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eun Sim

어떤 IGO가 평화를 만드는가

Boehmer, Charles Erik Gartzke and Timothy Nordstrom. 2004. "Do 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s Promote Peace?" World Politics 57(1):1-38.

Nov 25, 2025
어떤 IGO가 평화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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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론(bargaining theory of war)은 전쟁을 협상의 실패로 설명하는 이론으로, 국가들은 전쟁이 매우 비싸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원래는 싸우기보다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협상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상대의 능력·의지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 약속 불이행 위험(미래에 합의를 지킬 것인지에 대한 불신), 이슈 분할의 어려움(영토·주권처럼 나누기 힘든 사안) 때문에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은 ‘비합리적 충돌’이 아니라 협상이론적 조건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합리적 결과이며, 이를 바탕으로 국제기구(IGO), 중재, 제재 등 제도적 장치가 협상 실패를 줄여 평화를 증진할 수 있는지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저자들은 기존 경험연구가 “IGO 효과가 있다/없다”라는 이분법적 결론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원인은 IGO를 하나의 동질적 범주로 취급해버린 데 있다. 실제로 IGOs는 제도화 수준(기관·사무국·집행력), 규범 밀도, 분쟁 해결 절차, 감시·집행 능력, 회원국의 정치적 결속력(cohesion)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NATO나 EU는 높은 제도화와 집행력을 갖지만, SAARC나 CEPGL은 상징적 수준에 가깝고 정책적 구속력도 거의 없다. 이런 이질성을 통제하지 않으면 “대부분 효과가 없는 IGO”가 “소수의 고효과 IGO”를 통계적으로 희석시키며, 결과가 서로 모순되게 나타난다.

두 번째 문제는 국가의 국제정치적 활동성(engagement)이 IGO 가입 여부와 갈등 발생 여부 모두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외교적으로 활발하고 국경 밖 이해관계가 많은 국가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IGO에 가입하지만, 동시에 외부와 부딪힐 가능성(경쟁·협상·갈등)도 높다. 즉, IGO 가입 → 분쟁 발생 이 아니라 국제활동성 → IGO 가입 + 국제적 분쟁노출 증가라는 “선택효과(selection)”가 작동한다. 이 변수를 통제하지 않으면 IGO가 ‘갈등을 증가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IGO의 실제 효과를 분석하려면 (1) IGO의 속성(제도화·임무·결속도), (2) 국가의 체계 내 활동성, 두 축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

저자들은 기존 자유주의(IGO가 선호·규범을 바꾼다)와 현실주의(IGO는 무력하다)의 대립을 넘어, 협상(bargaining) 이론에 기반한 “중간 경로”를 제시한다. 협상 이론은 전쟁이 물리적 힘의 차이 자체 때문이 아니라, 상대의 의도·능력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 또는 상대가 정보 공개를 전략적으로 악용할 가능성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Fearon 1995). 따라서 IGO가 평화를 촉진하려면 두 가지 핵심 기능을 만족해야 한다.

  1.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 기능
      • IGO가 감시·보고·분쟁관리 절차를 통해 “분쟁 당사국의 실제 능력과 의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때, 오판이 줄어들고 협상 공간이 확대된다.
      • 제도화 수준이 높은 IGO일수록 정보의 품질과 신뢰성이 높아진다(예: 사무국, 모니터링 기구, 상설 중재 절차).
  1. 전략적 오용(cheating) 방지 기능
      • 새로운 정보가 공개될 때 어느 한쪽이 이를 이용해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면 협상이 깨지므로, IGO는 회원국이 정보를 전략적으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약해야 한다.
      • 높은 결속력(cohesion)과 집행력(enforcement capacity)을 가진 IGO만이 이런 제약을 효과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만 IGO는 분쟁을 억제하는 실질적 효과를 가진다. 그래서 저자들은 “IGO 효과는 조건적이고, 특정 속성을 가진 IGO만 효과적이다”라고 결론 내린다.

특히 안보 임무를 가진 IGO(peace and security mandate)는 이러한 메커니즘에 가장 직접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단순 경제·사회 목적의 IGO보다 평화 촉진 효과가 크다.

 

저자들은 현실주의처럼 IGO를 무력하다고 보지도, 자유주의처럼 자동적 평화 메커니즘으로 보지도 않는다. 전쟁은 힘의 차이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 불완전한 약속(commitment), 이슈 분할 불가능성 때문에 발생한다는 Fearon식 협상이론을 출발점으로 삼아, IGO가 전쟁 기제를 건드릴 수 있을 때만 평화 효과가 생긴다고 본다. 즉, IGO는 “국가의 선호를 변화시키거나 규범을 주입하는 존재”가 아니라, 갈등의 정보 구조를 조정하거나,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 남용을 제약하는 3자 행위자(third-party actor)로 기능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따라서 매우 소수의 제도화·결속도가 높은 IGO에서만 실질적 평화 효과가 기대된다.

IGO가 평화를 촉진할 수 있는 핵심 메커니즘(3가지)

첫째, 정보중개(Informational arbitrage): 전쟁 원인이 정보 비대칭이므로, IGO가 감시·보고·조사 등을 통해 “상대의 능력·의도”에 대한 신뢰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면 전쟁 가능성이 줄어든다(제도화·행정능력 필수).

둘째, 비밀 개입 또는 제약(Intervention with secrecy or constraint): IGO가 한쪽에 보상·압박을 가하더라도, 그 정보가 상대에게 알려져 재협상 압력으로 전환되면 효과가 사라진다. 따라서 IGO는 (a) 개입 사실을 비밀로 유지하거나, (b) 개입으로 이득 받는 국가가 추가 양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제약해야 한다. 이 기능은 회원국의 선호동질성(cohesion) 없이는 불가능하다.

셋째, 비용 신호(costly signaling) 촉진: IGO가 제재·금수·정치적 처벌 등 “중간 단계의 비용”을 부과하면, 이를 감내하는 국가는 강한 resolve를 보여주고, 정보 비대칭이 줄어들며 전쟁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는 안보 임무를 가진 IGO에서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힘의 구조나 비용·편익의 변화를 외부에서 만들어도, 국가들은 이를 즉시 협상 요구로 재흡수하기 때문에(“Proposition 1”), 단순 억지·유화는 갈등 억제 효과가 거의 없다. 따라서 IGO가 평화에 기여하려면 전략적 조건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조건이 협상 테이블에서 재해석·악용되지 못하도록 정보 흐름과 행위 제약을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IGO는 (1) 강한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 (2) 회원국의 선호동질성(cohesion), (3) 안보 관련 공식적 권한(security mandate), (4) 때로는 주요 강대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IGO는 협상 실패를 예방해 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약한 IGO는 갈등 억제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1. 왜 협상이론 기반 IGO 효과 검증이 어려운가? → 간접적 식별 전략

협상이론은 전쟁의 핵심 원인을 “비관찰적 정보(비대칭성)”로 보기에, IGO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관측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저자들은 정보 구조 변화의 간접적 귀결(indirect implications)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기존 실증연구가 혼재된 결과를 보인 이유는 IGO 효과 자체보다 국가의 국제활동성(engagement), IGO의 제도적 이질성, 회원국 선호 충돌(내부 contentiousness) 등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협상이론이 오히려 이러한 “IGO 효과의 강점과 약점이 혼재되는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2. 협상이론 기반 4개의 가설: IGO 효과는 ‘조건적’이고 ‘속성 의존적’

저자들은 네 가지 가설로 기존 이론들과 자신들의 이론을 구별한다.(분석단위: dyad-year 패널(1950–1991))

(1) Hypothesis 1: 국가의 국제 참여도가 높을수록 IGO 가입도 많고 분쟁 위험도 높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면 단순한 IGO 공동가입은 분쟁 감소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2) Hypothesis 2: IGO는 제도화 수준이 높을수록(=정보중개·중재·제재 능력 보유) 분쟁을 억제한다. 이는 현실주의의 “IGO는 무력하다”와 자유주의의 “IGO는 모두 효과적이다”를 모두 부정하는 조건부 주장이다.

(3) Hypothesis 3: 회원국 간 선호가 일치할수록(높은 cohesion) IGO의 갈등관리 능력이 강화된다. 회원국 내부의 정치적 분열은 IGO 개입의 신뢰성과 비밀 유지, 제약 조치 모두를 약화시킨다.

(4) Hypothesis 4: 안보 임무(security mandate)를 가진 IGO는 경제·사회 분야 IGO보다 갈등을 억제할 능력이 훨씬 강하다. 즉, IGO의 목적과 권한 자체가 효과의 핵심 조건이다.

3. 연구 설계 핵심: 단위는 dyad-year, IGO를 ‘속성별’로 재코딩하여 테스트

저자들은 1950–1991년 dyad-year 패널 데이터를 사용해 기존 Oneal & Russett 모델을 재현한 뒤, 여기에 IGO 속성 변수(제도화·결속도·안보 임무)를 추가한다. 종속변수는 MID Onset이고, 시간의존성을 통제하기 위해 Beck–Katz–Tucker(BTSCS) 기법을 사용한다. IGO는 (1) minimal, (2) structured, (3) interventionist의 3단계 제도화 수준으로 재분류하고, UN 투표 패턴을 활용해 member cohesion(내부 contentiousness)을 측정한다. 또한 “Diplomatic Missions Low” 변수를 사용해 국가의 국제활동성(engagement)을 통제함으로써 IGO 가입과 분쟁의 ‘선택 효과(selection bias)’를 제거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경제상호의존·동맹·지리적 요인 등 기존 통제변수들을 유지해 비교가능성을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의 설계는 IGO의 속성·내부정치·국가 활동성 등이 결합될 때만 갈등 억제 효과가 나타난다는 협상이론적 예측을 검증하기 위한 구조다.

 

결과

1. 국가의 ‘국제활동성’을 통제하면 기존 IGO 효과는 대부분 사라진다

저자들은 먼저 Oneal & Russett 모델을 재현한 뒤, 자신들이 제시한 Diplomatic Missions(국제활동성) 통제변수를 추가한다. 그 결과, 기존 연구에서 나타났던 “IGO 가입 → 분쟁 감소” 혹은 “IGO 가입 → 분쟁 증가”라는 관계는 대부분 사라지거나 약해진다. 즉, IGO 공동가입이 분쟁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이유는, 국제적으로 활동적이고 이해관계가 많은 국가일수록 IGO에도 더 많이 가입한다는 선택효과(selection effect) 때문이었다. 이 단계부터 이미 “IGO는 모두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가정이 잘못되었음이 드러난다.

2. IGO를 ‘속성별로 분해’하면 효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IGOs를 하나의 변수로 취급하면 아무 효과도 없지만, 제도화 수준·회원국 선호 동질성·안보 임무로 세분화하면 결과가 뚜렷해진다.

  • 구조화된(structured) IGO는 분쟁 발생 확률을 유의미하게 줄인다.
  • 최소 제도화(minimal) IGO는 효과가 없고,
  • 개입형(interventionist) IGO는 전체 표본에서는 혼합된 결과를 보이지만, 안보 임무(security mandate)로 재분류하면 강력한 평화효과를 보인다.
    • 안보 임무를 가진 “개입형–제도화된 IGO”만이 MID 발생 확률을 약 22% 정도 실제로 감소시킨다. 반대로, 안보 임무 없이 경제·사회 분야에 집중된 IGO는 분쟁 억제 효과가 없다. 또한 조직 내부에서 회원국 간 선호가 충돌할수록(contentiousness) IGO는 기능을 상실하거나 오히려 불확실성을 높여 분쟁을 증가시킨다. 즉, IGO의 효과는 극히 조건적이며 특정 속성의 조합에서만 나타난다.

‘IGO는 평화를 가져오는가?’

종합적으로 볼 때, 자유주의의 “IGO는 협력을 촉진해 자동적으로 평화를 만든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하며, 반대로 현실주의의 “IGO는 무력하거나 강대국의 도구일 뿐이다” 역시 사실과 다르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제도화된 행정능력
  1. 회원국의 선호 결속도(cohesion)
  1. 안보 관련 공식적 권한(security mandate)
    1. 이 세 가지를 갖춘 소수의 IGO만이 실제로 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의 IGO는 단순 회의체에 불과하며 분쟁 억제에 기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완전히 무력한 것도 아니다—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분명한 독립적 평화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IGO가 평화를 촉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어떤 IGO인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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