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yanarayan 2024
Suryanarayan, P. (2024). Endogenous state capacity.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27, 223–243. https://doi.org/10.1146/annurev-polisci-061621-084709
1. 논문 개요
- 국가역량(state capacity)의 "기원"을 다루는 최근 역사정치경제학(historical political economy) 연구들을 리뷰한 논문임
- 국가역량 = 세금 걷고, 법질서 유지하고, 공공재 제공하는 국가의 능력으로 정의됨
- 기존 연구(거시역사적 접근)와 다르게, 최근 연구들은 국가역량을 행위자(agent)들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봄 → "내생적(endogenous)" 국가역량이라는 제목의 의미임
2. 기존(canonical) 관점 3가지 전제
- 국가역량은 매우 복잡함 (정보/행정/과세/치안/법 등 여러 능력이 동시에 필요)
- 만들기 어려움 (엘리트·대중의 저항 때문에)
- 한번 쌓이면 안정적이고, 강압적/추출적/관료적 역량이 같이 움직인다고 가정함
- 이런 전제는 주로 전쟁 중심 이론(bellicist theory)에서 나옴: "전쟁 → 세금 필요 → 국가 등장" (Tilly 등)
- 문제점: 목적론적(functionalist)임. "필요하니까 생겼다"는 식이라 실제 메커니즘(누가, 어떻게, 언제)을 설명 못함
3. 새로운 연구 흐름의 3가지 기여
- 행위자 중심 모델(agent-centric models)로 국가역량의 정치적 기원을 설명함
- 탈식민지/탈권위주의 국가 연구(엘리트 경쟁, 중앙-지방 갈등)와 접목함
- 관료제·정보 기반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의 "디테일"을 다룸 → 하위국가(subnational) 수준 연구 급증
4. 전쟁이론에 대한 반박 (Litigating War and State Capacity)
- 유럽에서도 전쟁이 꼭 큰 국가·강한 역량으로 이어지지 않았음
- Karaman & Pamuk: 유럽 12개국 재정역량, 시기·크기 다 다름
- Abramson: 18세기까지 유럽은 여전히 파편화됨. 오히려 도시의 신흥세력이 전쟁 수행 주체였음
- Dincecco & Onorato: 전쟁 → 도시화(안전한 피난처로서 도시) → 큰 국가는 전쟁의 필연적 산물 아님
- 전쟁이 역량으로 이어지려면 조건이 필요함
- Dincecco: ① 통치자의 권력집중 + ② 엘리트의 지출 견제, 이 둘이 같이 있어야 효과적 국가 등장
- Queralt: 전쟁자금을 "세금"으로 조달했을 때만 국가역량 강화됨. 신용(credit)으로 조달하면 오히려 역량투자 안 함
- 서구 밖(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에서는 전쟁이론이 아예 잘 안 맞음
- Centeno: 라틴아메리카는 "잘못된 종류의 전쟁"이라 역량으로 안 이어짐
- Schenoni: 전쟁에서 "이긴" 나라만 역량 증가 (패배 두려움에 엘리트 결집)
- 아프리카: 땅은 많고 노동력은 적어서 영토전쟁의 유인 자체가 약함 (Herbst)
- 인도: 영국이 신용 접근성이 좋아서 토착국가의 역량 형성이 저지됨 (Naseemullah)
- 결론: 강압/추출/법적 역량은 한 묶음으로 안 움직임. 유럽조차 과세는 강압·법 역량보다 한참 늦게 발전함
5. 정치적 기원 - 엘리트 갈등이 국가역량을 좌우함
- 소득세 도입 사례: 놀랍게도 서구 여러 나라가 "비민주적"일 때 소득세를 도입함 (민주화가 먼저라는 통설과 반대)
- Mares & Queralt: 토지불평등이 클 때, 보수적 지주들이 세금부담을 산업(신흥 중산층)으로 떠넘기려고 소득세 도입함
- Beramendi et al.: 산업화 시기(초기 vs 후기)에 따라 농업-자본 엘리트 갈등 양상이 다르고, 이게 재정역량 발전에 영향
- Pardelli(브라질): 토지불평등 클수록 지방세 수입은 늘지만, 그게 부유한 지주 대상 서비스에만 쓰임
- Mazzuca: 라틴아메리카는 "무역주도형" 국가형성 → 처음부터 국가역량에 "면역력"을 가지고 태어남 (엘리트가 국가를 patronage 기계로 쓰려는 전략)
- 멕시코(Garfias): 비집권 경제엘리트의 "동의"가 있어야 관료제 투자 가능. 대공황으로 엘리트 힘 약해지자 오히려 국가가 역량 확대함
- 일본 만주국(Mattingly): 식민지배 하에서 단기간(1932-1945)에 강한 국가역량 구축 가능함을 보여줌 → "역량은 오래 걸린다"는 통설 반박
- 중국 친족네트워크(Wang): 친족망이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으면 오히려 국가가 공공재(치안/사법) 제공자로서 엘리트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짐
- 인도(Suryanarayan 2016): 1920년 참정권 확대 후, 카스트 불평등 큰 지역일수록 오히려 세금징수 역량이 "감소"함 (선출된 엘리트가 토지조사를 지연/중단시킴)
- 미국 남부(Suryanarayan & White 2021): 노예해방 후 백인엘리트가 지방 과세·정보역량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킴. 백인 내부 불평등이 클수록 "인종적 지위위협" 때문에 계급을 초월한 백인연합 형성 → 역량 더 약해짐
- 공통점: 국가역량은 의도적으로 약화(줄이기)될 수도 있음.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기는 쉬움
6. 중국 사례
- 중국은 기원전 3세기부터 관료제 존재, 과거시험제도(수-당-송대 발전) → 유럽보다 2000년 앞선 관료제·중앙집권 세제
- 그런데 근세로 갈수록 유럽에 뒤처짐: 명대(1423년) 세수 GDP 5.5% → 19세기 청대 1~2%로 하락 (반면 일본 15-20%, 영국 10-15%)
- 원인 설명들
- Sng: 영토가 너무 커서 관료 통제가 어려움
- Ma & Rubin: 청제국은 "적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팽창해서 외부위협이 적었음 → 세금 대신 관료에게 좋은 봉급 주는 식으로 대체
- Zhang: 강희제(1712년) 때 토지조사를 아예 중단시킴 → "충분하다"고 판단해서 스스로 역량을 포기한 사례. 이건 순전히 "전략적 선택"이었음
- Zhang(2023): 청 엘리트들의 "경험적 이데올로기" - 농업세 올리면 반란 일어난다는 믿음(명말의 트라우마) 때문에 실제로 잉여가 늘어도 세금 안 올림
- 그 외 중국 관련 연구들
- Chen et al.: 지방호족을 관료직에 흡수시켜 저항을 무마 (5세기 자료)
- Bai et al.: 태평천국의 난 진압 과정에서 "전쟁이 엘리트를 만듦" (Tilly 명제의 반전: "war made the state" → "elites made war, war made elites")
- Peng: 위기 시엔 충성도(동족) 우선, 평시엔 능력 우선으로 관료 임명 방식이 달라짐
7. 정보역량(Information capacity)
- 핵심개념: legibility(국가가 인구를 얼마나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가) - Scott의 『Seeing Like a State』에서 나온 개념
- 측정 방법들
- 토지대장(cadaster): 소유권 등록 + 과세기준. 통제적이지만 논쟁적(정보가 누구 이익에 쓰이느냐가 문제)
- 콜롬비아(Sánchez-Talanquer): 토지개혁 두려워서 오히려 지주들이 자진 등록 늘림 → "합법성은 과세위험 있지만 재산권도 보장"
- 프랑스 나폴레옹 대장(Degrave): 대장 도입 후 강압적 징세는 오히려 감소
- 인구조사(census), 연령 자료의 "나이 뭉치기(age heaping)" 현상으로 정보역량 측정 (0,5로 끝나는 나이에 몰림 = 부정확한 데이터)
8. 정체성(Identity)과 국가역량
- 민족/종교/문화 차이가 국가역량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연구됨 → 이 논문이 강조하는 새로운 영역
- 예시들
- 오스만제국(Magiya): 민족적으로 동질적인 지역일수록 인구조사 완료율 높음
- 러시아제국(Charnysh): 비동족 집단에 대한 정보수집은 중개인에 의존 → 기근 때 정보부족으로 이슬람 지역 구호 지연
- 미국 남부(Suryanarayan & White): 재건시대 이후 흑인비율 높은 지역에서 백인인구조사 데이터 질도 나빠짐(재분배 막으려고)
- 이집트(Saleh & Tirole): 아랍정복 후 비무슬림 인두세. 개종 늘어 세수 줄어도 오히려 통치자는 "더 많은 개종"을 장려함 → 세수보다 종교적 정체성을 우선시함
- 유럽 교회(Grzymala-Busse): 교회의 종교 이데올로기가 신성로마제국 같은 국가의 영토권력을 분열시킴 (교회가 불신하는 국가는 약화시킴)
- 십자군(Blaydes & Paik): 엘리트가 십자군 참전하러 떠나면서 저항세력 약화 → 국가 추출력 강화
- 관료 채용에도 정체성 작용: 나이지리아(영어교육 앞선 민족이 식민관료 독점), 인도(브라만이 과대대표)
9. 시사점
- 역사적 발견들이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역량구축 어려움과 같은 메커니즘 공유함을 보여줌
- 예: 브라질(부유층이 세금 올리려 하면 관료를 부패시킴), 우간다(지대추구 정치인이 책임추궁 피하려 역량 저투자), 멕시코(경쟁정당이 상대당 견제 위해 관료역량 억제), 케냐/세네갈/가나 등
- "weak-state trap"(Gottlieb): 시민이 정치인을 못 믿어서 오히려 국가를 약하게 유지하려 함(특수이익 보호 위해)
- Suryanarayan의 "hollowing out the state"(국가 공동화) 개념: 사회적 지위불평등이 사회통합·역량에 대한 선호를 좌우함
- Acemoglu et al.: 엘리트가 의도적으로 "비효율적" 국가를 만듦(관료지대 창출) → 선거정치 장악 및 재분배 억제하는 선제적 전략
10. 결론
- 국가역량은 느리게 축적되는 독립변수가 아니라, 커지기도 줄어들기도 하는 내생적 종속변수임
- 민주화, 산업화, 경제충격 같은 "계기(moment)"들이 의도적 역량 약화를 촉발할 수 있음
- 재정/강압/행정 역량은 함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음 → 하나를 강화하려고 다른 하나를 일부러 약화시키는 "코너 솔루션" 전략도 있음
- 측정 방법도 발전: 지방 관료 수, 관료 업무량, 우체국 존재여부, 인구조사 나이뭉치기 등 다양한 하위국가 지표 활용
- 2012-2022년 사이 학계에서 국가역량을 "종속변수"로 다루는 논문이 크게 늘어남 (구조적 원인보다 비구조적/정치적 원인 연구가 더 많음: 67 vs 36편)
국가역량은 전쟁이나 지리 같은 거시구조가 자동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엘리트·관료·대중이라는 행위자들이 자기 이익(계급, 인종, 종교 정체성 등)에 따라 전략적으로 키우거나 일부러 약화시키는 정치적 산물이라는 게 이 리뷰의 핵심 주장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