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연구방법론
구갑우. 2013. 지식사회학과 북한연구방법론 『현대북한학 강의』 장달중 외 사회평론
북한 연구의 현실
북한 연구는 순수한 학문적 영역에 머물지 못하고, 우리 사회의 정치적 대립(친북 대 반북)과 시대적 상황에 깊이 영향을 받아왔다. 무엇을 연구할지, 어떤 용어를 쓸지조차 정치적 환경에 좌우되다 보니, 연구 방법론을 선택하는 문제마저도 이념 공방으로 번지곤 했다. 이로 인해 북한 연구는 하나의 독립된 학문 분과로서 갖춰야 할 대상과 방법에 대한 학문적 합의나 체계적인 규율(Discipline)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글은 만하임의 지식사회학을 빌려, 북한 연구가 단순한 이념 대립을 넘어 서로 다른 주장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 연구가 과학적인 학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연구 대상과 방법에 대한 철학적 성찰(방법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론적 다원주의' 를 바탕으로, 자신의 연구 방식이 가진 한계를 돌아보고 상대방의 논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진정한 북한 연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지식사회학(Sociology of Knowledge)은 인간의 사유와 지식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고 제약되는지를 연구하는 사회학의 한 분야다.
단순히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가'라는 지식의 발생 조건을 탐구한다.
만하임의 지식사회학은 인간의 사유가 개인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역사적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존재구속성'을 핵심 개념으로 삼는다. 그는 지식이 단순히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세대, 계급, 직업군 등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 의해 형성된다고 분석한다.
사회과학의 연구 대상과 방법은 존재와 인식 중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인식에 특권을 부여하여 경험적 증명이 가능한 것만 지식으로 인정하는 실증주의이고, 둘째는 인식보다 객관적 구조의 실재를 중시하는 과학적 실재론이다. 마지막으로 존재와 인식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구성에 주목하며 보편적 진리를 부정하는 탈실증주의가 있으며, 이는 각기 다른 학문적 관점의 기초가 된다.
실증주의와 논리실증주의
텍스트에서 언급된 실증주의는 콩트에서 시작되어 20세기 비엔나 학파의 논리실증주의로 이어진다. 이들은 존재론적 질문(세상의 본질이 무엇인가)을 증명이 불가능한 형이상학적 허구로 간주하고 배격한다. 대신 언어 분석과 경험적 관찰을 통해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지식만을 과학으로 인정한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을 하나의 통합된 과학 체계로 묶으려는 이들의 시도는 현대 사회과학이 통계와 계량화를 중시하는 '주류 학문'으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바스카와 과학적 실재론
실증주의가 '관찰 가능한 경험'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하며 등장한 것이 바스카(Roy Bhaskar)의 과학적 실재론이다. 그는 실재를 경험적인 것, 현재적인 것(사건), 그리고 실재적인 것(메커니즘)으로 층위화한다.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는 사건 뒤에는 그것을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구조'와 '권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인간의 인식을 강조하는 칸트적 전통을 비판하며,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객관적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 과학의 본분이라고 역설한다.
사회과학의 세 가지 주요 조류와 특징
위와 같은 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회과학은 실증주의, 해석학, 비판적 사회과학으로 분류된다. 자연과학의 모델을 따른 실증주의는 사회적 사실을 '사물'처럼 객관적으로 다루며 주류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해석학은 인간의 주관적 의식과 상호주관성을 중시하며, 비판적 사회과학은 이론과 실천의 결합을 통해 사회 구조를 총체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현재 사회과학 방법론은 크게 실증주의와 이에 반대하는 부정주의(반실증주의)가 대립하고 있다. 실증주의는 주체와 객체의 분리, 자연과학적 방법의 수용, 가치와 사실의 엄격한 분리를 전제한다. 그러나 해석학적 입장에서는 사회가 주체들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고 보며, 연구자의 가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사회과학 내에서는 사회 현상을 개인의 합으로 설명하려는 방법론적 개인주의와, 개인으로 환원할 수 없는 전체 구조를 중시하는 총체론(반환원주의)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결국 사회과학은 대상과 방법에 대한 단일한 합의 없이, 연구자의 철학적 선택에 따라 그 성격이 정의되는 역동적인 학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뒤르켐의 '사회적 사실'의 객관화
에밀 뒤르켐은 사회학을 심리학이나 철학으로부터 독립된 과학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 인물이다. 그는 사회 현상이 개인의 심리적 현상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자적인 실체라고 보았다. 그의 핵심 주장인 "사회적 사실을 사물(things)처럼 취급하라"는 말은, 사회적 현상도 자연과학의 대상처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다는 선언이다. 뒤르켐은 실험이 불가능한 사회과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교 방법'을 제안했으며, 학문의 목적을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의사적 역할로 규정했다.
| 분류 | 실증주의적 사회과학 | 해석학적 사회과학 | 비판적 사회과학 |
| 철학적 기초 | 인식론 우위, 경험주의 | 상호주관성, 인식론적 구성주의 | 존재론적 실재론, 역사적 유물론 |
| 사회에 대한 관점 | 객관적 실재 (시계, 사물) | 주관적 의미 구성 (상호작용) | 총체적 구조와 권력 (모순) |
| 주요 학파 | 논리실증주의, 행동주의 | 현상학, 민속방법론, 상징적 상호작용론 | 마르크스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 |
| 대표 학자 | 콩트, 뒤르켐, 카르납 | 베버, 딜타이, 슈츠 | 마르크스, 하버마스, 바스카 |
| 연구 목적 | 법칙 발견 및 인과관계 설명 | 행위자의 의도와 맥락 이해 | 사회 비판 및 인간 해방 (실천) |
북한 연구에서 '북한'이라는 용어는 자명해 보이지만, 사실 연구 주체의 국적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편향된 표현이다. 한국 헌법과 국가보안법상 북한은 영토의 일부이자 반국가단체로 규정되기에 '북한'이라 불리지만, 일본에서는 '북조선', 미국에서는 'North Korea', 중국에서는 '조선'으로 불리는 등 각자의 입장이 투영된다. 과거 냉전기 '북괴'라는 멸칭에서 '북한'으로 변화한 것은 진보적인 결과이나, 여전히 '북조선'이라는 표현을 학술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일종의 정치적 실험으로 간주될 만큼 북한 연구는 연구 대상의 호명 단계에서부터 정치적 상황에 종속되어 있다.
'북한'이라는 명칭은 '대한민국의 북쪽 지방'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근거한 표현으로, 북한을 독립된 국가가 아닌 '우리가 회복해야 할 미수복 영토'로 간주하는 시각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용어는 상대방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부정하고, 남한을 유일한 정통 국가로 상정하는 자기중심적 표현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민주화 이후 남북이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는 '남한 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북한'이라는 용어를 지배적으로 사용한다. 이는 남북이 서로를 독립된 타자로 인정할 수 있는 국제적·국내적 조건이나 마음의 체계를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법 제정 과정에서 정식 국가 명칭 사용을 두고 벌어진 정치권의 갈등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을 국가로 볼 것인지 혹은 특수 관계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합의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결국 북한 연구는 대상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정체성 논쟁을 여전히 안고 있다.
북한 연구는 연구자의 순수한 학문적 의지를 넘어, 연구 주체가 속한 정치·사회적 세력의 영향을 받는 '존재 제약성'을 지닌다. 지식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연구자는 북한을 '적, 경쟁자, 친구' 중 어느 하나로 전제하고 연구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정체성의 정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북한 관련 지식은 생산 과정에 정치가 직접 개입하거나, 생산된 지식이 특정 정치 세력의 대립 구도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이는 순환 구조를 보이며 학문의 객관성을 위협한다.
1987년 민주화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북한을 타자로 인정하려는 자유주의적 대북 정책이 등장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국내 정치의 균열인 '남남갈등'을 촉발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북한 연구를 독점하던 시대와 달리, 민주화 이후에는 북한 변수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북풍'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대북 정책은 북한과의 화해를 지향함과 동시에, 국내 정치 세력 간의 선명성을 가르는 격렬한 정체성 투쟁의 장을 제공하는 이중적 효과를 낳았다.
한국 정치의 균열은 보편적인 '국가 대 시장'의 축에 '친북 대 반북'이라는 특수성이 중첩된 형태를 띤다. 특히 최근에는 '종북'이라는 경멸적 낙인이 상대 세력을 공격하고 배제하는 정치적 동원의 도구로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본래 진보 진영 내부의 성찰에서 시작된 종북 담론을 냉전적 보수 세력이 전유하면서, 북한 연구나 대북 정책의 다양한 스펙트럼은 사라지고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이분법만 남게 되었다. 이러한 담론의 고착화는 합리적인 자유주의적 대북 정책마저 사전에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1. 지역연구 (Area Studies): 타자성에 대한 깊은 이해
지역연구는 특정 지역이 갖는 독자적인 문법과 타자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북한을 우리가 공유하지 않는 고유한 규칙을 가진 '타자'로 규정하고, 그들의 내면적 논리를 이해하는 데 집중한다.
- 핵심 방법론: 대상에 대한 감정이입과 '이해(Understanding)'를 중시한다. 북한이 스스로 제시하는 이념(주체사상 등)을 바탕으로 그 사회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려는 '내재적 접근법'이 대표적이다.
- 북한을 보는 눈: 북한은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폐쇄적이고 독특한 체제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회과학 이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북한만의 특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 비판적 지점: 자칫 북한을 너무 특수한 대상으로만 보게 되어, 다른 국가들과의 공통점을 놓치는 '북한 특수성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2. 비교연구 (Comparative Studies): 보편성 속의 변이 추출
비교연구는 북한이 가진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나 일반적인 국가 모델과 비교했을 때 어떤 보편적 법칙을 따르는지 규명한다.
- 핵심 방법론: '교차 사례 분석'을 통해 인과적 가설을 검증한다. 코르나이(J. Kornai)처럼 북한을 '고전적 사회주의'라는 범주에 넣고, 소련이나 동유럽의 사례와 비교하여 북한이 현재 어느 단계(개혁 혹은 퇴행)에 있는지 진단한다.
- 북한을 보는 눈: 북한의 독특함은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나타나는 '종적 변이'일 뿐이다. 즉, 당-국가 체제와 계획경제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북한만의 역사적 경험이 덧칠해진 것이라고 정의한다.
- 의의: 북한 연구를 개별적인 묘사 수준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하고 인과 추론이 가능한 '법칙 정립적(Nomothetic)' 과학으로 끌어올린다.
3. 국제관계학 (International Relations): 합리적 행위자로서의 국익
국제관계학적 관점에서 북한은 체제 성격과 관계없이 국제 시스템 속에서 생존과 이익을 도모하는 하나의 국민국가(National State)로 간주된다.
- 핵심 방법론: 현실주의 이론에 기반하여 북한을 '유사한 단위(Like Units)'로 취급한다. 북한 내부의 이념보다는, 국제적 무정부 상태에서 북한이 내리는 안보 결정과 국가 이익 극대화 과정에 주목한다.
- 북한을 보는 눈: 북한의 핵 개발이나 도발적 외교는 미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한 '합리적(Rational)' 계산의 결과다. 적과 위협에 기초한 전형적인 세력균형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 경계할 점: 북한의 모든 행동을 안보 문제로만 치환하는 '안보쟁점화(Securitization)'를 경계해야 한다. 이는 북한을 비합리적인 야만으로 규정하는 오리엔탈리즘적 편견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제1논쟁: 방법론의 부재 vs 비교공산주의적 접근 (1970년대~1980년대 초)
냉전 시기, 정보의 축적에만 머물던 북한 연구를 '과학적 사회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였다.
- 배경: 서구 학계의 '소련학'이 실증주의와 결합하며 '비교공산주의'로 진화한 경로를 벤치마킹함.
- 주요 쟁점:
- 방법론의 수입: 근대화 이론, 체계론, 엘리트 분석 등 서구 이론을 도입했으나, 실증적 자료 부족으로 인해 이론과 실제 연구가 겉도는 '이론의 과잉, 실증의 과소' 현상이 나타남.
- 정부 독점 연구: 민간 연구가 제약된 상황에서 정보당국 중심의 '내용 분석(Content Analysis)'이 주를 이룸(예: '당중앙' 단어를 통한 김정일 후계 체제 예측).
- 가치 중립성 논란: 실증주의가 표방하는 가치 중립이 실제로는 기존 체제를 옹호하는 보수적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됨.
2. 제2논쟁: 내재적 접근 vs 외재적 접근 (1980년대 후반~1990년대)
냉전적 시각에서 벗어나 북한을 그들의 논리로 이해하려는 파격적인 시도가 등장하며 가장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 핵심 개념 (내재적 접근): 외부(자본주의)의 잣대가 아닌, 북한 사회가 스스로 제시하는 이념과 논리(사회주의)에 기초해 내부 작동 원리를 규명하려는 시도.
- 주요 쟁점:
- 이해(Understand) vs 비판(Critique): "북한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비판 기능이 상실되고 친북적 연구로 흐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남. 이에 대해 '내재적-비판적 접근'이라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함.
- 관찰자의 한계: 참여 관찰이 불가능한 외부 연구자가 어떻게 내부 행위자의 시선을 완벽히 가질 수 있는가라는 인식론적 모순이 지적됨.
- 실증적 성과: 김일성의 항일 투쟁 경력 복원 등 기존의 '가짜 김일성론'을 극복하는 학술적 진전을 이룸.
3. 제3논쟁: 방법론의 정치화와 다원주의 (2000년대 이후~현재)
본격적인 논쟁의 단계라기보다는, 앞선 갈등을 거치며 형성된 자성과 미래 방향성을 모색하는 단계다.
- 현재의 특징:
- 정책 수요의 급증: 2000년 정상회담 이후 학술적 연구보다 실무적인 정책 연구에 연구 인력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깊이 있는 방법론 논쟁이 정체됨.
- 방법론적 경도: 정치를 우회하기 위해 '실사구시'적 실증주의로 회귀하거나, 정치학 중심에서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과 학문으로 연구 범위가 확산됨.
- 미래의 과제:
- 방법론의 다원주의: 하나의 절대적 방법론을 고집하기보다, 지역연구·비교연구·국제관계 등 다양한 시각을 인정하고 결합하는 태도가 확산됨.
- 지식의 축적: 정책 연구에 매몰되지 않고 학술적 성과를 축적하여, 북한 연구의 '세 번째 전환'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음.
북한 연구에서 정교한 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 토대가 되는 방법론(이론의 이론)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북한 연구는 이론과 경험적 연구가 따로 노는 '괴리' 상태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을 수용하는 방법론적 다원주의가 필수적이다.
- 이론을 보는 세 가지 시각:
- 도구: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장치 (실증주의적 관점)
- 비판: 특정 목적과 세력을 위해 세계를 변화시키는 동력 (비판적 사회과학)
- 매일의 실천: 사회를 구성해 나가는 일상의 과정 (페미니즘 등)
북한 연구 돌파를 위한 5가지 방법론적 대안
① 비교의 방법 (Comparative Method)
북한 사회의 규칙성과 법칙을 찾아내기 위한 분석법이다.
- 핵심: 북한 사회의 '환원 불가능한 기본 단위'를 설정하고, 대담한 가설을 통해 구조와 주체의 관계를 검증한다. 이를 통해 보편적 사회과학과 북한 연구를 연결하는 중범위 이론을 구성할 수 있다.
② 역사적·구조적 방법 (Historical & Structural Approach)
북한 사회를 파편화된 정보를 '총체적 성격'으로 파악하는 접근이다.
- 핵심: 아날 학파의 브로델(F. Braudel)처럼 장기지속(지리/구조), 주기적 시간(경제/사회), 사건의 시간으로 층위를 나누어 분석한다. 또한 탈북자 구술이나 미시사 연구를 통해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과 아래로부터의 동의를 규명한다.
③ 신내재적 접근 (Neo-Immanent Approach)
기존의 내재적 접근이 '이해'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변화의 작동 원리'를 밝히는 데 집중한다.
- 핵심: 북한 내부의 모순이 해결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특히 공식 담론(당사, 문헌 등)의 일관성 없는 지점이나 '역사 다시 쓰기' 과정을 분석하여 체제 정당화 방식을 파헤친다.
④ 텍스트로서의 북한 연구 (North Korea as a Text)
폐쇄된 현지 대신 공식 문건, 언어, 기호, 상징 등을 통해 실재에 접근하는 우회적 방법이다.
- 핵심: 「로동신문」 등의 담론 분석을 확장하여, 텍스트가 생산된 역사적 맥락(Context)을 함께 고려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권력 세습을 상징 체계로 설명하는 '극장 국가' 담론 등이 이에 해당한다.
⑤ 참여 관찰 및 현상학적 접근 (Participant Observation)
현지 조사의 한계를 간접적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다.
- 핵심: 탈북자 면접, 북한 주재 국제기구 활동가와의 소통, 혹은 개성·금강산과 같은 국지적 개방 지역에서의 경험을 활용한다. 다양한 구술 자료를 기존 문헌 자료와 교차 검증하여 지식의 엄밀성을 확보한다.
결국 북한 연구는 북한을 자신의 역사적 경험과 구조 속에서 이익을 계산하는 '합리적 행위자'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위와 같은 다양한 방법론을 실험하고 이론적 지평을 확장할 때, 북한 연구는 정치적 예속에서 벗어나 독립된 학문적 권위를 확보할 수 있다.
북한 연구는 지식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식의 존재 제약성'이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는 분야다. 연구 성과는 학술적 가치보다 '친북, 반북, 종북'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의해 해석되며, 송두율 교수 사건이나 NLL 논란에서 보듯 연구와 정치는 분리되지 못한 채 서로 얽혀 있다. 이로 인해 연구자들은 정치 권력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기검열'의 과정을 거치게 되며, 연구 주제와 결과 또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전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북한을 '적, 친구, 혹은 이웃 국가' 중 무엇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학술적 논쟁을 넘어 국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증폭된다. 이론 외적 조건이 이분법적 대립 구도일 때, 경쟁하는 담론들은 상호 이해보다는 힘의 대결로 귀결되기 쉽다. 연구자 단체나 교육 기관이 이러한 '연구의 정치화’를 제어하는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하나의 합의된 견해를 도출하기보다 오히려 기존의 정치적 균열을 공고화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연구 대상으로서의 북한과 정치적 비판 대상으로서의 북한을 분리하기 어렵다면, 해결책은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론의 다원화'를 추구하는 데 있다. 이는 사유와 지식의 상대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의 방법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상호 이해의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다원주의적 접근은 연구의 정치화와 정치의 연구화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된다.
북한 연구 방법론의 '세 번째 논쟁'이 아직 잠재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상호 이해를 가능케 할 구체적인 연구 성과와 이론적 축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향후 전개될 논쟁은 단순한 양자택일이 아니라, 사회 현상의 복합성(구름과 시계)을 인정하는 메타이론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좋은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방법론에 대한 자의식과 '방법론의 탈정치화'가 필수적인 선결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