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eun Sim

양자투자조약과 외국인투자 그리고 ICSID의 역할

Allee, Todd, & Clint Peinhardt. 2011. “Contingent Credibility: The Impact of Investment Treaty Violations on Foreign Direct Investment.” International Organization 65(3): 401–432.
Sep 25, 2025
양자투자조약과 외국인투자 그리고 ICSID의 역할

개발도상국들은 해외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유치하기 위해 양자투자조약(BIT, Bilateral Investment Treaty)에 적극적으로 가입해왔다. BIT는 투자자에게 강력한 권리를 보장하고 분쟁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같은 국제중재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여, 서명한 정부가 투자 친화적임을 보여주는 신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조약 서명만으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며, 투자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가 실제로 약속을 지키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투자 결정을 다시 내린다. 이 때문에 BIT의 효과는 단순한 서명이 아니라 이후의 조약 준수(compliance) 여부에 달려 있으며, 조약을 위반하면 오히려 투자자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실증분석 결과, BIT 가입 국가는 기본적으로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지만, ICSID와 같은 국제중재기구에 제소되거나 패소하는 경우 FDI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제소당한 것만으로도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신호가 되며, 특히 패소할 경우 손실이 매우 커져 여러 BIT 서명으로 얻은 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 결국 BIT는 성실히 약속을 지키는 정부에는 투자 촉진 효과가 있지만, 이를 위반한 정부에는 오히려 투자 감소라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양자투자조약(BIT)은 해외 직접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50여 년 전 등장했으며, 현재는 FDI를 규율하는 핵심적인 국제 제도로 자리잡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에 따르면 전 세계 179개국이 최소 한 개 이상의 BIT에 가입했고, 총 2,676개의 BIT가 체결되었다. BIT의 대표적 특징은 자본이 풍부한 본국(home country)과 투자를 유치하려는 수용국(host country) 사이의 불균형적 구조에서 나타난다. BIT는 투자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투자자에게 협상력이 있지만, 일단 비용이 고정(sunk cost)되면 협상력이 수용국으로 넘어가 계약을 어길 유인이 생기는 시간 비일관성 문제(time inconsistency problem)를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BIT가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메커니즘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신호 효과(signaling effect)로, 다수의 BIT를 체결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신호가 실제로는 나중에 값싼 말(cheap talk)로 드러날 위험도 존재한다. 둘째, 신뢰성 효과(credibility effect)로, BIT는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 최혜국대우(most-favored nation status), 이익 송금 자유, 수용 시 적절한 보상 등 실질적 권리를 보장하며, 특히 국제중재(international arbitration)를 통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위반 시 직면하는 소송 비용, 평판 손실, 거액 배상금은 조약 준수의 유인을 강화한다.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BIT 체결 건수가 많을수록 FDI 유입이 증가한다고 보지만, 단순히 BIT 건수를 세거나 0/1 더미 변수로만 측정하는 방식은 구체적 인과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연구들은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 개발 수준(level of development), 서명(signing)과 비준(ratification)의 구분, 그리고 국제중재가 만들어내는 정보 환경(information environment)을 함께 고려하며 분석을 확장하고 있다.

ICSID(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BIT(Bilateral Investment Treaty, 양자투자조약)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창구로, 판정이 국내 법원 판결과 동일한 구속력을 가지며 절차와 결과를 공개해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

  • 역사적으로는 중세 유럽의 Lex Mercatoria(상인법, Law Merchant)을 예로 들 수 있음. 법률, 상인, 대리인, 판관으로 구성된 중요한 법적 체제로, 과거의 채무 상환 실적을 바탕으로 상인들의 평판을 형성했다.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예는 Simmons의 연구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IMF 협정 제8조(Article VIII) 이행 여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특정 국가의 규범 준수 실적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함
  • 대표적으로 ▲ 수용(expropriation): 정부가 외국 기업의 자산을 몰수·국유화하면서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경우, ▲ 이윤 송금(repatriation of profits):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얻은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려 할 때 정부가 외환 규제 등으로 이를 막는 경우, ▲ 성과 요건(performance requirements): 현지 부품 의무 구매, 일정 비율의 이익 재투자 등 경영에 제약을 가하는 조건을 강제로 부과하는 경우, ▲ 점진적 수용(creeping expropriation): 환경 규제 강화, 과도한 세금, 공공요금 책정 방식 변경 등으로 외형상 합법적 정책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자의 이익과 자산 가치를 잠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명백한 몰수뿐 아니라 점진적 규제도 사실상 간접적 몰수로 간주되며, 투자 안정성을 흔드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이 논문은 투자자들이 외국 정부의 태도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해, BIT(양자투자조약, Bilateral Investment Treaty)와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분쟁이 중요한 정보 신호로 작용한다고 본다. 저자들은 세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가설

  • (H1) BIT를 많이 체결한 국가는 투자 위험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여 더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할 수 있다.
  • (H2) ICSID 분쟁에 피소된 국가는 아직 판정이 나지 않았더라도 부정적 신호를 주어 투자 유입이 줄어든다
  • (H3)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분쟁에서 국가가 실제로 패소할 경우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크게 감소한다
    • 단순히 피고로 불리는 것만으로도 부정적 신호지만, 패소 판정은 BIT(양자투자협정) 의무 위반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강력한 정보로 투자자들에게 추가 위험 신호를 보낸다. 또한 합의(settlement) 역시 사실상의 책임 인정으로 간주될 수 있어 평판 비용을 높인다. 따라서 저자들은 패소 판정과 합의 모두를 ‘부정적 결과’로 코딩하고, 최근 2년·5년 내 누적치를 변수로 활용한다.

통제변수

  • 정치·경제적 충격
    • 국내 정치 불안: 총파업, 시위, 폭동, 내전 등
    • 외부 위협: 경제 제재, 국경 분쟁 등
    • 경제 위기: 은행·통화·부채 위기
  • 정치 제도 요인
    • 민주주의 수준 (Polity 점수, –10~10)
    • 재산권 보호 지수 (투자환경, 부패, 법과 질서 등, 0~30)
  • 경제 요인
    • 국가 규모: 인구(로그값)
    • 개발 수준: 1인당 GDP (PPP, 로그값)
    • 경제성장률 (GDP 연간 증가율)
    • 환율 변동성
    • 금융 개방도 (Chinn–Ito 지수)
    • 전 세계 FDI 총량 (UNCTAD 자료)

종속변수

이 연구에서 종속변수는 순 해외직접투자 유입액(net FDI inflows)으로, 한 나라에 들어온 투자에서 나간 투자를 뺀 값을 사용하며, 데이터 분포의 왜도(skewness)를 완화하기 위해 로그 변환(logged value)을 적용한다. 연구자들은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했고, 이를 GDP 대비 비율(%)로 표준화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방식이 인구나 GDP 같은 독립변수와 인위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만들어 결과 해석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변수는 각국이 BIT(양자투자협정) 서명이나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분쟁 경험에 따라 실제로 얼마나 평균 FDI를 잃거나 얻는지를 직접 추정하는 데 쓰인다.

결과

연구 표본은 지난 30년 동안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만, OECD 회원국(고소득국가)은 제외된다. 이들 국가는 서로 간에 투자조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고, 국제투자체제에서의 위치가 중저소득국가와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석 기간은 1984년부터 2007년까지 설정되었으며, 이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시점과 주요 통제변수의 데이터 가용성을 반영한 것이다. 통계모델은 고정효과(fixed effects)를 사용해 각 국가의 고유 특성(지리, 역사적 기업관계 등)을 통제하고, 동시에 연간 세계 FDI 흐름을 설명변수에 포함시켜 전 세계적 투자 추세의 영향을 보정했다.

주요 결과를 보면, 연구는 세 가지 가설 모두를 지지한다. 즉, 양자투자협정(BIT)을 많이 체결할수록 FDI가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BIT 체결 후 ICSID 분쟁에 피소된 국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투자 유입이 감소했으며, 한 건의 ICSID 분쟁 발생이 평균적으로 BIT 2~3건 체결 효과를 상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나아가, ICSID에서 실제로 패소한 경우는 훨씬 더 큰 FDI 손실을 초래했는데, 이는 때로는 12건 이상의 BIT 체결 효과를 무력화하기도 했다. 결국, BIT는 전반적으로 투자 유입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조약 위반으로 나쁜 평판이 형성되면 그 이익이 쉽게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H2는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제소 자체가 FDI(외국인직접투자)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 어떤 정부가 ICSID 분쟁의 피소국이 될 경우 투자 유입은 뚜렷하게 줄어들었고, 제소 건수가 많을수록 FDI 감소폭은 커졌다. 예컨대, 미해결 사건이 한 건 늘어날 때마다 연간 약 5,500만 달러(약 715억 원)의 FDI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순히 사건이 제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투자자들은 부정적인 신호를 받으며, 이 효과는 사건이 종료된 후에도 몇 년간 지속되었다. 실제로 이집트(1989년)와 요르단(1990년)는 ICSID 분쟁 제소 이후 몇 년간 수억 달러 규모의 FDI 감소를 경험했다.

H3은 ICSID 패소가 훨씬 더 큰 평판 비용과 FDI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패소한 국가는 평균적으로 2년 내 약 7억 9,100만 달러(약 1조 300억 원), 5년 내에는 6억 6,000만 달러(약 8,580억 원) 이상의 투자 손실을 겪었는데, 이는 20~25개의 BIT(양자투자협정)를 체결해 얻는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패소뿐만 아니라 합의(settlement) 또한 사실상 유죄 인정으로 간주되어, 향후 수년간 3억~3억 5,000만 달러(약 3,900억~4,550억 원) 손실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H2(분쟁 제소)와 H3(패소)는 서로 독립적으로 투자자 신뢰를 악화시켰으며, 둘 다 동시에 발생할 경우 손실은 극대화되었다. 예컨대, 평균적으로 15개의 BIT를 체결한 개발도상국이 ICSID 분쟁 두 건에 연루되고 그중 한 건에서 패소한다면, BIT로 얻을 3억 7,200만 달러(약 4,840억 원*의 FDI 증가 효과보다 두 배 이상 큰 7억 7,300만 달러(약 1조 30억 원) 손실을 입게 된다. 실제 사례로, 감비아는 1993년 첫 BIT 체결 이후 1990년대 후반 FDI가 꾸준히 늘었지만, 1999년 스위스 기업 Alimenta가 국영 공장 몰수를 이유로 ICSID에 제소하면서 투자 유입이 급감했다. 감비아는 2002년 1,100만 달러(약 143억 원) 합의금을 지급했으나, FDI는 사건 종료 후 5년이 지나서야 회복되었다.

연구진은 결과의 견고성을 점검하기 위해 표본 구성과 변수 변환을 달리하는 민감도 분석(sensitivity checks)을 수행했다. OECD 또는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 국가를 제외해도 BIT와 ICSID 변수의 효과는 변하지 않았으며, 아르헨티나처럼 특수한 사례를 제거하거나 미해결 분쟁 수를 로그로 변환해도 일관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ICSID에서 승소한 경우가 FDI 유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검토했지만, 모든 경우에서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ICSID 패소가 가져오는 부정적 평판 효과는 매우 강력하고 견고하게 확인되었으나, 승소는 사실상 의미 있는 이익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제변수 결과 정리

  1. 경제 요인 (예상대로 작동)
    • 경제성장률 높을수록 FDI 증가.
    • 국가 규모(인구) 클수록 투자 유치 ↑ (시장 크기 효과).
    • 발전 수준(GDP 1인당 소득) 높을수록 투자 유치 ↑.
    • 금융 개방성 클수록 투자 유치 ↑ (자본 규제 적을수록 매력적).
    • 환율 변동성 클수록 투자 감소.
  1. 정치 요인 (혼재된 결과)
    • 재산권 보호 강할수록 FDI 증가 →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
    • 민주주의 수준은 대체로 양(+)의 효과지만, 통계적으로 확실하지 않음 → 학계에서도 논쟁 중.
  1. 안보·위기 요인
    • 외부 안보 위협 없음 → FDI 증가 (확실한 결과).
    • 국내 정치 불안정(시위·폭동 등) → FDI 감소 경향 있지만, 통계적으로 약함.
    • 국내 경제위기(금융·통화·부채 위기) → 일관된 투자 감소 증거 없음.

결과적으로 이 글은 정책적으로 정부가 BIT를 준수할 능력과 의지가 불확실하다면 협정 체결 자체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규범적으로 보면, 국제 체제의 기본 원칙인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가 작동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실제로 BIT에 서명하고 이를 충실히 준수한 국가는 FDI 증가 효과를 안정적으로 누렸으며, 단발적 피소는 장기적 효과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몇 년 내 회복되었다. 따라서 BIT의 신뢰성은 자동적이지 않고 조건적 신뢰성(contingent credibility)에 달려 있으며, 이는 투자협정뿐 아니라 국제제도의 약속과 권한 위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
One key limitation of the study is the endogeneity problem. The authors argue that ICSID disputes cause reductions in FDI, but it could also be the other way around—countries that are already facing declining FDI may be more likely to experience disputes. Without addressing this reverse causality, the direction of the relationship remains unclear. A stronger research design would require instrumental variables, lagged variables, or natural experiments to better identify causality.

Another limitation is the lack of control for differences in BIT partners. Signing a treaty with the United States or the European Union may have very different implications compared to signing one with another developing country, given the enforcement capacity and credibility of these partners. By not systematically controlling for who the counterparties are, the study risks overstating or misinterpreting the overall effects of BITs and ICSID disputes on F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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