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결의, 전쟁위험 : Fearon(1997)
Fearon, J. D. (1997). Signaling foreign policy interests: Tying hands versus sinking costs.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41(1), 68–90.
- 신호이론의 전제조건: 전쟁이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쉽게 선택할 수 없다. (비용이 너무 크고 비효율적인 방법이므로) - 두 국가 모두의 합리성, 과정 중 상호작용의 결과가 중요하다
- 억제이론에서는 전쟁을 일으키려는 잠재적 상대방을 억지시키려고 함. 억지당하는 입장에서의 판단임 (그 국가의 합리성). 벼랑끝전술 역시 상대방의 합리성에 기대는 전술임.
국가 지도자는 전쟁의 비용과 위험을 잘 알기 때문에 실제로 무력을 사용하기보다는 위협만으로 상대를 물러나게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상대국은 지도자의 진짜 의지(resolve)를 직접 관찰할 수 없고, 누구나 ‘블러핑할 유인’을 갖고 있으므로 신뢰성 있는 위협(credible threat)을 만드는 것 자체가 국제정치의 핵심 딜레마가 된다. Fearon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들이 의도적으로 비용을 지는 비용 신호(costly signaling)를 사용한다고 보고, 이를 두 가지 ‘이상적 유형’으로 구분한다: 도전 시 후퇴하면 정치적·국내적 청중비용이 발생하도록 하는 tying-hands 신호(verbal commitment), 그리고 신호를 보내는 순간 이미 자원을 소모해야 하는 sunk-cost 신호(e.g. 전술핵무기 배치)이다.
Fearon의 게임 이론 분석에 따르면, ‘반쯤 진지한’ 신호는 상대가 “진짜 결심했다면 더 강하게 신호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으며, 따라서 설득력 있는 신호는 ‘도전받으면 반드시 싸운다’는 강한 결심을 의미하고, 약한 신호는 ‘절대 싸우지 않는다’를 의미하는 극단적 균형만 성립한다. 또한 tying-hands 방식은 전쟁 위험을 더 높이지만 전략적으로 더 강한 협상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 국제위기에서는 sinking-cost보다 더 자주 사용된다(예: 공개적 발언, 레드라인, 위신 걸기). 국가들은 위기 상황에서는 주로 tying-hands 신호(공개적 약속, 청중비용)를 사용하지만, 장기적 억지력 구축이나 해외 이익 방어와 같은 grand strategy에서는 지도자 교체와 청중비용 유지의 어려움 때문에 상대적으로 sunk-cost 방식(군사 비용, 해외 주둔군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Fearon이 말하는 “최소비용 반분리 균형(least-cost semiseparating equilibrium)
위기에서 상대가 나를 공격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수비국(defender)은 자신의 싸울 의지(resolve)를 보여주기 위해 어떤 신호 m을 보낸다. 이때 강한 resolve를 가진 유형(v_D가 큰 유형)은 실제로 전쟁을 해도 이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m*>0 같은 비용이 드는 신호를 보낼 동기가 있다. 약한 resolve 유형은 대체로 싸우기 싫어하므로 m=0을 선택한다. 문제는 “중간 수준(resolve는 약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약하진 않은)”의 defender가 강한 유형처럼 행동해 m*을 따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강한·약한 유형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일부만 따라하는 반(半)분리 구조—즉 semiseparating equilibrium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m*과 v*은 challenger가 공격해도 되는지 말아야 할지 무차별 상태가 되는 지점에서 정해진다. r*이라는 “전쟁날 확률”이 challenger의 기대효용과 정확히 일치하도록 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호의 크기 m*은 어떤 조건에서 커지고 작아질까? 핵심은 challerger가 공격할 유인이 얼마나 강한가이다. 도전 의지가 약하면(defender가 강해 보이거나, 전쟁 비용이 높거나, prize 가치가 낮거나, 사전적으로 defender가 강하다고 믿을 때) challenger는 어차피 싸우기 싫어하기 때문에 defender는 굳이 큰 비용을 들여 강한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m*은 작아진다. 반대로 challenger가 prize에 큰 관심을 가지고 싸울 의지가 강하면, 작은 신호로는 억제가 되지 않는다. 이 경우 defender는 상대를 확실히 겁주기 위해 더 큰 sunk-cost 신호(m*)를 보내야 한다. 즉, m*은 challenger의 공격 유인이 강할수록 커지고, 약할수록 작아지는 구조이다.
Fearon(1997)은 국가가 군사적 위협의 신뢰성을 확보하려 할 때 두 가지 상이한 방식의 비용 신호를 사용한다고 분석한다. 첫 번째는 sunk-cost 신호로, 군사력 증강·해외주둔군·동원 등처럼 신호를 보내는 순간 비용이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선행 비용은 실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이미 지출되어 있기 때문에, 약한 국가는 따라 하기 어렵고 강한 국가는 자신의 결심을 ‘돈으로’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완전정보 상황에서는 이러한 비용이 아무 의미가 없으므로 m>0의 신호는 절대 균형에서 선택되지 않는다. 불완전정보에서만 강한 유형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약한 유형은 이를 포기하는 반분리(semiseparating) 균형이 형성되며, 이는 상대국의 도전 여부를 억지하는 최소비용(m*)을 결정하게 한다.
Fearon은 상대국의 동기(v_C)까지 불확실할 경우, 억지(deterrence)의 논리가 크게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일방적 불확실성(1-sided)에서는 defender가 “부분적 신호(m*)”만 보내도 어느 정도 억지력이 생기지만, challenger의 resolve마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부분적 sunk-cost 신호가 오히려 ‘약함’으로 해석된다. 상대는 “정말 결심했다면 더 큰 비용을 썼을 것”이라고 추론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defender는 ‘싸울 국가만 낼 수 있는 수준’의 완전한(all-or-nothing) 비용 신호만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중간 신호나 블러핑은 Cho & Kreps(1987)의 ‘직관적 기준’으로 제거된다. 결국 양측 불확실성은 defender를 “전적으로 싸울 각오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 균형으로 몰아넣는다.
이어지는 tying-hands 분석에서 Fearon은 sunk-cost와 달리 tying-hands는 미래의 행동 유인을 직접 바꾸는 신호임을 강조한다. sunk-cost는 신호 시점에서 비용이 확정적으로 발생하지만 실제 전쟁 결정을 바꾸지 않는 반면, tying-hands 방식은 지도자가 후퇴할 경우 큰 청중비용(audience costs)을 지게 만들어 ‘후퇴할 수 없는 구조’를 형성한다. 완전정보 상황에서도 tying-hands는 순수한 정보전달을 넘어서 협상력을 높이는 자체 가치를 갖지만, sunk-cost는 오직 “상대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만 의존한다는 점이 두 신호 방식의 근본적 차이로 제시된다.
우선 challenger가 defender의 가치(v_D)만 모르고 자신의 v_C는 확실한 경우, defender는 매우 강한 커밋먼트(m = c_D)를 만들면 어떤 타입(v_D = 0 포함)도 “도전받으면 반드시 싸울 수밖에 없는 유인”을 만들 수 있다. challenger가 전쟁보다 현상유지를 선호(deterrable)하면 이러한 tying-hands는 항상 억지력이 있고, 약한 타입(v_D 낮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challenger의 resolve(v_C)까지 불확실해지는 순간, 약한 defender는 tying-hands를 선택하면 상대가 ‘공격적인 타입’일 경우 후퇴도 불가능해지고 싸울 수밖에 없어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즉, 약한 타입은 tying-hands 자체가 너무 위험해지고, 강한 타입만이 m = m* ≥ c_D − p·v_D 구조를 만족하며 도전 시에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신뢰적으로 신호한다. 이때 equilibrium에서 m*는 defender가 ‘싸울 타입’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임계값처럼 작동한다.
양측 불확실성에서는 중간 수준의 커밋먼트(부분적 tying-hands)가 모두 무력화된다. 이유는 강한 타입(v_D 크고 싸울 의지 확실한 국가)은 언제나 더 큰 청중비용을 걸어 상대가 “저 국가는 어떤 경우에도 후퇴 불가”라고 믿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조금만 더 큰 m을 선택하면 상대가 “약한 타입은 이런 신호를 절대 선택할 수 없다”고 추론하게 되어, equilibrium에서 약한 타입은 bluffing(묶어놓고 실제로는 싸울 의지 없음)을 유지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tying-hands equilibrium은 강한 타입만이 m 이상을 선택하여 ‘도전 시 100% 싸운다’는 신호를 보내고, 약한 타입은 아예 신호를 보내지 않는 이분형(all-or-nothing)* 구조로 수렴한다. 더 나아가 tying-hands는 sunk-cost보다 싸고(실제 비용은 후퇴할 때만 지불되며 equilibrium에서는 지불하지 않음) 더 강한 억지력을 만들기 때문에 defender의 기대효용은 항상 더 크다. 그러나 신호 비용이 싸다 보니 더 많은 타입이 tying-hands를 시도해 전쟁 위험(ex ante probability of war)이 sunk-cost 기반 억지보다 더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타난다.
Fearon은 국제위기에서 두 신호 모두 균형에서 블러핑을 허용하지 않는(no bluffing) 구조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tying hands는 비용을 실제로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국가에게 더 이익이 되지만, 이 과정에서 낮은 resolve를 가진 약한 타입까지 모험적으로 손을 묶게 만들어 전쟁 발생 확률을 오히려 더 높이는 역설적 효과를 낳는다. 즉, 위기 상황에서 국가는 더 싸고 효과적인 신호를 보내려다 오히려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리며, 이것이 국제정치에서 부분적 약속·중간 수준의 위협이 자주 관찰되는 이유라고 분석한다.
- 문제 → 위협의 신뢰성 문제
- 신호 유형 구분
- Tying Hands (ex post cost, audience costs)
- Sunk Costs (ex ante cost)
- 모델 분석
A. Sunk-Cost - Full information → no signaling
- One-sided → partial signaling 가능
- Two-sided → all-or-nothing, no bluffing
- Full → full commitment 가능
- One-sided → 모든 타입 deterrence 가능
- Two-sided → no bluffing, all-or-nothing
B. Tying-Hands
- 비교
- No bluffing (공통)
- Tying-hands > sunk-cost (효용 높음)
- War risk higher under tying-hands
- 현실적 함의 (crisis vs. grand strategy)
- 퍼즐 제기: 왜 부분적 약속이 실제로는 존재하는가?
북한 사례는 Fearon(1997)의 신호이론이 갖는 몇 가지 핵심 가정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첫째, Fearon은 권위주의 체제는 tying-hands 신호를 만들기 어렵다고 가정하지만, 북한에서는 “대중 청중” 대신 “엘리트 청중”이 존재하며, 지도자가 후퇴했을 때 발생하는 정치적 생존 비용이 민주주의 못지않게 클 수 있다. 김정은 체제에서 지도자의 무오류성과 강경노선은 정권 정통성과 결합되어 있어, 협상에서 후퇴하는 순간 오히려 내부 엘리트의 동요나 권력 기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즉, 북한은 Fearon식 청중비용은 없지만, 다른 형태의 제도적 청중비용이 존재할 수 있어 tying-hands 신호가 완전히 부재하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북한은 부분적 커밋먼트—부분적 후퇴를 반복하는 전략을 자주 활용하는데, 이는 Fearon 모델이 제시한 “부분적 신호는 equilibrium에서 지속될 수 없다”는 예측과 충돌한다. Fearon식 모델에서는 강한 타입이 언제든 “완전 커밋먼트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중간 신호가 무너져야 하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과 협상 사이를 오가며 부분적 약속–부분적 후퇴를 장기간 유지한다. 이는 북한의 신호가 단일 목적(resolve 전달)만을 겨냥하지 않고, 대미 억지, 대내 통제, 경제적 이득 확보 등 다목적 신호(multi-purpose signaling)로 기능하기 때문일 수 있다. 다목적 신호 환경에서는 ‘완전한 커밋먼트 vs 완전한 비커밋’ 구조가 반드시 equilibrium을 함축하지 않으며, 핵심 메시지가 혼합된 “회색 신호”가 오히려 전략적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셋째, 북한의 sunk-cost 신호(핵 개발, 장거리 미사일 시험)는 Fearon이 가정하는 것처럼 resolve의 직접적 신뢰성 지표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북한의 고비용 행동은 억지 목적뿐 아니라 내부 정권 결속, 경제적 양보 유도, 협상 레버리지 확대 등 여러 목적을 동시에 갖고 있어, 상대방은 이를 통해 북한의 진짜 결심을 선명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핵 능력 발전 이후 sunk-cost는 더 이상 “비용”이라기보다 군사적 자산(asset)으로 전환되며, marginal cost가 거의 사라진다. 이는 Fearon의 핵심 전제인 “costly signals만이 신뢰성 있는 resolve를 전달한다”는 주장과 충돌한다. 북한 사례는 결국 Fearon의 신호모델이 권위주의 체제·다목적 신호·자산화된 군사력이라는 조건에서 불완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며, resolve 신호가 단일 메커니즘이 아니라 ‘정권 유형’과 ‘전략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확장적 질문을 제기한다.
Resolve = 전쟁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후퇴하지 않을 의지.혹은 Fearon식 정의로는: Resolve = 상대방이 관찰할 수 없는 지도자의 ‘싸울 가치 v’의 크기.
| 정보 공개 수준 | 적용되는 Fearon 신호 | 북한 resolve 해석 | 미·한의 전략 반응 |
| 거의 없음 | Sunk-cost only | 불확실성 극대 → 과대평가 가능 | 억지 강화, 제재 유지 |
| 부분적 공개 | Tying-hands + Sunk-cost | 지도자 청중비용 증가 → 후퇴 어려움 | 위기 격화, 협상 리스크 증가 |
| 과도한 공개 | 신호 전략이 오히려 약화 | resolve가 정확히 파악 → 협상력 약화 | 요구 조건 상승, 신뢰도 저하 |
북한 사례는 “국가가 부분적·모호한 위협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Fearon의 예측과 다르게 보이지만, 실제로 북한의 모호성은 대상별·맥락별로 다른 효과를 낳아 ‘완전한 모순’은 아니다. 한국 사회는 북한의 반복적 도발에 학습되어 더 이상 이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Fearon의 모델대로 “신호의 신뢰성 붕괴 → deterrence collapse”에 가까운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미국·일본 등 외부 행위자에게는 북한의 제한적 핵능력과 높은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일정 수준의 억지 효과가 남아 있다. 즉 북한의 전략적 모호성은 Fearon의 예측을 완전히 반박하지 않지만, 신호 효과가 ‘수용자별로 분리되어 작동한다’는 점에서 Fearon 모델이 전제하는 단일한 정보 구조를 비판하는 데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