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ional Design: Why Do Agreements Differ So Much?
오늘날 국제제도(international institutions)는 무역, 부채와 금융 구조조정, 안보 등 국제관계 전반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1990년대 코소보 전쟁과 걸프 전쟁에서도 그 역할이 두드러졌다. 학계에서는 “제도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Do institutions matter)?”라는 논쟁이 이어져 왔지만, 정작 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저자들은 국가들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의도적으로 설계(rational design)한다고 본다.
- 이에 대해 구성주의자(constructivists)는 제도가 규범(norms)을 퍼뜨리는 독립적 힘을 가진다고 보고, 현실주의자(realists)는 제도를 권력의 반영으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 제도는 단순한 껍데기도, 완전히 자율적인 행위자도 아니며, 설계 당시의 구조가 이후 국제정치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일본과 독일은 1940년대의 결정으로 인해 여전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한된 지위에 머물고 있다.
이 논문은 국제제도가 왜 그렇게 다양하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다섯 가지 핵심 설계 차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의 문제(membership), 둘째, 어떤 사안을 다루는지의 범위(scope), 셋째, 과업을 얼마나 중앙에서 수행하는가(centralization), 넷째, 제도를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가(control), 다섯째,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flexibility)이다. 이 다섯 축은 협상 과정에서 실제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연구에서도 비교 가능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를 토대로 국제제의 설계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직결된다는 점을 이론적·실증적으로 보여주려 한다.
From Cooperation Theory to Rational Design
2차 대전 이후 국제제도 연구는 처음에는 주로 국제기구의 운영 방식에 대한 서술에 머물렀으나, 1980년대에는 regime theory와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국가들이 무정부 상태에서도 어떻게 협력(cooperation under anarchy)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초점이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연구의 관심은 구체적 제도 분석보다는 협력 자체에 맞춰졌지만, 동시에 제도를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지속시키는 장치의 재개념화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 논문은 다시 제도의 구체적 특징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로, 기존 협력 이론의 가정을 완화하고 게임이론과 제도 분석을 접목해 국제제도의 발전 논리를 밝히려 한다.
- 이상화된 전제(모든 국가가 동일, 단순 반복게임 구조, 협력 여부만 분석)를 풀고, 현실적 변수들(제도의 설계, 다양한 행위자, 불균등한 권력 구조 등)을 이론에 포함
1. Extending Cooperation Theory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은 Folk theorem에 의해 이론적으로 입증되어 있으며, 현대 국제관계의 높은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 덕분에 실제로도 반복적 상호작용이 많아 협력의 여지가 크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한 2×2 Prisoners’ Dilemma 상황이 아니라, 다양한 균형(multiple equilibria)이 존재하며, 이 때문에 어떤 협력 결과를 선택하고 어떻게 이익을 나눌 것인가 하는 분배(distribution)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집행(enforcement) 문제 못지않게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
협력은 참여국 수가 많을수록 더 복잡해진다. 일부 문제는 쌍무적 협력으로 단순화할 수 있지만, 공공재(public goods) 같은 경우는 다수의 공동 행동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비용과 편익을 어떻게 나눌지, 특히 강대국과 약소국 간 불균형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핵심 문제가 된다. 또한 불확실성(uncertainty)과 관측의 어려움(noise) 역시 협력을 가로막는다. 국가들은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에, 이를 줄이고 신뢰를 쌓는 것이 국제제도의 중요한 기능으로 작동한다. 결국 협력은 분배, 집행, 대규모 행위자, 불확실성이라는 요소에 크게 좌우되며, 이는 단순화된 기존 이론보다 훨씬 깨지기 쉬운 성격을 지닌다.
2. Bringing in Institutions
기존 국제관계 이론은 무정부 상태(anarchy)에서의 협력 가능성에 집중하며 국제제도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불확실성(noise), 참여국 다수(large numbers) 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 단순한 협력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국가는 제도를 설계(institutional design)해 협력을 촉진하고 안정성을 높인다. 경우에 따라 단순히 정보 제공과 조건 강화만으로 충분할 때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거나 권력·자원이 불균등할 경우에는 복잡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은 외교와 협상, 회의를 통해 이뤄지며,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거나 기존 제도가 수정·강화된다. GATT가 WTO로 발전하거나 유엔 헌장이 협상을 통해 탄생하고 이후 변화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제도의 발전은 종종 경로 의존(path dependence)적이며 진화(evolutionary) 과정 속에서 합리적 설계가 덧붙여진다. 국가는 상황 변화에 맞춰 기존 제도를 수정하거나, 다른 제도의 성공적 요소를 모방하거나, 더 적합한 제도를 선택하면서 제도 변화를 이끈다. 예컨대 지식재산권은 WIPO가 아닌 WTO로 옮겨졌는데, 이는 WTO가 더 강력한 집행(enforcement)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공식적 규범인 주권(sovereignty)도 역사적 분기점에서 합리적 설계 원리가 개입했다. 저자들은 제도를 행위자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협상된 응답으로 보며, 게임이론의 균형(equilibrium) 개념과 연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도가 참여국의 이해관계와 부합해야(incentive compatibility)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며, 동시에 제도는 어떤 경우 결과(dependent variable)이자 다른 제도의 형성을 이끄는 원인(independent variable)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Dependent Variables
새로운 국제 현안이 등장했을 때(예: 지구온난화, 불법 소프트웨어 유통, 인간 장기 복제 거래), 국가는 먼저 제도가 필요한지부터 따져본다. 기존 제도로 해결할 수 있으면 그것을 확장하고,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범위(scope)를 어디까지 설정할지, 회원 자격(membership)을 어떤 국가·행위자에게 줄지, 중앙집중(centralization) 정도를 어떻게 할지, 통제(control) 규칙을 누가 어떻게 행사할지, 그리고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flexibility)을 얼마나 확보할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저자들은 국제제도의 설계가 단순히 강하거나 약하다는 식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 다섯 가지 차원을 중심으로 이론적·실증적 분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 국제제도의 회원 자격(membership)은 제도의 성격과 효과를 규정하는 핵심 변수다. G-7처럼 제한적이고 배타적인 제도가 있는가 하면, UN처럼 포괄성과 보편성을 지향하는 제도도 존재한다. NATO의 동구권 확대 사례는 회원 자격의 확대가 상징적 의미와 안보적 긴장을 동시에 수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의제 범위(scope)는 제도가 다루는 사안의 폭을 결정한다. WTO가 GATT보다 농업·서비스·투자 등으로 범위를 확장한 사례는 범위 확대가 제도 효과를 강화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반면 특정 산업에 한정된 미·캐나다 자동차 협정은 후속적으로 NAFTA에 편입되며 협정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었다.
- 중앙집중(centralization)은 제도가 수행하는 과업이 어느 정도 한 기구에 집중되는지를 의미한다. EU는 조약을 통해 점차 권한을 중앙화했고, WTO는 분쟁 판정은 중앙화하면서 집행은 회원국에 맡기는 혼합적 구조를 채택했다. IMF의 통계 수집과 공개는 정보의 중앙화를 제도화한 대표적 사례다.
- 통제(control)는 의사결정 규칙과 권한 분배를 통해 제도 내 권력구조를 드러낸다. UN 총회는 평등투표제를 적용하나,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통해 비대칭적 권한을 제도화한다. IMF와 세계은행은 가중투표제를 통해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에게 구조적 우위를 부여한다.
- 유연성(flexibility)은 제도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WTO의 탈출조항(safeguard clause)은 유연성을, 일몰조항(sunset clause)은 제도의 변혁적 유연성을 보여준다. GATT의 협상 라운드가 WTO 설립으로 이어진 과정은 제도적 유연성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Independent Variables
국제제도의 설계는 네 가지 주요 독립변수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 분배 문제(distribution problems)는 협력적 합의가 성립 가능한 상황에서도 선호 차이와 이익 배분의 불균형으로 인해 갈등을 초래한다. 단순한 조정게임(coordination game)에서는 분배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Battle of the Sexes나 반복적 Prisoners’ Dilemma 상황에서는 협상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미·캐나다 간 연어 어획량 배분 문제는 분배 갈등의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 둘째, 집행 문제(enforcement problems)는 합의가 체결되더라도 단기적 이익을 위해 규칙을 위반할 유인이 존재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반복게임에서 미래이익(“shadow of the future”)이 충분히 클 경우 협력이 자율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나, 그 가치가 낮으면 쉽게 붕괴된다. 오존층 보호를 위한 CFC 감축 협상은 분배 문제와 집행 문제가 결합된 사례였으며, 군비통제에서는 집행 문제가, G-7의 거시경제 조율에서는 분배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 셋째, 행위자 수(number of actors)와 그들 간의 비대칭성(asymmetry)은 제도 설계의 복잡성을 규정한다. 소수의 국가만 관련된 산성비 문제와 달리,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전 지구적 참여를 요구한다. 또한 기존 제도적 맥락(EU, NAFTA 등)이 협상 범위와 관련 행위자의 범위를 선결적으로 규정하기도 하며, 실질적 영향력은 경제력이나 자원 생산력에서 우위를 가진 소수 국가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 넷째, 불확실성(uncertainty)은 협력의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행동 불확실성은 상대국의 합의 준수 여부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되며, 세계 상태 불확실성은 과학적·기술적 정보 부족에서 발생하고, 선호 불확실성은 상대국의 동기와 의도를 알기 어려운 상황을 지칭한다. 미국산 호르몬 쇠고기 수입 논란은 이 세 가지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였다.
-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수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협력의 조건을 변화시킨다. 집행 문제와 행동 불확실성이 결합할 경우 반복게임에서도 협력이 지속되기 어렵지만, 다수의 행위자가 참여함으로써 분배 문제가 완화되거나 비용·편익 조정의 가능성이 확대되기도 한다. 따라서 국제제도의 설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개별 변수를 독립적으로 분석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 간 상호작용의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Conjectures About Rational Design
이 글은 국제제도 설계에 관한 일련의 가설(conjectures)을 제시하며, 합리적 선택 이론의 틀 속에서 독립변수(분배·집행·행위자 수·불확실성)와 종속변수(회원국 구성, 사안 범위, 중앙집중, 통제, 유연성) 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저자들은 네 가지 기본 가정을 전제로 한다. 첫째, 합리적 설계: 국가는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 상호작용 속에서 제도를 의도적으로 설계한다. 둘째, 미래의 그림자(shadow of the future): 충분한 상호작용과 높은 할인율이 존재하여 협력이 잠재적으로 지속 가능하다. 셋째,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 정보 취득, 집행 보장, 협상 자체가 비용을 수반하며, 행위자 수와 불확실성은 이를 증대시킨다. 넷째, 위험회피(risk aversion): 국가는 불확실한 선택보다 안정된 결과를 선호하며, 이로 인해 주권 양보에도 신중하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제시된 구체적 가설들은 다음과 같다. 회원국 구성과 관련해, 집행 문제가 심각할수록 회원국은 제한적(M1), 선호 불확실성이 클수록 비용 신호로서의 제한적 가입 조건이 필요하다(M2). 반대로 분배 문제가 심각할수록 다자적·포괄적 참여가 분배 갈등을 완화한다(M3). 사안 범위는 행위자 수와 이질성이 클수록, 분배 문제가 심각할수록, 그리고 집행 문제가 클수록 이슈 연계(linkage)를 통해 확대된다(S1–S3). 중앙집중화는 행동 불확실성(C1), 세계 상태 불확실성(C2), 행위자 수의 증가(C3), 집행 문제 심화(C4)에 따라 강화된다. 통제와 관련해서는, 행위자 수가 늘수록 개별 국가의 통제력은 감소(V1), 기여 불균형이 클수록 통제 비대칭은 증가(V2), 세계 상태 불확실성이 클수록 위험회피적 설계로 거부권과 같은 보호장치가 강화된다(V3). 유연성은 세계 상태 불확실성(F1)과 분배 문제(F2)가 클수록 높아지지만, 행위자 수가 많아질수록 협상·재협상 비용으로 인해 감소한다(F3).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제도 설계 변수 간의 상호작용 효과에 주목한다. 특정 상황에서는 회원국 구성, 범위 확대, 중앙집중, 유연성이 대체재(substitutes)로 작동하거나 보완재(complements)로 결합되며, 경우에 따라 충돌(conflicts)을 일으킨다. 예컨대 집행 문제는 제한적 회원 구성을 요구하지만 분배 문제는 포괄적 구성을 요구해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개별 제도 내 상호작용뿐 아니라 제도 간 수직적 중첩(GATT–NAFTA)과 같은 관계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제도의 구체적 설계는 독립변수의 단순 효과뿐 아니라, 제도 내부·제도 간 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해 설명되어야 한다.
Roadmap to the Rational Design Project
이 글의 후반부는 제시된 합리적 설계(Rational Design) 가설들을 실제 국제정치 사례에 적용하며 그 설명력을 검증하려는 시도를 다룬다. 저자들은 회원국 구성, 사안 범위, 중앙집중, 통제, 유연성에 관한 다양한 가설(M1–F3)을 요약한 뒤, 이를 환경, 안보, 무역, 사법 등 여러 영역에서 비교·평가한다. 방법론적으로도 사례연구와 계량분석을 아우르며, 국가와 국제기구뿐 아니라 기업·사적 재판소 등 비국가 행위자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시킨다. 이를 통해 국제제도의 다양성과 설계 요인 간의 이론적·실증적 연계를 모색한다.
각 논문은 특정 제도 사례를 통해 가설의 타당성을 점검한다. Kydd는 나토(NATO) 확대의 회원국 조건을, Rosendorff와 Milner는 무역협정의 탈퇴조항을, Pahre는 협상 클러스터링을 분석한다. Mitchell과 Keilbach는 환경문제에서 가해국·피해국 간 비대칭을, Mattli는 국제 상사중재 제도의 성장을, Oatley는 전후 유럽 무역·결제제도의 분배 문제를 탐구한다. 이어 Morrow는 포로 협약 설계를, Richards는 국제항공 규제제도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Wendt는 합리주의 접근의 한계(특히 대안적·규범적 설명과의 연계 부족)를 지적하며 비판적 시각을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이 연구는 합리적 설계 틀의 설명 가능성과 제약을 동시에 보여주며, 향후 연구에서 다른 이론적 관점과의 결합 가능성을 제안한다.
아울러 제도 설계에서 중요한 권력은 표면적 자원 분배가 아니라 의제 설정, 문제 프레이밍, 규칙 해석 권한 등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행사된다. 그러나 Rational Design은 이를 포착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권력의 비대칭성을 은폐할 위험이 있다. 더 나아가 “설계”라는 은유 자체가 서구 근대의 공학적 언어에 기반하고 있어, 관습·관계망·비공식 규범을 통해 제도가 형성되는 비서구적 현실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따라서 이 접근은 국제제도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축소시키는 서구 중심적 틀에 머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Furthermore, the most decisive forms of power in institutional design lie not in formal resource distribution but in agenda setting, problem framing, and rule interpretation—dimensions the theory largely ignores, thereby risking the concealment of underlying asymmetries. Finally, the very metaphor of “design” reflects a Western, engineering-based conception that fails to account for the ways institutions in non-Western contexts emerge through custom, networks, and informal norms. In this sense, Rational Design risks reducing the diversity and complexity of international institutions to a Western-centric framework.