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기존의 인권 협정(HRAs) 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한다. HRAs는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강제 장치가 없어, 설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억압적 정부가 실제 행동을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학계의 회의론이 존재한다.
이에 비해 최근 증가한 특혜무역협정(PTAs) 은 시장 접근을 조건부로 제공하면서 인권 기준을 내재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강한(hard)” 기준을 가진 PTAs는 인권 원칙 준수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으며, 회원국의 정책 선택에 직접적인 물질적 인센티브(무역 혜택, 제재)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설득이 아니라 억압적 정부의 행동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저자는 1972~2002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강한 인권 기준을 내포한 PTAs가 실제로 인권 개선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설득 중심의 HRAs보다, 조건과 강제력을 가진 PTAs가 더 효과적인 제도적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 준수 문제는 많은 주권 정부가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 원칙을 의도적으로 위반한다는 데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정치적 권력 유지나 경제적 이익을 노린 계산된 억압 행위다. 새롭게 민주화된 국가의 지도자들은 인권을 지지하더라도 국내 반대에 막혀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권위주의 정부의 엘리트들은 억압을 통해 막대한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따라서 다양한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이런 억압적 행위자들의 행동을 바꾸려면, 국제 제도는 단순한 규범 제시를 넘어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국제 사회에서 국가의 인권 행동을 바꾸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설득(persuasion) 으로, 국제기구가 정보와 규범을 계속 전달해 억압적인 지도자들이 생각을 바꾸고 인권을 지키는 게 옳다고 믿게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새로운 지도자가 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다른 하나는 강제(coercion) 로, “인권을 개선하지 않으면 무역 혜택을 주지 않는다”거나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는 식으로 당장 눈앞의 손익 계산을 바꾸는 방법이다. 이 경우 설득처럼 마음속 신념까지 바꾸지 않아도, 억압을 계속하는 비용이 커지면 행동을 고칠 수 있다. 게다가 실제 제재를 하지 않고 위협만 해도 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아, 국제기구 입장에서는 빠르고 효율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강제는 설득보다 더 즉각적이고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으며, 두 방식은 때로 병행되어 상호 보완적으로 인권 준수를 촉진할 수 있다.
사례 연구 역시 설득만으로는 부족하며, 특히 최악의 억압자들에게는 초기 단계에서 최소한 도구적 협상(instrumental bargaining, 즉 이익과 불이익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현실적 거래) 같은 강제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단순히 조약에 서명했다고 해서 인권 상황이 체계적으로 개선된다고 보기 어렵다.
특혜무역협정(PTAs)은 원래 무역 자유화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점점 더 많은 협정이 인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협정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소프트(soft) PTA는 동남부 아프리카 공동시장(COMESA)처럼 조약 서문에 “인권 존중과 법치 준수”를 명시하지만, 짐바브웨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에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해 사실상 선언적 성격에 그친다. 반면 하드(hard) PTA는 로메(Lomé)와 코토누(Cotonou) 협정처럼 아프리카·카리브·태평양(ACP) 국가들에게 유럽연합(EU) 시장 접근을 제공하면서, 인권을 존중하지 않으면 무역 혜택을 중단하거나 개발 자금을 끊는 제재를 실제로 가할 수 있다. 이런 하드 PTA는 억압적 정권이 인권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기지 않더라도, 경제적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게 만들어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설득에 의존하는 인권협정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학자들은 하드 PTA가 억압국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주장에 대해 내생성(endogeneity) 문제를 제기해왔다. 즉, 애초에 인권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 국가만이 이런 협정에 가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억압국도 경제적 자원이 필요해 하드 PTA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로 협정은 회원국의 인권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EC는 르완다 학살 이후 로메 IV 협정 혜택을 중단하고, 난민캠프 학살 사건에 대해서는 coercion(강제) 방식으로 지원을 보류하다가 가해자 처벌 약속을 조건으로 자금을 재개했다. 토고와 피지 역시 쿠데타 이후 협력이 중단되었고 선거법 개정이나 헌법 복구 같은 개혁 조치 이후에야 협력이 회복되는 등, 직접적인 제재 집행을 통한 행동 변화가 확인되었다.
또한 실제 제재 집행보다 threat of sanctions(제재 위협)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난 사례가 많았다. 파키스탄은 아동 노동 문제로 EC가 수입 금지를 검토하자, 금지는 실행되지 않았지만 협력 조건으로 ILO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아동 노동 금지법을 제정했다. 코모로와 니제르는 군사 쿠데타 이후 무역 혜택 중단 위협 속에서 개혁 조치를 취했고, 협력이 조건부로 재개되었다. 슬로바키아는 EU 가입 협상에서 소수자 권리와 민주주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협상이 중단되었으나, 정치·사회 개혁을 통해 다시 협상 자격을 얻었다. 미국의 AGOA도 코트디부아르에 노동권 개선을 조건으로 무역 혜택을 제공해 정부가 아동노동 근절 협약에 동의하고 법안을 추진하도록 압박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대체로 incremental reforms(점진적 개혁) 수준에 머물렀으며, 제재가 선택적으로 적용되거나 미집행될 경우 위협의 신뢰성이 약화된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 종속변수 (Dependent Variable, 결과 변수)
- 인권 억압 정도(repression): 살인, 고문, 장기구금, 실종 등 인권 침해 사례를 5단계로 나눈 지표.
- 데이터는 국제앰네스티 보고서를 분석해 만든 두 가지 데이터셋(Poe & Tate, Gibney)을 합쳐서 1976~2001년, 176개국을 대상으로 사용.
- 통제변수 (Control Variables)
- 정치적 요인
- 민주주의 정도 (Polity 지수: -10 = 독재, +10 = 민주).
- 체제 안정성(durability): 정권 교체나 큰 체제 변화가 일어난 지 몇 년 지났는지.
- 인구밀도(density): 인구가 빽빽하면 갈등과 억압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
- 경제적 요인
- 무역 규모(trade): 수출입 합계 / GDP.
- 외국인 직접투자(FDI): 자본 유입·유출 규모 / GDP.
- 1인당 GDP(pcGDP): 경제가 부유할수록 억압이 줄어들 가능성.
- 정치적 요인
- 핵심 독립변수 (Key Independent Variables)
- HRAs: 두 가지 국제인권조약(ICCPR, CAT)에 가입했는지 여부(0~2점).
- PTA-soft: 인권 조항이 있지만 강제력 없는 무역협정 가입 여부(예/아니오).
- PTA-hard: 인권 조항이 무역 혜택과 직접 연결된 강제성 있는 무역협정 가입 여부(예/아니오).
이 글의 결론은 국가들이 인권 규범을 따르도록 만드는 데 단순한 설득(persuasion)만으로는 한계가 크며, 실제 행동 변화를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강제(coercion)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비록 PTAs가 이상적인 인권 거버넌스 도구는 아니고 불완전하며 제한적이지만, 현재 존재하는 국제 제도들 가운데 가장 현실적으로 집행 능력을 가진 장치 중 하나로, 기본적인 인권 가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 A key limitation of this article lies in its conceptual and structural constraints. First, the study adopts a narrow conceptualization of human rights, focusing mainly on political rights and civil liberties while largely overlooking second- and third-generation rights such as labor, social, and economic rights. Although a few labor-related cases (e.g., Côte d’Ivoire, Pakistan) are discussed, they cannot fully represent broader human rights improvements.
- The effectiveness of hard PTAs in promoting rights appears to stem less from institutional design than from the structural dominance of powerful states—mainly the European Union and the United States—which possess the economic leverage to enforce compliance. This raises doubts about whether the findings can be generalized beyond contexts where major powers dictate the rules.
- The study focuses mainly on the characteristics and behavior of target states joining preferential trade agreements (PTAs), but it does not systematically control for the supplier side, namely the major powers such as the EU or the United States that design and grant these agreements. This omission leaves open an important endogeneity concern: repressive states may appear to join hard PTAs and then improve their practices, but in reality, it may be the powerful suppliers selectively choosing which repressive states to include or exclude based on broader political and strategic considerations. In other words, the observed effect may reflect selection by donors rather than the independent impact of the agreements themselves.
- The effects of PTAs may vary depending on the interaction between target state characteristics (e.g., level of democratization, stage of economic development) and supplier characteristics. For instance, when a repressive state signs a PTA with a supplier like the EU—an actor with a strong credible threat—the likelihood of behavioral change is much higher. By contrast, PTAs negotiated with suppliers that have weak enforcement capacity are far less likely to produce meaningful changes in repressors’ human rights practi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