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안보협력기구(The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OSCE) 는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하는 유럽 56개 국가로 구성되어 있는 범 유럽 안보 레짐이다.
1972년 헬싱키 프로세스로 시작하여 1975년 유럽안보협력회의(The 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CSCE)가 되었고, CSCE는 냉전시대에서 후기냉전시대를 거치면서 그 명칭이 OSCE로 바뀌는 레짐변화를 겪어왔다.
여러 학자들은 레짐의 출현 이유를 종속변수에 따라 주로 권력중심의 현실주의, 이익 중심의 신자유주의, 지식 중심의 인지주의로 구분하였다. 이 논문은 레짐동학에 대한 변증법적 고찰을 시도한다.
레짐동학의 변증법적 접근: 가설의 도출
이 연구는 특정 레짐이 출현하고 소멸되는 원인에 대하여 근원적 원인을 추적한다. 이 분석 방법론의 네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사회적 구성/생산 원칙
- 전체성의 원칙
- 모순의 원칙
- 행위자의 창조적 개입원칙
연구자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 권력관계는 레짐 내의 헤게모니 국가의 리더십의 영향을 받는다. 더불어 특정 이슈와 관련하여 행위자간에 이익이 일치하면 레짐의 효율성의 정도가 증가한다.
- 행위자간 이익의 불일치는 레짐의 효율성과 탄력성을 저하시킨다
- 행위자간 이질적인 지식(=행위자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나 이념)체계는 레짐의 효율성과 탄력성을 저하시킨다.
가설의 검증
출현기는 제1단계(1972-1975)로, CSCE 협상이 시작되어 '헬싱키 최종협약'(HelsinkiFinal Act)이 채택되었던 시기다. 이 시기는 동서 분단, 핵무기 실험금지 조약 등 안보레짐의 형성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있었다. 또한 미소 중심의 권력관계에서 중국, EC, 제3세계 국가들이 부각되며 양극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일문제’의 해결을 위해 범안보 협력체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이 시기 CSCE 출현에 중요한 점은 미국과 소련의 리더십이다. 이 ‘헬싱키 최종협약’은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블록간 협상의 결과이다. 하지만 행위자간 이해 충돌 문제도 있었다. 소련은 국제적 인정, 동서간 경제협력의 달성이 우선순위였던 반면, 미국은 인권과 같은 인도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싱키 최종협약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엔헌장’ 이나 ‘선린관계에 관한 유엔선언’과 같은 보편적 원칙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전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갑자기 논리적 비약..?)
제2단계(1976-1986, 동요) 에서 권력관계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 레짐이 위기상황을 맞이하였던 이유는 참여국간의 가치와 이념의 불일치일 것이다. 그럼에도 레짐 내 모순의 정도가 미미하여 저자는 이와 같은 원인이 레짐 변화를 초래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
제3단계(1987-1986, 이행) 이 시기에서는 레짐의 명칭이 CSCE에서 OSCE로 바뀌는 ‘전환’ 단계 이전의 ‘이행’ 이 나타난다. 우선 냉전의 붕괴로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CSCE는 제도화 과정이 필요했다. 장기적 차원의 갈등 예방 장치로 자유선거 사무소를 바르샤바에 설립한 것 또한 주목할만 하다. 이 시기 CSCE는 더불어 외무부장관회의, 고위공직자 위원회, 갈등예방센터 등을 설립하면서 레짐의 구속력이 더욱 강화되었다.
이 시기 냉전의 붕괴와 같은 구조적 변화는 회원국 간 결속력의 이완을 초래했다. 이러한 외부 변화가 전통적 리더십에 손상을 주었다. 또한 동서의 이해관계가 전보다 크게 상이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 시기 동서간 가치와 이념이 상당 수준 수렴되었다. 따라서 동구권 국가들의 전통적 이해관계가 이전과 상당한 갈등을 야기하면서 레짐 내부에 축적된 모순이 레짐의 효율성을 저하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능의 확장, 제도의 공고화를 향한 레짐 ‘이행’을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제4단계 (1991-1994, 전환) 1994년 마침내 ‘프로세스’에서 ‘국제기구’로의 레짐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 당시 유럽에서는 전통적 의미의 군사적 위협은 사라지고 주로 국내 또는 지역적 수준에서의 비군사적 갈등이 주요 안보 위협으로 등장했다.
더불어 나토는 바르샤바조약기구로부터의 위협이 사라지자 존재 이유를 상실하였고 이는 미국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졌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였고, 이러한 레짐의 권력관계 변화는 중심적 리더십의 부재로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CSCE의 당면과제는 후기 냉전시대의 다양한 안보위협에 대처하는 갈등예방, 위기관리, 분쟁해결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지식 측면에서도 동구권이 붕괴함에 따라 그들의 가치체계가 무너졌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등을 그들의 기본적인 원칙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권력관계와 이해관계의 변화가 레짐전환을 촉발하고, 행위자간 지식의 동질적 변화가 이 과정을 촉진했다고 본다.
에필로그 (1995-2005) 레짐전환 이후 OSCE는 ‘안보의 불가분성(indivisibility of security)라는 새로운 개념적 틀을 만들어내는 등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결론
CSCE 안보레짐은 프로세스로 출현하여 ‘국제기구’로 전환되었고, 이 논문은 권력, 이익, 지식을 주요 변수로 보고 레짐의 변화과정을 설명하였다. 즉 어느 한 변수를 중심으로 레짐 변화를 분석한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 논문은 일단 국가간 합의에 의해 레짐이 출현한다고 하더라도 레짐은 그 내부의 모순 때문에 계속하여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변증법적 논리에 입각하여 있다. 따라서 행위자의 권력, 이익, 지식의 변화가 기존 레짐과 일치하지 않거나 양립하지 않으면 레짐의 효율성과 탄력성을 저하시켜 레짐변화를 야기한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한 하위 가설들은 대체로 (저자에 따르면) 유효한 것으로 검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