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힘’ 그리고 ‘영향력’
Whang, T. Y. 1999. “US Foreign Aid and UN Voting: An Analysis of Important Issues,”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43(1):199-210.
이 논문은 미국의 대외원조가 실제로 유엔에서의 외교적 영향력으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한 연구이다. 기존 연구들은 전체 유엔 결의안을 기준으로 분석해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지만, T. Y. Wang은 “모든 결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모든 사안에 압력을 가하지 않고, 자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important issues)’에서만 원조를 통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1984~1993년 65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결의안에서는 미국과의 투표 일치율이 평균 19%에 불과했지만, 중요한 사안에서는 55%로 크게 높았다. 이는 미국의 원조가 전반적 외교노선보다는 핵심 사안에서의 정치적 순응을 유도하는 효과적 수단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1984~1993년 유엔총회에서 미국이 ‘중요하다고 지정한(important)’ 116개의 이슈를 분석하여, 미국의 대외원조가 개발도상국의 유엔 투표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했다. 이 이슈들은 중동평화, 외국군 개입, 인권, 핵무기, UN 예산과 조직 문제 등 10개 범주로 나뉘며, 절반 이상이 중동과 개입 관련 사안이었다. 연구는 65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패널자료(pooled cross-section and time-series) 분석을 사용했으며, 종속변수는 ‘중요 사안에서의 미국과의 투표 일치율’로 설정했다. Wang은 미 국무부 자료와 독자적 대안 측정치를 병행해 사용했는데, 전자는 기권·결석을 제외해 일치율이 높게 나오고, 후자는 이를 반대로 처리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핵심 독립변수는 미국 원조 의존도(전체 원조 중 미국 원조 비율)이며, 1년 시차(lag)를 두어 영향 시점을 고려했다. 추가로 다자원조 의존도, 민주주의 수준, 군사력, 1인당 국민소득, 냉전 종식(dummy for 1991년 소련 해체) 등의 통제변수를 포함했다. 즉, 이 연구는 “미국의 원조 의존도가 높을수록, 특히 중요한 이슈일수록 유엔에서 미국과의 투표 일치율이 높아지는가”를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설계라 할 수 있다.
- D91: 1991년 소련 해체(dummy)
- LagVotes: 전년도 투표 일치율(관성 통제)
- USAid(level/change): 미국 원조 의존도 및 그 변화
- Multiaid(level/change): 다자원조 의존도 및 그 변화
- Democracy / Military / GNPPC: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 군사력, 경제력
을 포함하여 분석했다.
특히 Wang은 냉전 종식이 단순히 ‘한 번의 충격’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보고,
이 효과(β₁)를 단순 더미가 아니라 Box–Tiao 1차 전달함수(Box–Tiao first-order transfer function) 로 추정했다. 이는 시계열 분석 기법으로, 과거 값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지연효과(backshift operator, B) 를 고려하는 방식이다.
즉, 소련 해체가 즉시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제체제 변화의 관성적 효과가 점진적으로 반영된다고 본 것이다. 요약하자면, Wang의 모형은 미국 원조와 UN 투표 일치 간의 관계를 시차(lag)·구조적 변화(냉전 종식)·정치·경제 변수 등을 함께 통제한 패널 회귀모형이다.
1984~1993년 사이 65개 개발도상국의 유엔총회 투표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의 대외원조가 실제로 외교적 영향력으로 작동하는가를 검증했다. 분석 결과, 단순히 미국 원조를 많이 받는 나라가 아니라, 최근에 원조가 늘거나 줄어든 나라일수록 미국의 입장과 투표 방향이 더 자주 일치했다. 이는 원조의 ‘총량’이 아니라 ‘변화’가 정치적 보상·처벌 신호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또한 냉전 종식 이후에는 개발도상국들이 미국의 입장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해, 미국과의 투표 일치율이 평균 8~16%포인트 높아졌다.
이 결과는 “외교 원조는 비효율적”이라는 기존 주장과 달리, 미국이 원조를 통해 중요한 사안에서 외교적 순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는 미국이 모든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자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중요한 이슈’에 집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해석한다. 결국 미국의 대외원조는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경제적 수단(economic statecraft) 으로서 기능하며, 냉전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주요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힘 → 영향력의 잠재 조건
- 힘이 있어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힘이 있다고 해서 항상 영향력이 생기는 건 아님.
(예: 미국이 힘은 크지만, 프랑스나 인도는 독자적 외교를 유지함)
영향력 = 힘의 실현된 형태
- 영향력은 ‘행동 변화’라는 결과를 통해 힘이 작동했음을 보여줌.
- Wang (1999)의 연구처럼, “미국의 원조(=경제적 힘)가 실제로 다른 나라의 외교 행동(=유엔 투표)을 바꾸는가?”를 보면 ‘힘이 영향력으로 전환되었는지’를 측정할 수 있음.
| 구분 | 권력(Power) | 영향력(Influence) | 대표학자 | 국제정치 예시 |
| 1차원 | A가 B의 행동을 바꿈 | 보상·처벌을 통한 행동 변화 | Dahl (1957) | 미국 원조 → 유엔 투표 변화 (Wang, 1999) |
| 2차원 | A가 의제 자체를 통제 | “무엇이 논의되는가”를 결정 | Bachrach & Baratz (1962) | 미국이 유엔 의제 조정, 결의 상정 차단 |
| 3차원 | A가 B의 인식·가치를 형성 | B가 자발적으로 A의 입장을 내면화 | Lukes (1974) | 제3세계 엘리트가 미국 가치 내면화 (Moon, 19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