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지역회의
WHO(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지역회의, 제28차. 동경, 1977.9.6012. 롤번호 2007-37, pp1-81 (CP)
WPR/RC28/SR/2
① 지역국의 1차 보건의료·가족건강·보건인력·감염병 대응 논의 요약
회의는 지역국들이 1차 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 강화에 대해 공유하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었다. 피지, 미국,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등은 WHO 보고서가 1차 보건의료에 비중을 둔 것을 환영하며, 지역사회 참여, 다부처 협력, 저비용·기본 보건서비스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1976년 워킹그룹 이후 국가 전략을 수립 중이며, 1990년까지 전 국민 보건 커버리지를 목표로 하되, 농촌지역의 참여를 위해 미충족 지역 자원조사를 계획했다. 파푸아뉴기니는 보건은 더 이상 보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농업·교육부와 연계된 세미나를 높이 평가했다. 가족건강 영역에서는 말레이시아가 마을위원회·여성·청년단체 등 지역조직을 활용한 보건교육 사례를 소개했고, 피지는 가족건강·영양·모자보건 분야에서 WHO·WFP와의 협력을 보고했다.
② 보건인력·감염병·비감염성질환·백신·의약품 정책 관련 논의 요약
호주는 보건인력 양성 기관과 보건서비스 제공기관 간의 연계 강화 필요성과 펠로우십 배분 변화(보건인력개발 분야의 비중 감소) 등 데이터 비교 강화를 건의했다. 피지는 도시 집중 인력의 농촌 파견 문제와 ‘Primary Health Officer’ 체계 전환 계획을 소개했다. 감염병 분야에서는 필리핀이 예방접종 범위를 확대 중이나 콜드체인 문제, 백신 품질 확보 등이 병목이며, WHO가 자문을 제공하기로 했다. 라오스는 모바일팀보다 PHC 체계 내 예방접종이 경제적임을 강조했고, 피지는 결핵 감소·나병 훈련센터 설립 검토·성병 증가 문제를 보고했다. 비감염성질환에서는 뉴질랜드가 고혈압 대규모 스크리닝의 비용 대비 효과성을 문제 삼았고, 류머티즘열 대응을 위한 레퍼런스센터 설립을 논의했다. 필리핀은 DPT·BCG·광견병 백신의 자국 생산 확대 의지를 밝혔고, 말레이시아는 의약품 정책과 관리(drug policy & management)의 중요성이 보고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③ WHO의 답변, TCDC(개도국 간 기술협력) 논의, Parisot Fellowship 절차 요약
WHO 지역사무처장은 각국 질의에 답하면서, 예를 들어 홍역 백신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이유(비용·콜드체인·지역 내 질병 중증도) 등을 설명하고, 피지에 대해서는 WHO 대표가 개념 조율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논의된 TCDC(개도국 간 기술협력)은 1970년대 중반 UN 시스템에서 부상한 핵심 의제로, WHO 사무총장은 이를 1차 보건의료만큼 혁신적이고, 향후 WHO 예산·프로그램의 중심축이 될 정치적 이슈라 강조했다. 미국·영국·필리핀·호주 등이 모두 TCDC 실질화를 지지하며, 지역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아, 일본·파푸아뉴기니·한국·싱가포르 대표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Jacques Parisot Foundation Fellowship 선정을 위해 프랑스·말레이시아·뉴질랜드 대표 등이 참여하는 소규모 작업반을 구성하여 1978년 연구 펠로우 후보 3인을 추천하기로 하며 회의가 종료되었다.
WPR/RC28/SR/3
① 결의안 심의 및 WHO 총회 결의의 지역적 의미 검토
회의는 먼저 초안 결의안(Regional Director 보고서, TCDC 등)을 검토하며 시작되었다. 호주는 TCDC 결의안에 “소위원회가 이번 회기 중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하여 즉각적 실행을 촉구했고, 위원회는 이를 채택했다. 이어 WHO 제30차 세계보건총회 및 집행이사회에서 채택된 재정·예산·국가별 기여금 체납·WHO 현장대표 역할·마약 규제·프로그램 예산·국가별 보건계획 연계성 등에 관한 결의들을 검토했다. 뉴질랜드는 감염병(광견병·콜레라·인플루엔자·페스트 등)과 안전한 식수 등 지역 우선순위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WHO는 중기계획(MTP) 기반 예산 편성 체계가 국가 계획과 조정될 것이라 답했다.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에 대한 특별지원 결의(WHA30.25)도 논의되었고, 라오스와 베트남은 병원 재건, 말라리아·백신생산·보건인력 양성 등 긴급 수요를 설명하며 지속적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 대표는 베트남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기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② 질병통제·정신건강·전통의학·보건법·SI 단위 등 광범위한 분야별 결의 검토
말라리아 통제 결의(EB59.R13)에서는 영국이 DDT·말라티온·클로로퀸 내성 확대를 우려하며 “말라리아가 ‘역사적 실패’가 되지 않도록 국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병·정신지체(발달장애)·정신건강 항목에서는 영국과 호주가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와 예방 중심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주는 WHO 본부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 정신건강 조정그룹 사례를 소개하며 서태평양 지역에서도 유사한 조정그룹 설립을 제안했고, 여러 회원국이 이를 차기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SI단위 도입(WHA30.39) 논의에서 영국은 의료계의 신중한 전환 필요성을 언급했다. 보건법 현대화(WHA30.44) 항목에서는 말레이시아가 식품·의약품·검역 기준을 국가 간에 표준화하면 무역·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통의학(WHA30.49) 항목에서 라오스는 신설된 전통의학연구소가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고했다. 예방접종 확대(EPI)·백신 지역생산(WHA30.54) 등 영역도 검토되었고, 회원국들은 WHO 결의들을 별다른 이견 없이 참고하였다.
③ 보건인력 중기계획(HMD) 심의: 국가별 문제와 WHO 역할 논의
WHO 지역사무국은 서태평양 지역 보건인력 개발 중기계획 초안을 설명하며 각 회원국 의견을 요청했다. 사모아는 의료보조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보조인력이 의사·치과의사를 대체하는 개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령 태평양제도는 173개 진료소를 운영 중이나 의사 부족이 심각하며 향후 보건인력 대규모 양성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호주는 다학제 팀과 중간급 보건인력 활용 확대, ‘교육기관–보건서비스 제공기관 간 연결 부족’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파푸아뉴기니는 소규모 국가가 독자적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을 언급하며, 국가 간 공동훈련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1976년 기준 보건인력 현황(의약학교 80개, 의료·약학 졸업생 290,000명, 중등급 630,000명, ‘8,800,000 보건인력 중 1,800,000은 ‘발에 땅을 딛는(barefoot) 의사’ 시스템) 등을 상세히 공유하며 농촌 중심·중의와 서의 병행 교육·생산과 의료의 결합이라는 중국 특유의 정책을 소개했다. 피지와 말레이시아는 해외훈련 의존, 농촌근무 기피, WHO 펠로우십 경쟁 과열 등을 문제로 제기하며 가능한 한 현지훈련(on-site training)을 WHO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제 22
27차 회의에서 이미 제29차 회의의 장소를 다히(Manila)로 확정한 바 있으므로, 이번에는 회의 일시만 논의될 것이다.
또한 제30차 회의는 장소와 일시가 모두 미정이므로, 우리나라는 국가 발전상과 국제적 위상 제고를 고려하여 제30차 회의를 한국에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회의 유치를 공식 제의할 경우, 우리나라는 모든 회의 참가국의 입국 및 회의 참석을 보장할 것임을 명확히 천명할 것이다.
만약 사회주의권(공산권) 국가가 차기 회의 개최를 제의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 대표단은
- 모든 회원국의 자유로운 입국이 보장되지 않는 회의 개최는 무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 입국 보장이 사전에 명시되지 않는 한 공산권의 회의 유치에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 일부 회원국만 참석하게 되는 지역회의는 의미가 없음을 지적할 예정이다.
서태평양지역 관련 WHO 결의(안건 제10호)에 대한 기본입장
기본 방향
- 월남(남·북 베트남 포함)이 희망할 경우, WHO 회원국으로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보건 복구 지원을 지지한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공식 입장이다.
그동안의 경과 및 한국의 대응
- 1976. 3. 서태평양지역 특별회의 참석 (주제네바 대사관 1명 파견)
- 한국은 정부의 최종 입장은 추후 WHO에 통보하겠다고 설명함.
- 월남 수석대표는 비공식 대담에서 한국의 원조 제공 의향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함.
- 1976. WHO 제29차 총회
- 한국 대표는 유고슬라비아 제안 결의안에 지지 발언을 함.
- 1976. 6. 21. WHO 사무총장 주재 남·북 베트남 및 희망국가(약 30개국) 회합
- 한국도 참석하여 원조 논의에 참여함.
- 1977. WHO 제30차 총회
- 위원회에서 인지 3국(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에 대한 원조 지지 발언을 실시.
- “인도적 견지에서 월남 특별원조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한국의 구체적 원조 내역은 추후 발표 예정”이라 공식 표명.
- 월남 측은 비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함.
- 향후 지역회의 전망
- 지역회의에서 인지 3개국 원조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음.
- 한국 대표는 회의 분위기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 월남 원조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는 발언을 실시할 것.
3. 공산 인지 3개국(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의료원조 문제
이 사안은 한국에게 중요한 관심 대상임.
관련 WHO 결의 및 흐름
- 1975. 5. WHO 제28차 총회: 공산 인지 3국에 대한 의료원조 결의 채택
- 1976. 3. 서태평양지역 특별회의: 원조 약속 위한 최초 회의
- WHO 제29차·30차 총회 결의: WHA 30.25
- WHO 집행이사회(57차, 58차, 59차): 관련 후속결의 채택
한국은 지속적으로 인도주의 원칙에 따른 지원을 지지하되, 정치적 악용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조율해옴.
공산 인지 3국에 대한 WHO의 대규모 원조가 결정되면:
- WHO 내에서 공산권 블록의 숫자와 발언력이 증가
- 이후 WHO 결의, 대표권 문제, 지역회의 운영 등에서
한국에게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음
즉, 단순한 원조 문제가 아니라
→ 국제기구 내 세력 판도 변화를 의미하는 전략적 사안이었음.
일본 측은 한국이 WHO 제30차 회의 유치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개최지는 표결이 아니라 회원국 전체의 합의(consensus)로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단순히 개최 의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다른 회원국과의 사전 교감·조율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일본이 “16차 회의를 서울에서 열던 때와 현재는 회원국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 부분도 중요하다. 1960년대에는 공산권·사회주의권의 참여가 제한적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에는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등 공산 정권의 WHO 참여가 확대되면서 정치적 지형이 변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이 회의를 유치하려면, 특히 공산권과의 관계 또는 대표권 문제에서 반대를 받을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한 일본 측은 이 회의가 단순한 기술 논의가 아닌 정책·결의도 다루는 회의이기 때문에, 회의 중에 한국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 등장할 위험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한국 대표는 회의장에서 전반적으로 중국(중공) 지지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WHO 이사국 선출은 전통적으로 표결이 아니라 회원국 간 컨센서스(consensus)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은 1949년 WHO 가입 이후 단 한 번만 이사국을 역임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역내 보건 분야 기여도와 회원국으로서의 경력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는 한국에게도 공정하고 적절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한국 간 외교적 경쟁 구도 속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한국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메시지였다.
이에 지역 사무국장은 1979년에 및 휘지(Fiji) 두 나라의 이사국 임기가 만료되어 공석이 생길 예정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이 이미 해당 이사국 자리에 출마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는 사실을 회의에 알렸다. 사무국장은 회원국들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지지 여부가 공개적으로 표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는 ‘회원국 간 합의’라는 절차적 틀 안에서 한국의 지지를 모아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요청에 따라 필리핀 대표가 즉각적으로 한국을 이사국 후임 후보로 추천했고, 말레이시아는 한국 추천에 지지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본인들도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피지 역시 한국 추천에 동의하였다. 한국 대표는 말레이시아의 동시 출마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찬성 의사를 표명하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WHO 내부에서 한국이 ‘협조적이고 비대립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이사국 선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외교적 균형 전략으로 이해된다.
한국은 1979년 WHO 서태평양지역 이사국 선출에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회의장은 전반적으로 중국 지지 분위기가 강했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한국을 지지한 반면, 베트남은 “한국이 중국을 지지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한국을 반대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회의 후 한국은 일본이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일본은 절차상 대응이 늦었을 뿐 앞으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차기 지역회의 개최 문제에서는 이미 싱가포르가 잠정적 초청의사를 낸 상황이었고, 사무국과 일본은 한국에게 “중국이 공식적으로 반대하거나, 결정 후 불참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이를 고려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공식 발언에서 “한국은 언제든 회의를 주최할 준비가 있다”는 원칙적 입장만 표명하며 정면 충돌을 피했다.
사무국은 한국의 개최 의사를 결의문의 한 조항으로 넣으려 했지만, 중국이 즉각 삭제를 요구했고 다른 회원국들도 이의 제기 없이 이에 동조했다. 한국은 중국과의 공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응하지 않았고, 결국 결의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회의 최종 보고서에는 한국의 개최 의사가 사실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