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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의 위선? 선의의 제국주의

서병훈, 존 스튜어트 밀의 위선 - 선의의 제국주의, 철학연구 98, 2012.09, 151-175

Nov 17, 2025
밀의 위선? 선의의 제국주의

밀이 지향했던 제국주의에 대해 흔히 ‘자유주의적 제국주의’(liberal imperialism)라고 부르지만, 그 선의를 특별히 강조하여 ‘관대한 제국주의’(tolerant imperialism)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토크빌이 볼 때, 제국주의자에게 ‘선의’란 어불성설이었다.

밀의 자유론은 ‘실수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선의의 간섭’을 부정한다. 그러나 자유론이 자유와 개별성만 역설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발전과 진보’ 라는 가치가 최상의 규범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필요하다면 ‘선의의 간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질적 쾌락’과 사회성, 즉 타인에 대한 보편적 관심과 배려라고 하는
공리주의적 윤리관이 ‘선의의 간섭’을 정당화해준다.

한편 밀의 자유론은 효용(utility)이 모든 윤리적 문제의 궁극적 기준이 된다고 선언한다. 효용을 떠난 어떤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밀은 효용을 ‘진보하는 존재(progressive being)인 인간의 항구적(恒久的)인 이익에 기반을 둔, 가장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규정한다. 무엇이 ‘인간의 항구적 이익’인가? 밀은 인간의 자기발전(self-development)에서 찾는다. ‘우리 삶에서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최선의 상태에 최대한 가깝게 각자를 끌어올리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하거나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밀의 공리주의는 궁극적 가치, 즉 자기발전을 지향한다. 이 틀 속에서는 자유마저도 효용의 하위개념이 될 수밖에 없다. 아니 효용 속에서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밀의 생각이다. 효용을 늘리기 위해 ‘선의의 간섭’을 꾀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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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의 논리

  1. 최고의 가치는 “인간의 자기발전”
  1. 자유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
  1. 그런데 어떤 사람이 너무 미성숙해서 자유가 오히려 발전을 방해할 때가 있다
    1. (예: “미개사회”, “아동 수준의 시민”, 자기 파괴적 선택만 반복하는 사람 등)

  1. 그렇다면 자유를 조금 제한해도 결국 더 큰 효용(자기발전)을 가져온다

→ 이것이 바로 “선의의 간섭” (paternalistic intervention) 이 발생하는 틈.

저자에 따르면 밀은 공리주의 철학에 입각해서 대외적 간섭을 정당화 한 최초의 이론가라고 할 수 있다(Souffrant 2000, pp. 3-5).

밀의 사상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영향을 받아 역사가 수렵-목축-농업-상업의 4단계 발전과정을 거친다고 보았다. 우선 그는 인간의 본능을 극복하는 것을 문명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이 바탕 위에서 기술로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문명의 두번째 특징이다. 다음으로 밀은 법의 지배와 협업을 문명사회의 중요한 요건으로 보았다.

하지만 문명은 퇴보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의식적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는 근대 문명사회에서만 대의정부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있다고 보았다.

밀 생각으로는 문명이 채 개화되지 못한 사회에서는 ‘자발적인 진보’ 가 일어나기 매우 힘들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진보를 향한 열정이 충만하고 또 그럴 능력도 갖춘 지도자’가 진정 ‘야만인들(barbarians)’ 의 개화를 위해 ‘선의의 독재’를 휘두르는 것이 정당하다. 하지만 동시에 인류의 보편적 이익(문명, 평화, 그리고 번영)에 기여할 경우에만 제국주의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하지만 밀은 인도의 문명이 아주 낮은 수준 (준 미개인 또는 미개인) 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들이 아직 민족 및 공동체를 이르지 못하여 “선의의 간섭”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밀은 문명국이 다른 문명국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이미 간섭이 진행된 상황에서 그 간섭을 철회하기 위한 간섭(counter intervention)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밀은 한편 공리주의의 두 축으로 자기 발전과 보편주의적 헌신을 꼽은 바 있다. 그는 일종의 ‘범세계적 애국심’을 지향했으며, 민족주의보다는 인류전체의 복지에 조금 더 관심이 있었던 듯 보인다. 그러한 관점에서 그는 영국의 인도 지배가 ‘이타적 헌신’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단일잣대로 문명의 수준을 측정하고, 높거나 낮은 문명-미개사회의 이분법에 매몰되어 있었다. 여러 학자들은 인도 사회를 선의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혔던 밀의 과도한 자신감, 오만함을 비판했다. 특히 관용과 자기결정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자유주의 철학이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아이러니를 꼬집었다.

  • Humanitartian Intervention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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