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반도 정상외교의 전개
Joel Wit. 2025. Fallout: The Inside Story of America's Failure to Disarm North Korea. Ch. 12 - Epilogue.
Ch.14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였으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음. 한국은 '문 로드'라는 비밀 채널을 가동하고 연합 훈련 연기 및 대북 제재 면제 등 올림픽 참가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음. 그러나 당시 트럼프 행정부와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참가를 '매력 공세'로 규정하며 매우 회의적이었음. 특히 펜스 부통령은 김여정과의 만찬을 피하고 개막식에서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등 참모들과 함께 의도적으로 외교적 결례를 범하며 한국의 중재 노력을 훼손하려 했음. 이는 북한이 스스로 대화 판을 깨도록 유도하려는 미국 내부의 강경한 전략이었음.
올림픽 종료 후, 국면은 남북 특사단의 평양 방문을 통해 급격히 전환되었음. 방북한 정의용과 서훈은 노동당 본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았음. 여기서 김정은은 과거의 폐쇄적인 이미지와 달리 세계 정세를 꿰뚫고 있는 유연한 문제 해결사로서의 모습을 연출했음.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핫라인 구축에 동의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 의지까지 피력하며 외교적 주도권을 쥐기 위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음.
김정은은 외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핵·미사일 시험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던 연합 군사 훈련조차 "이해한다"며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음.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미사일 발사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지 않게 하겠다"는 농담 섞인 발언은 그의 유연함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음. 이러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는 특사단에게 큰 성과를 안겨주었고,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단단한 발판이 마련되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가지고 워싱턴을 방문했음. 맥매스터와 펜스 등 강경파 참모들은 '최대 압박' 기조의 훼손을 우려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즉흥적으로 정상회담을 수락함. 이는 과거 행정부와는 차별화된 트럼프의 파격적인 행보였으며, 트럼프는 남북 특사단이 직접 회담 사실을 발표하게 함으로써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상황을 주도하고자 했음.
정상회담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폼페이오 CIA 국장이 부활절 연휴를 이용해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함. 북한은 레드카펫을 깔고 그를 환대했으나, 폼페이오는 북한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을 만남. 김정은은 폼페이오에게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주도했고, 두 사람은 비핵화 의지와 체제 보장, 주한미군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을 직접 논의하며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조율을 마침.
회담 과정에서 김정은은 북한의 국정 운영 초점을 군사에서 민간 경제 발전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음. 폼페이오는 비핵화 시 김정은의 체제 생존과 경제적 번영, 그리고 중국으로부터의 보호 등을 제시하며 설득 작업을 벌임. 김정은은 핵무기를 평생 짊어지고 싶지 않다며 비핵화 의지를 피력했고, 미국은 대북 투자와 평화 구축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서로의 요구사항을 확인하는 거래적 성격의 대화를 이어감.
이 과정에서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던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와 폼페이오의 정상회담 추진 기조에 반대하며 입지가 좁아짐. 결국 트럼프는 방북 성과를 확인한 후 틸러슨을 즉각 경질하고 폼페이오를 신임 국무장관에 임명함. 이로써 트럼프-폼페이오로 이어지는 새로운 외교 라인이 공고해졌으며, 북미 관계는 실무적인 비핵화 논의를 넘어 정상 간의 직접적인 담판을 향해 급물살을 타게 되었음.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은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과 회동하며 외교적 안전장치를 마련했음. 이는 김정은의 첫 외국 지도자와의 만남으로,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지원을 확보하려는 계산된 행보였음. 이후 김정은은 기존의 '선군 정치'를 버리고 '경제 총력' 노선을 채택하며,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를 약속하는 등 외교를 향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음.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아 남북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음. 청와대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안을 마련하고, 특히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언급했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활용해 양측의 공감대를 끌어내려 노력했음. 회담 당일을 위해 판문점 내 다리 보수와 경호, 의전 등 세밀한 준비를 마쳤으며, 남북 양측은 협력적인 자세로 회담의 성공을 도모했음.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을 밟고, 문 대통령과 함께 북측으로 다시 넘어가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되었음. 두 정상은 비공개 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와 단계적 이행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결과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공동 목표를 발표했음. 회담은 저녁 만찬과 공연을 끝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되었으며, 전 세계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봤음.
회담 직후 남북한은 확성기를 즉각 철거하는 등 실질적인 긴장 완화 조치를 이행하며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었음.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선언이 상징성에 치중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음. 특히 존 볼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을 "내용 없는 쇼"로 폄하하며 향후 북미 외교가 험난할 것임을 암시했고, 남북의 평화 모색에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 내부의 강경한 기류가 향후 전개될 외교 행보에 변수로 남게 되었음.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인 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면서 백악관 내부에 긴장이 조성되었음. 볼턴은 정권 교체와 군사력 사용을 지지하는 매파로서, 트럼프의 뜻을 따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외교적 접근 방식을 두고 끊임없이 충돌했음. 두 사람은 북한의 비핵화에 있어 '리비아 모델'이라는 강경한 방식을 공유했으나, 국무부를 향한 볼턴의 뿌리 깊은 증오와 트럼프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폼페이오의 정치적 계산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악화시켰음.
볼턴은 정상회담을 무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며 북한을 자극했고, 펜스 부통령까지 가세하자 북한은 거세게 반발했음. 이를 빌미로 트럼프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음. 그러나 북한이 즉각 유화적인 성명을 내고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자, 트럼프는 다시 입장을 선회하여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음.
볼턴이 사실상 외교 라인에서 배제된 가운데, 폼페이오는 성 김 대사를 통한 실무 협상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뉴욕 초청 등을 통해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했음. 김영철은 워싱턴을 방문하여 김정은의 메시지를 직접 트럼프에게 전달하며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음.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며 한미 연합 훈련 축소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등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음.
결국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을 6월 12일에 다시 개최하기로 확정했음. 회담 준비 과정에서 볼턴은 김영철과의 회동에서 제외되는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었으며, 트럼프는 이번 회담을 단기적 성과 도출이 아닌 장기적인 외교 과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 이는 트럼프와 폼페이오 주도의 독자적인 외교 노선이 공고해졌음을 의미하며, 볼턴은 정상회담의 향방을 놓고 점차 고립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