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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불개입(Non-Intervention)에 대하여

Mill, John Stuart. A Few Words on Non-Intervention. Foreign Policy Perspectives No. 8. London: Libertarian Alliance. First published in Fraser’s Magazine, 1859.

Nov 18, 2025
밀, 불개입(Non-Intervention)에 대하여

존 스튜어트 밀은 이 글에서 영국의 외교정책이 도덕적 불개입(non-intervention)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오해와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표현·실천되고 있음을 비판한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팽창적이고 양심적인 강대국임에도, 정치가들이 스스로를 “영국의 이익이 없는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 나라”라고 천박하게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제국주의적 의도처럼 비친다는 것이다. 밀은 영국이 실제로는 자기 이익이 아니라 안전(safety) 때문에 개입 여부를 판단하며, 이는 모든 국가의 정당한 권리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수에즈 운하 반대처럼 “세계 공동의 이익”을 해치는 행동은 영국의 명성과 도덕적 신뢰를 파괴하며, 인류 전체의 진보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후 밀은 “불개입 원칙” 그 자체를 도덕철학적·국제정치적 기준에서 다시 검토한다. 그는 불개입이 보편적 원칙일 수 없으며, 문명 수준의 차이가 개입의 정당성 조건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국제적 도덕규칙은 ‘호혜성’을 전제로 하지만, 야만국(barbarous nations)은 규범을 상호적으로 지킬 능력·의지가 없기에 문명국과 동일하게 대우될 수 없다. 야만사회는 아직 자치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정복·간섭이 오히려 그들을 문명으로 끌어올리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알제리 지배나 영국의 인도 통치는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 문명국의 책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인도에서는 영국이 토착국가들의 군사력과 체제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의존구조’를 만들어 놓은 만큼, 영국은 그 결과로 발생한 폭정과 혼란에 도덕적 책임을 져야 했고 오우드(Oude) 합병은 늦었지만 정당한 의무의 이행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문명국끼리 (즉 유럽 기독교 국가들 사이)의 정복, 강제적 제도이식, 정부·정권 유지 개입 등은 명백히 비도덕적이며, 불개입이 기본 원칙이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한 국민이 자국의 전제 군주(순수 내부 억압)를 상대로 자유를 쟁취하려 할 때, 타국이 그 민중을 도와야 하는가 여부다. 밀은 내부 억압에 맞선 자유 투쟁은 외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자유는 외부가 ‘부여’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민중이 스스로 노동·위험·희생을 감수해 투쟁할 때에만 그 자유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외국의 군사적 도움으로 얻은 자유는 형태만 남고 내용은 사라져 곧 독재로 돌아간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만약 외국의 군사력 때문에 민중의 자유투쟁이 좌절되는 경우—즉 “외부 지배” 또는 “외세가 지탱하는 정권”—불개입 원칙은 적용될 수 없고, 자유국가는 개입할 도덕적 권리이자 의무를 갖는다. 이는 힘의 균형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왜곡된 균형을 바로잡는 정의로운 개입이다. 밀은 이를 “불개입을 강제하기 위한 개입(intervention to enforce non-intervention)”이라고 부른다. 헝가리의 1848년 혁명에서 러시아가 개입해 오스트리아를 도왔던 사건을 예로 들며, 영국과 프랑스가 러시아의 간섭을 막았다면 그것은 고귀하고 정당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밀은 마지막으로, 독재국들은 서로 도와 다른 나라의 자유를 짓밟을 수 있는데, 자유국가들만 ‘불개입 원칙’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억압하는 쪽만 서로 힘을 합치고, 자유를 지키려는 쪽은 손을 놓고 있는 모순적 상황이 생긴다고 비판한다. 그러므로 어떤 강대국이 “유럽에서 전제정이 반란하는 민중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유럽의 모든 자유 애호 민족이 곧 해방될 것이며, 그 국가는 자유국가들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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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의 『On Liberty』 핵심은 개인의 자유는 남에게 해를 끼칠 때만 제한 가능

그런데 이 글에서는 다른 나라를 “해를 끼치지 않아도”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자유국가에 부여함.

국가 수준에서의 “개입 정당성”은 Mill 자유주의의 자기모순 아닌가?

자유주의가 개인에게는 절대적 자율성을 요구하면서, 국가에는 타자 개입의 도덕적 권한을 부여하는 논리적 근거는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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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도덕론에서 ‘방임’은 왜 비도덕적인가?
Mill은 ‘악을 방지할 의무’를 어디에서 가져오는가?

Mill은 자유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despots끼리 서로 도울 것이라고 말한다. 억압하는 쪽은 국제적으로 서로 연대하고 있는데, 자유를 옹호하는 쪽만 ‘불개입’이라는 규칙으로 스스로를 묶어두면 결과적으로 독재만 이익을 본다.
그런데 자유주의는 원래 “방임=도덕적 중립”이 기본.
그렇다면 Mill의 논리는 자유주의적이 아니라 도덕적 의무론(Kant적)에 가깝다.

소극적 의미에서의 자유는 외적 간섭이 없는 상태를 뜻하지만, 밀의 자유론이 자리하는 근대 정치사상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이상 법적 제약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문제는 제약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제약이 ‘타율’이 아니라 ‘자율’로 이해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그 법과 규칙이 내가 이성적으로 승인한 삶의 방식과 결합해 있다면, 외형적 제약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자유의 침해가 아니라 오히려 자유의 실천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는 단순히 방해받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며, 밀에게서 그것은 곧 인간이 ‘진보하는 존재’로서 자기발전과 개성의 발현을 추구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결국 진정한 자유는 즉흥적 욕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숙고한 자기형성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조건을 의미하며, 밀의 자유론은 이러한 자율적 자기실현이 인간에게 가장 본질적 가치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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