내고 "패배" 하나 때문에 생긴 순수한 차이만 뽑아내는 방법이다. (전제조건: 전쟁이 없었다면 승자와 패자의 성장 추세가 원래 비슷했을 것이라는 "평행추세" 가정 — 저자는 전쟁 이전 시기 데이터로 이 가정이 맞는지 미리 확인한다.)
- 모델 1: 아무 통제 없이 단순 비교 → 패전국은 철도 1,719마일, 세입 70% 손해
- 모델 2: 군사력·부·민주주의 여부 등 "승패를 미리 결정했을 법한 요인들"을 통제 → 손해폭이 391마일, 20%로 줄지만 여전히 유의미
- 모델 3: 훨씬 더 보수적인 방식(과거 수준을 통제) → 최소 12마일, 2% 손해까지 줄어들지만 여전히 0은 아님
세 모델을 순서대로 보여주는 이유는 "어느 게 정답이다"라고 우기지 않고, "진짜 효과는 모델 2와 모델 3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 이라는 식으로 하한선과 상한선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이건 정직한 태도.
(3) 사례연구: 이론을 예시하는 게 아니라, 경쟁 이론을 반박하는 데 사용
파라과이전쟁(1864-1870)과 태평양전쟁(1879-1883), 라틴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두 전쟁을 골랐다. 단지 "이론에 잘 맞는 예시"로 쓰는 게 아니라, 기존 학자들의 다른 설명을 사료로 직접 반박하는 데 쓴다. 예를 들어 "페루가 패배한 건 노예노동에 의존하던 엘리트들이 징병·과세 비용을 감당 못 했기 때문"이라는 기존 설명에 대해, 저자는 "그럼 전쟁 전 페루가 이미 상당한 국가건설(호구조사, 의무교육, 능력주의 승진제도 등)에 성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1차 사료로 반박한다.
(4) 종합통제법(synthetic control method, SCM): "만약 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직접 그려봄
이 방법은 쉽게 말하면 이렇다: 파라과이와 비슷한 조건(수출, 지출, 도시화 정도 등)을 가진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전쟁 전까지는 실제 파라과이와 거의 똑같이 움직였을 가상의 파라과이"를 인공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전쟁 이후 실제 파라과이와 이 가상의 파라과이가 얼마나 벌어지는지를 본다. 여기서도 저자는 흥미로운 선택을 하는데, 경쟁 이론가들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변수(도시집중도, 노동집약도 등)를 오히려 이 "가상의 파라과이"를 만드는 재료로 포함시킨다. 그러면 "이 변수들을 다 감안해도 패전의 효과는 여전히 남는다"는 걸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의 신뢰성은 플라시보 검정으로 확인한다: 파라과이가 아닌 다른 나라들을 마치 "얘가 패전국이었다면"하고 가정해서 똑같은 분석을 반복해보고, 그 가짜 효과들의 분포와 실제 파라과이의 효과를 비교한다. 실제 파라과이 효과가 이 가짜 분포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크게 나오면, "이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단, 저자는 이 방법의 한계도 감춘다: 페루의 세입 분석에서는 "구아노 붐"이라는 페루만의 특이한 사건 때문에 아무리 다른 나라를 섞어도 전쟁 전 페루의 급격한 세입 증가 패턴을 잘 재현하지 못했고, 그래서 이 결과는 "덜 결정적"이라고 각주에서 스스로 인정한다.
4. 데이터 요약
- 1865~1913년 라틴아메리카 국가-연도 패널 데이터
- 종속변수 두 가지: 철도마일리지(국가가 영토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통제하는지 보여주는 지표), 1인당 국가세입(국가가 국민에게서 세금을 얼마나 걷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
- 통제변수: 1인당 지출·수출, 군대 규모, 입법부 실효성, 취학률, 도시화, 국토면적
- 사례: 파라과이전쟁(승자 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 vs 패자 파라과이), 태평양전쟁(승자 칠레 vs 패자 페루·볼리비아)
💡
앞서 본 논문들과 비교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Vogler(2019)는 세 가지 방법에서 결과가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고, Schenoni(2020)는 반대로 세 가지 방법(통계분석·사례연구·SCM)이 대체로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는 것 자체를 증거로 내세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세 방법이 서로 다른 종류의 의심에 강하도록 짜여 있기 때문이다 — 통계분석은 전체 패널에서 평균적인 효과를 보여주지만 개별 나라의 특수한 사정은 못 담아내고, 이 부분을 사례연구가 두꺼운 역사적 서술로 메운다. 그리고 "왜 하필 이 두 사례만 골랐냐"는 의심은 SCM으로 만든 정량적 반사실("이기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로 보강한다.
공간적 경계나 지리적 불연속이 없는 처치(예: 전쟁 승패처럼 국가 단위로 딱 떨어지는 사건)의 경우, RDD 대신 이중차분과 종합통제법을 결합하는 것이 Schenoni(2020)가 보여준 대안이다. 다만 이 경우 식별의 신뢰성은 RDD의 '국경 근처 비교가능성' 대신 '평행추세 가정'과 '전쟁결과의 우연성'이라는 훨씬 약한 정성적 전제에 의존하게 되며, 이는 방법론적으로 더 취약한 지점이다.
Tilly(1975)의 "전쟁이 국가를 만든다"는 명제는 근세 유럽에서 전쟁 경쟁이 과세·관료제·상비군을 강제했다는 논지였다. 이에 대해 Centeno(2002), Soifer(2015), Kurtz(2013) 같은 라틴아메리카 연구자들은 이 지역에서 전쟁은 드물고 제한적이었으며 패전국도 소멸하지 않았고, 국가역량 차이는 전쟁이 아니라 노동체제나 엘리트의 전략적 선택 같은 다른 요인으로 설명된다며 "war did not make states in Latin America"라는 예외주의적 컨센서스를 형성했다. Schenoni(2020)는 이 컨센서스가 사실 19세기(전쟁이 유럽만큼 잦고 치명적이었던 시기)와 20세기(전쟁이 드물었던 시기)를 혼동한 것이라 반박하며, 기존 연구들이 "전쟁 준비" 국면이나 "패전국 도태" 메커니즘에만 주목해 정작 벨리시즘의 핵심인 "전쟁결과 확정 이후의 국가경로 분기"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 오히려 유럽은 패전국이 소멸해버려 이 분기를 관찰할 표본 자체가 없는 반면, 패전국이 대부분 생존한 라틴아메리카야말로 이를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이상적 사례라는 것이 그의 역전된 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